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 불법 매립 신고했지만 돌아온 건 담당 공무원의 냉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8-04-28 11:06:49 댓글 0
제보자 ㄱ씨, 울산 폐기물업체 ‘유니큰’ 수년간 폐기물 불법 매립 제보…수사·처벌은 ‘전무’

지난해 11월 23일 울산 석유화학단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굴삭기 두 대가 멀쩡한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공익제보자 ㄱ씨가 울산시에 "폐기물업체 ‘유니큰’이 산업폐기물을 불법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매립했다”는 제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굴삭기로 한참을 파내려 가자 빗물을 막는 차수막이 드러났다. 그리고 차수막을 걷어내자 나타난 건 공익제보자 ㄱ씨가 제보한 데로 불법 매립된 엄청난 양의 산업폐기물. 제보가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직후가 문제였다.


수사기관은 “폐기물이 불법으로 매립된 시기는 2000~2006년으로 공소시효 5년이 지나 처벌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ㄱ씨는 “2014년 이후에도 타 회사 부지에 불법으로 폐기물을 매립한 정황이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경찰은 재수사를 했지만 처벌 유무에 대해서는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폐기물 매립이 불법이라도 ‘고의성’ 여부에 따라 처벌 유무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ㄱ씨는 “경찰이 조사를 하면서 고의성 여부를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불법이면 처벌을 받아야 하고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공익제보자 ㄱ씨는 “산업폐기물을 불법으로 타 회사 부지에 매립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먼저 울산시에 신고를 해야 했고, 검찰에 고발해야 했다. 이 수사는 다시 경찰이 받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폐기물 불법 매립 여부를 위해 땅도 파야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내게 ‘폐기물 불법이 사실이 아닐 경우, 제보자가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고민 끝에 내 전 재산을 걸고 땅을 파냈다. 결국 불법으로 폐기물을 매립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과 검찰은 공소시효 운운하는데 2014년 이후에도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이 공익제보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왜 나 같은 사람이 투사가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간 동안 유니큰은 계속 성장했고, 나는 바보같은 사람이 됐다”면서 “이 투쟁은 이제 공공성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개인의 문제가 돼 버린 느낌이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ㄱ씨는 공공기관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불법으로 폐기물을 매립한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과정이었다. 시청 공무원의 냉대와 부실한 경찰수사 모두 불만이다. 이 일로 1년간 시청에 들락달락 거리면서 공무원과 싸워야 했다. 기물이 불법으로 매립됐다는 이야기를 처음 했을 때도 회의적이었다. 또 굴착기 등 굴착작업을 한 뒤 폐기물이 나오지 않으면 모두 다 제보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경찰 역시 공소시효 지난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2014년 이후 건에 대한 재조사에서 ‘유니큰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처벌이 가능한지 가능치 않은지 알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는 또 “유니큰은 지난 2000년 6월 울산시(일반폐기물)와 낙동강유역환경청(지정폐기물)에서 폐기물 처리 허가를 받아 지금까지 기간별로 총 4단계에 걸쳐 매립장을 채워왔다. 불법 매립이 일어난 시기는 1단계로 2003년 이전으로 울산시가 추정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면서 “또한 울산시가 주장하는 불법 매립량은 1만3000㎥이다. 25톤 트럭으로 520대 규모지만 이 보다 훨씬 더 큰 양일 것”이라고 규탄했다.


실제 ㄱ씨는 폐기물이 불법으로 매립된 장소를 구글 위성사진, 현장방문 등을 통해 조사하기도 했다.


유니큰은 법적으로 정해진 건축물과 폐기물 사이 거리를 무시하고 건축물 인근에 폐기물을 불법으로 묻고 있다.


그는 “현재 이 문제의 관건은 돈이다. 매립을 위해 부지를 사들여야 하는 유니큰이 이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불법으로 매립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는 엄연히 막아야 하는 문제이고 환경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현재 이 문제는 직원들이 조사를 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의 수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은 불법 매립 의혹을 제기한 ㄱ씨의 요청으로 굴착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 공익제보자 제공

경찰 관계자 역시 “이 사건은 며칠전 불기소 의견(증거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면서 “사건의 문제는 불법매립의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과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로 넘어갔다고 해서 수사가 종결된 것은 아니”라면서 “회사에서 ‘실수’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고의성 여부가 중요한 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보자에게 설명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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