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전선 철원 DMZ생태평화공원을 가다.

손진석 기자 발행일 2018-12-05 18:09:21 댓글 0
60년 동안 격리된 세상을 만나고, 행복과 행운 지혜의 상징인 두루미를 찾아 철원으로 떠나다.
▲ 철원군과 DMZ관광이 공동개발 및 운영하는 철원 DMZ 일원을 투어하는 ‘평화 생태 철새 겨울여행 프로그램’ 상품을 내년 3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 두루미 가족이 먹이를 찾아 날아가고 있다.

지난 달 30일 출발한 우리 열차는 북한의 경의선에서 동해선 순으로 18일 동안 2600km에 이르는 철도를 달리며, 한반도 철도를 연결해 남북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더욱이 내년 초에 열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조금 더 진전된 남북 평화의 시대가 다가올 것을 우리는 희망하고 있다.


요즘 불고 있는 남북 화해무드 물결에 동승한 것이 바로 DMZ 일원에 대한 관광상품 개발 붐이다. 그러나 전쟁 통에 갈라진 우리의 땅 DMZ 일원은 가까이 있어도 가볼 수가 없는 긴장의 연속인 최전방으로 가까이 접근하기가 두렵고 어려웠다.


특히 한반도의 중심이며, 6.25 전쟁 전 가장 번화하고 발달했던 교통의 요지였던 김화군과 철원군은 전쟁으로 도시의 대부분을 상실해 휴전 후 60년간 긴장 속에서 지내왔던 곳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발전보다는 수습하고, 복구하며, 유지해 온 시간이 타 시도와는 달리 지금까지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 기억하고 있는 곳이 철원지역인 것이다.


그동안 DMZ 일원에 대한 관광은 안보관광이라고 불리며, 이제는 식상함으로 관심을 잃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혹은 민간인통제지역(이하 민통선) 바깥에서 그저 철책너머를 바라보는 그런 관광이었다. 그러나 최근 60여년 감춰온 생태의 보고 민통선 안쪽을 탐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환경부국방부철원군이 공동협약을 맺어 전쟁평화생태가 공존하는 생창리 DMZ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해 일반인들에게 제한적이나마 공개하고 있다. 이에 더해 매년 3월 말까지 철원지역 민통선 안쪽 일대에 두루미 등 철새가 날아들어 장관을 이룬다.


이를 보려는 관광객을 위해 철원군과 DMZ관광이 공동개발 및 운영하는 철원 DMZ 일원을 투어하는 ‘평화생태철새 겨울여행 프로그램’ 상품을 내년 3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봤다.


▲ (좌 상) 철원 DMZ 평화생태철새 겨울여행 프로그램 시작점인 생창리 방문자 센터, (우 상) 지뢰 표지, (좌 하) 유엔군사 정전위원회의 비무장지대 접근 경고문 (우 하) 멀리 남방한계선 표지가 보이고 앞으로 두루미 가족이 보인다.

이 프로그램의 입구이자 시작점인 생창리 DMZ 평화생태공원 방문자 센터가 위치한 생창리는 전쟁으로 인해 사라진 김화군의 일부로 1970년 100세대가 입주해 재건한 마을이다. 김화군은 서울에서 포천철원을 거처 금강산가는 길목으로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이름을 남긴 피금정(披襟)이 있던 곳으로 당시 서울보다 더 번화한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방문자 센터를 출발해 용양보 탐방을 위해서는 3사단이 관리하는 민통선 초소를 지나야 하는데 멀리 보이는 산들에 철책이 지나는 길이 이곳이 최전방임을 환기 시켜준다. 잠시 낮선 환경에 적응하는 사이 암정교에 도착하게 된다.


▲ 암정교는 1930년대 세워진 다리로 1950년 625동란전까지 김화 평강 금성을 있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암정교는 1930년대 세워진 다리로 1950년 6.25 전쟁 이전에는 김화평강금성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로 사용되었던 다리다. 지금은 여기저기 조각나고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볼품없어 졌지만 기나긴 세월을 이기고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말없이 역사를 증명하는 모습은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한다.


