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금속 범벅 ‘죽음의 땅’ 장항제련소, ‘미래 환경도시로 변모중’

강완협 기자 발행일 2018-05-10 09:37:42 댓글 0
총 사업비 3960억 투입, 1단계 비매입구역 정화 완료, 현재 매입구역 2단계 정화 진행 중

송림숲 일대 오염부지 32만여㎡, 국내 최초 대안공법 적용…환경과 경제 ‘두 토끼’ 잡아


▲ 지난 1936년 우리나라 최초로 가동을 시작한 장항제련소. 용광로가 폐쇄된 1989년까지 60여년간 제련소 운영과정에서 발생된 오염물질로 인해 반경 4km까지 구역이 사람이 거주할 수 없을 정도로 중금속으로 심각하게 오염돼 현재 정부에서 이 지역에 대한 토양오염 정화작업이 한창이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항리 ‘장항제련소’. 이곳은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36년 우리나라 최초의 제련소이자 근대화의 상징이면서 우리나라 광물자원 수탈의 현장이라는 두 얼굴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지난 1989년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60여 년간 운영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소와 납 등 각종 중금속으로 오염되면서 이곳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 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사진 오른쪽)과 이정선 한국환경공단 차장이 장항제련소 일대 토양오염 정화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던 이곳이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토양오염정화사업을 통해 이제는 새로운 친환경 관광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정화사업이 완료되는 오는 2023년이면 이곳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죽음의 땅’에서 생명이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래 환경도시’로 변모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3일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항제련소. 이곳은 현재 비소와 납, 구리, 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토양오염정화사업의 수행은 한국환경공단이 맡고 있다.


▲ 장항제련소 앞 1공구에 마련된 오염토양 정화시설. 이곳에서는 1공구에서 실어온 오염된 토양을 세척 등의 과정을 거쳐 정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이곳에는 3개 공구로 나눠 토양정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장항제련소 연돌(굴뚝) 바로 앞 1공구는 오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오염토양 정화는 오이코스가 맡고 있다.


이곳에 마련된 오염 토양 정화 시설에서는 정화구역에서 실어온 오염된 토양을 모래 입자 굵기별로 선별한 후 황산 등 화학적인 세척을 통해 토양에 포함된 중금속을 용출, 제거한다. 이후 오염원에 대한 제거가 어려운 부산물 등은 지정폐기물로 처리하게 된다.


▲ 장항제련소 토양오염정화사업 1공구내에 마련된 정화시설.

2공구와 3공구에서의 오염 토양에 대한 정화처리 방법도 유사하다.


환경공단은 지난 2009년 토양오염 개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39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오는 2023년까지 이 지역에 대한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펼친다. 지난해까지 토양오염 정화작업에 2275억원이 투입됐다.


▲ 장항제련소 토양오염정화사업 1공구내에 마련된 정화시설.

이 일대는 오염면적만 112만3673㎡, 축구장 157개 규모다. 정화대상 토양은 70만4602㎥에 달한다. 오염된 토지 매입과 매입구역 내 주민이주, 주민건강영향조사 등에 따라 본격적인 토양오염정화사업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환경공단은 종합대책에 따라 장한제련소 굴뚝을 중심으로 반경 4km까지를 오염지역으로 구분하고, ▲반경 1.5km까지는 국가에서 오염부지를 매입한 후 정화하는 매입구역 ▲반경 1.5~4km까지는 매입하지 않고 정화하는 비매입구역으로 나눠 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장항제련소 앞 송림숲 일대 식생지역 오염부지(32만5426㎡) 는 국내 최초로 ‘위해성 저감조치 대안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닷가를 따라 조성돼 있는 산림욕장 지역으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송림숲 일대 소나무를 벌채하거나 시설물을 훼손하지 않고도 오염토양 정화가 가능해 환경과 경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매입 구역은 주민들이 거주와 경작활동을 하는 지역으로 매입구역에 비해 우선적으로 정화가 필요해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7개월에 걸쳐 총 20만6172㎥의 오염토양 정화를 완료했다.


현재는 부지 매입이 완료된 매입구역에 대한 정화가 진행중이다. 지난 2015년 12월 시작된 매입구역 정화는 오염토양을 굴착해 토양세척을 통해 중금속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직접정화’ 방식과 위해성 평가를 토대로 위해한 노출경로를 차단하는 ‘위해성 저감 조치 대안공법’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다.


▲ 송림숲 일대에는 토양오염 정화를 위해 중금속 흡수능력이 뛰어난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되고 있다.

특히, ‘위해성 저감 조치 대안공법’은 국내에 위해성평가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토양정화방법이다.


환경공단측은 2005년 매입구역 토양정화사업 기본설계 과정에서 매입구역 내 대규모 식생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토양오염물질로 인한 인체 위해도를 저감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대안공법 추진 방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항제련소 앞 송림숲 일대 식생지역 오염부지 32만5426㎡(축구장 44면 규모)가 대안공법에 의한 토양정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일대는 현재 중금속 흡수능력이 좋은 식물을 식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 송림숲 일대에는 토양오염 정화를 위해 중금속 흡수능력이 뛰어난 다양한 식물들이 식재되고 있다.

특히, 바닷가를 따라 조성돼 있는 산림욕장 지역으로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송림숲 일대의 소나무를 벌채하거나 기존의 시설물 등을 훼손하지 않고도 정화작업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또 위해도 저감 조치 과정중에도 전망대 운영이 가능해 약 25억원의 지자체 관광수입도 올리고 있어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도 한꺼번에 잡았다.


▲ 송림숲에 마련된 ‘장항 스카이워크’에서는 이 일대의 울창한 소나무 숲과 서해 기벌포 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멀리 장항제련소 연돌(굴뚝)이 보인다.

전병성 환경공단 이사장은 “위해도 저감 조치 지역의 오염토양을 기존 방식(토양 굴착 및 정화시설 설치 후 정화)으로 정화할 경우 약 302억 원의 정화비용이 들지만, 대안공법을 적용하면 약 164억 원이 소요돼 예산의 46%에 해당하는 138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항 토양정화사업은 일제 잔재이자 근대 산업화의 부작용인 토양오염을 치유하고, 중금속 오염의 불모지를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며 “특히 이번 대안공법을 통한 위해도 저감 조치는 생태계와 토양의 기능회복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토양정화 모델로 토양정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