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이쿼녹스, 새로운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손진석 기자 발행일 2018-09-29 12:17:33 댓글 0
태어난 태생이 엄마를 위한 차인데 아빠차라고 우겨서 어리둥절한 소비자들
▲ 최근 이쿼녹스를 시내구간, 장거리 구간 등으로 해서 다시 한 번 시승해봤다. 한번만 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3일 동안 시승차를 이것저것 살펴보면서 왜 이런 멋진 차를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걸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

쉐보레의 이쿼녹스를 보면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지난 6월 국내 출시 행사 후 많이 시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이쿼녹스가 무슨 차인지도 소비자들은 알지 못한다. 더욱이 이를 판매하는 영업사원들도 이차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 보였다.


몇몇 곳의 쉐보레 영업소를 들러 이쿼녹스에 대해 문의를 하면 결국엔 이구동성 슬며시 다른 차를 권했다. 이는 쉐보레 스스로도 이쿼녹스에 대한 정의를 올바로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 포인트를 바로하지 못해 차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꼴이다.


이쿼녹스는 원래 미국에서 세컨드차 시장을 염두에 두어 탄생했으며, 40~50대 어머니들의 생활 패턴에 맞는 감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차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출시 당시 당당히 아빠의 감성을 가진 첫 번째 차라고 소개했다. 그러니 차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없어지고, 가격과 파워트레인에 대한 불만이 생겨나면서 덩달아 다른 불만들이 이쿼녹스의 판매를 저조하게 만들고 있다.


▲ 이쿼녹스에서 가장 불만은 2000cc 엔진 부재다. 글로벌 쉐보레는 정책적으로 다운사이징 엔진을 선호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이를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00cc 엔진에 길들여진 한국 소비자들은 1600cc 엔진이 불만이며, 가치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그동안 현대 기아차가 가지고 있던 마케팅 전략 등에 길들여져 있던 국내 소비자들의 감성과 잘 맞지 않는 미국식의 마케팅 전략 또한 판매가 부진한 한 원인일 것이다.


최근 이쿼녹스를 시내구간, 장거리 구간 등으로 해서 다시 한 번 시승해봤다. 한번만 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3일 동안 시승차를 이것저것 살펴보면서 왜 이런 멋진 차를 우리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걸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


먼저 이쿼녹스에서 가장 불만은 2000cc 엔진 부재다. 글로벌 쉐보레는 정책적으로 다운사이징 엔진을 선호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이를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00cc 엔진에 길들여진 한국 소비자들은 1600cc 엔진이 불만이며, 가치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승을 더 할수록 이쿼녹스는 1600cc 엔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민첨합과 파워 그리고 가속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미국적인 와일드함도 보여주는 주행성능을 선사했다. 또한 차체의 단단함은 오프로드를 위한 차를 타는 듯 믿음직했다.


▲ 쉐보레 이쿼녹스의 편의 및 안전 옵션은 현대 기아차에 비하면 거의 풀 옵션이어서 빠진 것이 없다. 단지 불만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잘 배치된 것도 최대의 장점이다. 뒷좌석은 넓은 레그룸과 적당한 머리 공간이 좋았으며, 적재공간도 너무나 넓게 사용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앞좌석은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여유로운 공간으로 장거리 여행에도 피로감이 생각보다 적었다. 시트도 매우 만족할 수 있었다. 승객을 잘 받쳐주고 척추의 라인을 따라 잘 지지해 주어 허리에서 목까지 불편함이 없었다. 중년의 나이에 허리와 목이 불편한 운전자에게 좋은 시트로 보였다.


편의 및 안전 옵션은 현대 기아차에 비하면 거의 풀 옵션이어서 빠진 것이 없다. 단지 불만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이쿼녹스의 불만은 판매가격에 있다. 이는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옵션장치의 있고 없음에 따른 차량 가격 차이에 길들여져 있어 기본적인 옵션이 거의 풀옵션에 가까워 트림별 가격차이가 많지 않은 이쿼녹스의 가격정책이 낯설어서 일 것이다.


물론 쉐보레 측도 국내 소비자들의 이런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고 미국에서 많은 판매가 됐음만 믿고 있었던 것이 불찰이었다. 좀 더 적극적인 현지화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고, 어쩌면 차량의 성능이 좋다는 자부심으로 사소하게 생각해 무시되었던 점일 것이다.


그리고 이쿼녹스의 신차 발표부터 미디어 시승에 이르는 그동안의 쉐보레의 노력이 충분히 이차의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한몫하고 있어 보인다. 이번 시승을 통해 그동안의 행사에서 절대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점과 이쿼녹스만의 드라이빙 감각을 느끼면서 매력에 빠졌다.


신차 발표 당시 이구동성으로 이쿼녹스를 설명하려면 ‘많은 말이 필요하다’라고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충분한 시승체험이면 설명이 필요 없었다. 광고의 카피처럼 ‘좋은데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라는 것처럼.


▲ 이쿼녹스는 배기량과 차체의 크기로 차급을 구분하는 국내 상황에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이며, 어떤 감성 혹은 당위성을 부여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 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포지셔닝의 문제에 대한 부분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쿼녹스는 길이 4650mm, 너비 1845mm, 높이 1695mm, 축거 2725mm를 가지고 있는 중형급의 SUV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싼테페, QM6, 투싼 등과 비슷한 차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배기량과 차체의 크기로 차급을 구분하는 국내 상황에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이며, 어떤 감성 혹은 당위성을 부여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 한 시점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 분류는 소형 SUV 트랙스, 컴팩트 SUV 이쿼녹스, 중형 SUV 블레이저, 대형 SUV 트래버스, 풀사이즈 SUV 타호, 익스텐디드 풀사이즈 SUV 서버밴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중형 SUV의 차체에 해당하는 이쿼녹스는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 정체성이 모호하다.


그러다 보니 이쿼녹스는 어떤 차급의 경쟁 모델과 비교해야 되는지가 모호해지면서 이리저리 괄시를 받아오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체중을 줄이면서 체급도 줄여 판매가 좀 더 많은 컴팩트 SUV 시장에 진출해 많은 판매고를 올린바 있다.


여하튼 쉐보레 이쿼녹스는 너무나도 미국적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부분에서 국내 소비자의 감성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 초기에 시장에 진입함에 있어 쉐보레는 악수를 둔 것이다. 이쿼녹스를 통해 실적을 반등시키고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희망 했지만, 지난 8월 말 90여대의 월 판매 실적을 올리며 실망하고 있는 쉐보레는 다른 포지셔닝을 통해 이쿼녹스 판매에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


글로벌 쉐보레는 그동안 미국 내수시장에 주력하다 보니 수출시장을 등한시 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국시장에서 이쿼녹스의 판매부진을 이해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경우를 통해 수출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혀 미국적인 고집을 조금 덜어내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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