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없소다”

최성애 기자 발행일 2018-07-24 11:38:37 댓글 0
신임 손충도 용산2가 동장... “함께 살 수 있는 공생의 길 찾아야”
▲ 손충도 용산2가동장

아직 한여름 태양이 그 기세를 뽐내기 직전인 아침나절인데도 그의 이마엔 땀방울이 보송보송하게 맺혀 있다.


새로운 임지에서 둥지를 새로 트느라 분주히 움직인 모습이 쉽게 그려진다. 처음 보는 사람도 오래된 친구처럼 만드는 호탕한 웃음이 싱그럽다.


손충도 용산구 용산2가동 동장의 얘기다. 용산 2가동은 흔히 ‘해방촌’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한국전쟁 때 북한 피난민들이 정착해서 동네가 만들어져서다.


용산구청에서 이른바 ‘홍보쟁이’로 2년간 활약하다가 최근 이 쪽으로 적을 옮겼다.


지난 23일 오전 손 동장을 남산 언덕에 있는 용산 2가동 주민센터에서 만났다.


“여기 온 지 딱 1주일이 되었다. 아직 업무를 파악하느라 바쁘기 그지없다. 그 간 책상머리에 파묻혀 있었다면 여기서는 주민들과 접촉하고 현장을 점검하는 등 몸으로 뛰어 다녀야한다”고 환한 미소로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이곳의 가장 큰 현안이 무엇일까.


손 동장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꼽았다.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바로 지척인 경리단길이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면서 용산2가동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났단다.


“다행이 임대료를 올리지 않으려는 몇몇 분들이 계신다. 이분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같이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손 동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폐해로 이태원 장진우 거리를 들었다. 한때 경리단 길에 버금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임대료 상승하자 가게 주인들이 하나둘 장사를 접어 옛날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단다.


공생(共生)의 길을 찾고자 하는 그의 실험이 조만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이쯤에서 잠깐. 나이 제법 지긋한 세대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70 ~80년대 시절의 동사무소를 기억하는지. 주민등록 등본을 한통 떼려면 1시간 이상을 기다릴 때도 있었다. 주민등록 원부를 동사무소 직원이 일일이 복사기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막걸리 값과 담배 몇갑의 급행료가 제법 약효를 내곤 했다.


한 마디로 동사무소가 대민 행정의 최접점에서 자리 매김을 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이름도 바뀐 요즘은 주민 복지로 그 방점이 옮겨졌다고 한다.


주민 1만명을 살짝 웃도는 용산 2가동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이 제법 있다고 한다. 급여 지급 등은 구청 예산에서 나가지만, 이들 취약 계층을 직접 돌봐야 하는 것은 주민센터의 몫이다.


손 동장은 “동에서 저소득어르신에게 건강음료제공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안부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독거노인을 혼자 지내다가 망연히 세상을 떠난 소식을 쉽사리 접하는 요즈음 그의 말에 작은 울림이 있다.


비록 작은 것이지만 주민 복지를 향한 그의 발걸음을 느꼈다.


주민센터에서 바라 본 용산 2가동은 용산고, 보성여고 등 학교를 빼면 다세대주택들이 빽빽이 들어선 모습이다. 남산 경관 보호에 막혀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서다.


손 동장은 “이런 상황에서 주민 중심, 주민과 행정 간 협력에 주안점을 도시재생자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 수리를 유도하고 거리를 정비하는 것이다. 다행이 서울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나와 있는 데, 여기와 힘을 합쳐 크고 작은 일을 추진하겠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삼계탕집에 갔다가 손 동장은 근처 울창한 나무 한그루를 가리켰다. 나무는 전신주를 휘감는 등 불안한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적지 않았다 한다.


개인 땅에 있어 가지 차기 작업을 유도하는 것이 사유재산 침해로도 볼 수 있었는데, 구청의 힘을 빌리고 땅 주인의 양해를 구해 곧 가지치기에 들어간다고 그는 설명했다.


손 동장이 이 곳에 와 챙긴 1호 업적이 되는 셈이다.


‘천리길로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떠나는 길에 악수를 나누는 그의 손에서 일에 대한 열정과 포부를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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