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행지 유명 맛집, 고객이 乙이 되는 곳

손진석 기자 발행일 2019-01-19 15:13:30 댓글 0
고객은 최소한 지불하는 음식 가격에 맞는 존중 받으며, 여유를 가지고 맛을 즐길 권리 필요

우리는 유달리도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TV 방송에 먹방이라는 것이 생겨 다양하고 많은 프로그램이 성행을 하고 있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행에서도 먹는 것은 빠질 수 없는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여행지마다 유명 음식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행지는 낮선 곳이다 보니 이러한 맛집들 위주로 여행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여행지의 유명 맛집은 손님이 乙이 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손님들이 스스로 乙이 되어준다. 왜 스스로의 소중함을 버리고 종속된 사람마냥 행동하는지 안타깝다. 최소한 자신이 지불하는 음식 가격만큼의 존중을 받으며, 여유롭게 음식을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먼 타지에서 여행을 와서 그 지방에 작지만 경제적인 보탬을 주는 여행객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이는지 일부 맛집들은 손님들에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빨리 음식을 먹으라고 타박하고 나쁜 기억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충분한 여유도 주지 않고 먹던 음식 그릇을 정리하거나 직원에게 빨리 자리 정리하라고 간접적인 면박을 주어 손님들을 바쁘게 한다. 이런 곳에서는 주인이 직원을 홀대하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또한 음식점에 불만을 항의하면 직원 잘못이라며 선처를 바라거나 가끔씩은 해고하겠다고 말한다.


더욱이 음식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 옆 손님들이 한 수 거든다. 다른 손님들도 다 잘 먹고 있는데 왜 혼자서 시끄럽게 하냐면서 주인대신 화를 낸다. 이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참으로 슬퍼진다. 본인도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 아무런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乙을 자처하며 음식점 주인 편에 서서 대변하는 모습은 자존감을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연민이 든다.


얼마 전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의 여행관련 취재를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곳 혹은 개발로 인해 소외된 곳을 찾아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 다녀왔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맛집들에 대한 성토가 먼저가 됐다.


체류 중 6곳의 맛집을 들려 식사를 했다. 물론 SNS와 TV 방송프로그램 등을 참고해서 찾은 곳이다. 이 중에 4곳에서 乙의 경험을 했다. 그리고 SNS나 인터넷 혹은 방송을 통해 본 호기심 혹은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대부분의 맛집들이 대기하는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고, 가격대도 주변 일반 음식점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었지만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더 많은 손님들을 받기 위해 다 먹지도 않은 음식을 빨리빨리 먹으라고 무언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 먹은 음식 그릇을 정리하지도 않고 그 위로 새로운 음식들을 올려놓거나 식탁 빈자리로 밀어놓고 새로운 음식을 내어놓고는 가버린다.


이런 처사에 항의하는 손님들에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당연한 경우라며 음식점 주인들은 답변한다. 몸에 습관적으로 익어서 그것이 당연하듯이 말한다. 이는 맛집을 찾는 손님들이 주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음식점 주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甲이 된다. 우리집 음식이 맛이 있으니까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이고, 맛있는 음식을 위해 다소 불편함도 있지 않겠냐며 당당하게 말한다.


이제 여행지 유명 맛집에서 이런 乙 취급 받기보다 스스로의 맛집을 개척하는 것이 어떨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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