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형 실내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힌 동물의 행복할 권리는 어디에?

안상석 기자 발행일 2021-07-09 23:05:04 댓글 0

동물을 눈으로 관람하는 동물원이 아닌 실제 동물을 가까이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실내 동물원이 최근 몇 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멀지 않은 도심에 위치해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실내 동물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장소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만져보거나 교감을 나눌 뿐 아니라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인기 방문 장소 1순위다. 더구나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야외활동이 제약돼 많은 이들이 실내에 위치한 이곳에 몰려든다.

하지만 인간의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실내 동물원이 동물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공간일지 모른다. 그 이유는 가장 먼저 체험형 실내 동물원의 환경이다. 건물 내부에 지어진 이곳은 야생동물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햇볕이나 바람을 쐴 수 없으며 흙이 아닌 콘크리트나 고무바닥에서 살고 있다. 또한 좁고 제한된 공간에 다양한 동물들을 두다 보니 각 동물의 습성이 무시된 채 사육되고 있다. 하늘을 날라야 하지만 날지 못하는 새, 땅을 밟지 못하고 구조물 위에 있어야만 하는 육지동물 등 이는 거의 동물 학대 수준에 이른다. 또한 주된 고객이 어린이다보니 어린이들의 거친 손길에 동물들의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된다. 


이에 이상행동을 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국내 동물원 어디서든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같은 자리를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돌아다니거나 유리창에 얼굴을 부딪치는 등 실내 동물원의 동물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여 지는 모습이다. 이는 동물의 정형 행동으로 우리에 갇히거나 격리 사육하는 동물이 같은 장소를 왕복하는 등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형 행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인데 그 자체가 동물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됐다는 증거다. 철창을 물어뜯는 경우도 있으며 굴을 파야하는 습성이 있는 동물이 그 습성이 충족되지 못해 금 간 바닥이나 벽을 계속해서 긁는 경우도 있다. 

동물원 뿐 아니라 실내 수족관이나 체험형 실내 낚시터 역시 동물 학대 논란의 대상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한정된 공간에 수많은 물고기를 넣고 키우거나 물고기를 잡았다가 놓아주는 체험 역시 물고기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맹수류까지 사육하고 있는 실내 동물원이 등장했다. 야생에서 살아야 하는 맹수류들이 햇볕이 들지 않는 실내에 갇혀 지내는 것은 일종의 동물 학대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이나 스위스 같은 해외의 경우 맹수류를 야외 방사장에서 사육하는 것이 의무적이다. 또한 생태계와 비슷한 환경을 꾸며 동물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면적기준 외 동물에게 제공되어야 할 환경이나 시설에 대한 별다른 기준이 없어 문제가 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사람과 동물의 접촉이 가능하다 보니 사람과 동물 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발생되는 감염병이 발생하기도 하다. 특히 면역력이 취약한 영유아의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높다. 또한 영유아가 파충류와 접촉했을 경우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위험 역시 더욱 크다. 

최근 실내 동물원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코로나19 여파로 체험형 실내 동물원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방치되고 있는 동물들이다. 소홀한 동물 관리로 인해 동물끼리 병원체가 오가거나 사람과 동물 사이의 병원체가 옮겨질 수 있어 이것이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팬데믹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내 동물원에 대한 여러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국내에서는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동물복지와 서식환경개선, 전문인력 양성 등의 목표를 제시하며 이와 관련된 여러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법상 동물원은 등록만 하면 운영이 가능한 등록제이지만 이를 허가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전해진다. 이런 방법을 통해 동물 특성을 고려한 관리 감독이 진행된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환경의 동물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미흡한 관리와 동물권리에 대한 부재로 고통받는 것은 우리 속에 갇힌 동물일 것이다. 동물의 생태적 습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되지 못하고 있는 체험형 실내 동물원이나 동물 카페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진=언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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