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사태,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기 힘든 국토부

손진석 기자 발행일 2018-08-24 18:48:52 댓글 0
국내 자동차 생산자 편의를 위한 자동차 관련법 때문에 호구가 된 한국 소비자
▲ 2018년 8월 2일 강원도 원주시 영동고속도로에서 BMW 520d 차량 엔진 부분에서 불이 나 차량이 타고 있다. 사진 강원지방경찰청 제공

2015년 6월 2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0년식 BMW 520d 차량이 화재로 리콜센터에 접수됐다. 이후 2015년 7월 2일 2011년식 528i, 2015년 11월 5일 2010년식 520d가 연달아 화재로 리콜센터에 접수했으며, 2018년 8월 23일 현재까지 40여대의 차량이 주행 중 또는 정차 중에 화재로 전소됐다.


그러나 정작 정부에서 조사한 건은 4건에 불과하며, 접수 중이거나 진행 중인 건을 포함해도 3년 동안 총 9건의 조사만 이뤄졌다.


그동안 소비자의 민원에도 제조사 문제라며 관망하던 국토부는 올해 6월 겨우 BMW에 화재관련 기술분석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7월 15일 20번째 차량화재가 발생 후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BMW 제작결함 조사를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지시했다.


BMW는 그동안 문제 원인을 찾고 있다 혹은 소비자 과실이다 등등 핑계로 일괄하다 국토부의 제작결함 조사가 시작되자 10만7000여대의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하게 된다. 그리고 이달 6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 자리에서 화재에 대한 원인이라며 부족한 정보만 공개하며 유야무야 국민의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


▲ 8월 6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 자리에서 화재에 대한 원인을 설명했으나 화재 원인에 대한 의문 해소에는 미흡했다.

이후 이달 20일에 520d 모델이 중부고속도로에서 화재가 또 발생했다. 그 와중에 19일 리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BMW의 무성의한 태도에 고객들이 또 다시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국토부는 이달 14일 안전진단 완료하지 않은 차량에 대한 운행 중지명령과 중고차 거래도 리콜 완료 후 거래하도록 조치했다.


지난 14일에는 BMW 본사 대변인 요헨 프레이는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이후 최소 30대의 BMW 디젤 차량이 한국에서 불이 난 이유는 불분명하다”고 하며, “화재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에서 사고가 집중된 것은 현지 교통 상황과 운전 스타일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 BMW 본사 대변인 요헨 프레이의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 내용이 게재된 페이지

화재 원인이 조금 다르지만 이런 상황이 미국과 영국에서도 벌어졌었다. 그 중 미국의 경우 정부의 즉각적인 조사에 BMW 측은 즉시 리콜 조치를 취했고 이후에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자 중복 리콜을 실시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했다.


미국과 영국의 화재를 보면 BMW의 화재는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에서는 520d가 가장 많이 판매되어 집중되고 있지만, 해외 사례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BMW 차종과 원인이 다양하며, 디젤 모델뿐만 아니라 가솔린 모델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ABC방송에서 한 자동차 전문가는 "미국에서 일어난 차량 화재를 보면 부품 하나가 원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BMW 사태를 지켜보는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발생한 BMW 화재는 외국사례를 포함해 거의 전차종에서 발생하고 디젤모델과 가솔린모델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부품 한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BMW에 적용하고 있는 파워트레인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검증해봐야 한다고 귀띔 한다.


▲ 2016년 11월 EGR밸브의 그을음이 흡기다기관에 쌓이는 문제를 인지한 BMW 내부 기술 문건.

최근 벤츠에서도 브레이크에 고장이 발생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에서는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이번에도 제조사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소비자가 증명해야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벤츠 코리아 본사는 브레이크 관련해서 차량 결함은 전혀 없으며 서비스센터로부터 또 다른 결함 사례를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과 자동차 리콜센터 및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도 브레이크가 밀리거나 듣지 않았다는 비슷한 불만과 신고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도 국토부는 수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그럴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자동차 관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제조사에게 유리하도록 법과 규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레몬법이 발휘가 되면 지금과 같은 사정이 조금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국토부는 지금처럼 수동적인 혹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와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근시안적인 방법을 탈피해 능동적으로 개선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업무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BMW 사태의 핵심은 화재가 발생한 원인보다는 조금 더 능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부의 움직임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며, 사건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함에서 비롯한 것인지 모른다. 또한 그동안 유지해왔던 구시대적인 산업 우선 위주의 규정과 법률들이 국민의 권리를 외면하게 해 국민전체를 호구로 만들지는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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