[특집]‘기피시설이 주민 힐링쉼터로’…영등포구, 님비 극복 노하우는?

고원희 기자 발행일 2017-09-15 08:37:59 댓글 0
힐링숲·생활체육시설·대강당 조성은 물론 전시장 마련으로 주민 찾는 명소로 탈바꿈
▲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내 재활용선별장 모습.

영등포구가 대표적인 기피시설인 자원순환센터를 주민들이 즐겨찾는 힐링쉼터로 탈바꿈시켜 타 자치구 및 지자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영등포구는 지역내 자원순환센터를 지역주민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기피 시설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여가 공간으로 창출시켰다. 이에 따라 현재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는 대표적인 님비현상 극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님비’(Nimby : Not in my backyard)현상이란 혐오(기피) 시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을 의미한다. 즉, 장례식장, 장애인 지원시설, 쓰레기매립지 같은 시설의 필요성은 동의하면서도 자기 거주지 근처에 생기는 것은 반대하는 것이다.


주택가와 멀리 떨어진 성산대교 아래 공터에 위치해 있는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는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수로 인한 주변 오염우려, 악취, 소음 등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주민들의 환경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내에 조성된 텃밭.

또한 늘어나는 쓰레기량과 이에 따른 처리비용 증가, 열악한 환경미화원 근무환경 등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구는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한 끝에 친환경적 설비와 자원회수, 환경미화원 복지, 주민 공유시설 등 복합기능의 청소시설을 건립키로 결정했다. 2010년도부터 단계적인 사업을 추진해 각종 생활폐기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고, 주민이 직접 찾아오는 도심속 힐링공간 ‘자원순환센터’를 탄생시켰다.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보이지 않게 숨기기보다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 으로 조성해 청소시설이 더 이상 기피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시키고자 하는 발상이 결국 님비현상을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


▲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이 자원순환센터 부지내에 마련된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을 살펴보며 텃밭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성산대교 아래 2만8460㎡(약 8624평)부지에 들어선 자원순환센터는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적환장, 재활용선별장, 재활용품전시장, 대강당, 탁구장 등 체육시설, 북 카페, 미화원휴게실, 장난감 도서관, 텃밭, 소나무 숲길 등으로 구성됐다.


청소처리시설은 관내에서 발생하는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폐기물을 수거해 중간 처리한다. 일일 처리량은 293톤이며 연간 약 9만톤을 처리한다.


특히 음식물쓰레기 적환장은 악취발생 저감과 청결 유지를 위해 쓰레기 투입 호퍼와 탈취·흡입시설 설치했다. 물기를 빼는 음폐수 처리과정을 통해서 쓰레기의 무게를 줄여 처리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있다.


또한 하루 24톤 처리용량을 갖춘 재활용선별장도 자원의 회수율 증가와 함께 처리비 절감,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영등포구의 2014년 대비 23%의 생활쓰레기 감량 실적에 많은 기여를 했다.


▲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내에 마련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탁구장, 풋살구장, 족구장 등 생활체육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아울러, 도로변 곳곳 컨테이너 박스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휴게실, 탈의실, 샤워실 등 환경미화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이는 미화원의 사기진작과 함께 작업능률도 향상 되는 효과를 거뒀다.


재활용전시장 마련을 통한 현장 체험교육도 진행된다. 약 135㎡ 규모의 재활용전시장에는 폐목재, 빈병, 캔, 폐현수막 등 일상에서 쓰다버린 물건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작품과 실용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의 중요성을 느끼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종로구청, 영광군청을 비롯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으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뭐니 뭐니해도 자원순환센터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주민들의 여가와 휴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다.


책 2000권 규모의 북 카페와 생태연못과 정자, 사육장을 구비한 텃밭,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12면 규모의 탁구장, 풋살구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등의 생활체육시설과 대강당, 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자원순환센터의 변신은 올해에도 끊임없이 계속 되고 있다. 3월 말 전국 최초로 방음벽과 태양광 발전 기능을 동시에 갖춘 길이 143m, 높이 4m의 ‘양면태양광 방음벽’을 설치해 자원순환센터 주변 소음문제를 해결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에도 앞장섰다. 양면 태앙광 방음벽은 전기생산 및 소음, 먼지 차단 이외에도 건물 외관 미관개선에도 큰 효과가 있어 근무자 및 방문객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 자원순환센터내에 마련된 재활용전시장은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녹지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해 자원순환센터 진입로 일대 2000㎡(약600평)에 소나무 130주를 식재하고 산책로를 조성했다. 주민이 찾지 않았던 혐오시설이 숲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고 365일 계절과 상관없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힐링 숲’으로 거듭난 것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기피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무리다”라며 “하지만 모두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면 소통을 통해 공존과 상생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원순환센터는 설계도면 하나 없는 백지상태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작품으로 주민의 오랜 민원과 갈등을 해소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과 약자에 대한 배려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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