▲ 유엔군사 정전위원회의 비무장지대 접근 경고문이 달린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통과해 최전선 철책을 지키는 초소가 있는 용양보 통문에서 용양늪지를 촬영한 전경

이어 유엔군사 정전위원회의 비무장지대 접근 경고문이 달린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통과해 용양보를 지나 용양보 통문까지 다가가면 감탄과 현실에 직시가 교차한다. 이곳이 바로 휴전선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가 있는 곳이다. 민간인이 절대로 올 수 없던 곳. 군인들이 최전방 철책근무를 서던 곳을 잠시나마 눈으로 볼 수 있음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점하나 찍는 감동을 주는 장소다.


▲ 용양보에 있는 전쟁당시 병사들이 사용했던 나무다리인 출렁다리. 출렁다리가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버티며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전이후 DMZ 통제구역에 위치해 60년 이상 보존돼 자연적으로 넓은 습지를 형성한 용양보는 습지형 호수로 남대천 상류에 만든 저수지로 일제시대 금강산 가는 철로를 이용해 보를 막아 만들었다. 철로의 잔재가 남아 있으며, 전쟁당시 병사들이 사용했던 나무다리인 출렁다리가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용양보는 일제 강점기 건설되었던 금강산 전철 교각을 사용해 건설될보로 예 철교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과거에는 철도와 교통의 중심역할을 하는 지역이었고 이곳에서 평강, 원산, 내금강으로 연결되며 시베리아 철도 TSR의 중심지가 철원이다. 이제 그 옛 모습을 볼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리나라 도로 중 북한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1357번 국도와 자유로, 호국로, 통일로, 평화로 등이다. 조선시대 금강산을 가려면 서울에서 포천과 철원을 거쳐 김화를 지나야 했다. 일제 침탈기인 1931년 완공된 금강산전기철도는 창도지역 유화철을 반출할 목적으로 철원역에서 김화역을 거쳐 내금강까지 28개역 총 116km의 철로를 놓아 매일 8회 운행했으며 금강산까지 4시간 30분가량 걸렸다고 한다.


▲ 일제 침탈기인 1931년 완공된 금강산전기철도는 창도지역 유화철을 반출할 목적으로 철원역에서 김화역을 거쳐 내금강까지 28개역 총 116km의 철로를 놓아 매일 8회 운행했으며 금강산까지 4시간 30분가량 걸렸다고 한다. 사진 민통선안에 남아 있는 금강산가는 철교 모습

이 금강산 가는 철로도 전쟁으로 소실됐으나 일부 구간이 그동안 민통선 내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으로 구경할 수 있게 됐다. 관광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3번의 민통선 초소를 지나는데 꿈만 같은 상황이다. 이전에는 절대로 통과가 될 수 없었으며, 설혹 통과를 하더라도 신분조회 등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 철원 평화전망대 전경

이후 평화전망대에 올라 멀리 궁예의 도성터가 있는 옛 태봉국을 바라봤다. 궁예의 관심법이 조금 더 현묘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북쪽으로는 사진촬영이 금지돼 너무나도 아쉬웠다. 멀리 보이는 평야지대와 산하가 너무나도 화창한 당일 날씨로 선명하게 보여 눈과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았다. 다음에 이 자리에 오게 되면 오늘처럼 바라만 보지 않기를 소망해 봤다.


▲ 철원평화전망대에서 동송저수지 너머로 멀리 피에능선과 백마고지가 보인다.

전망대 옆으로 동송저수지에 때마침 두루미들이 몰려들어 물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으로 즐거웠다. 그동안 철원에 3번을 왔지만 이렇게 많은 두루미를 바라보기는 처음이라 다가올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행운과 행복이 올 것만 같았다.


▲ 동송저수지에서 물놀이와 휴식을 취하는 두루미 모습

겨울 철원지역에는 두루미(멸종위기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를 비롯해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독수리(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43호), 쇠기러기 등이 머물다 가는 장소다.


▲ 두루미 탐조를 위해 이동하 던 중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재두루미 가족을 볼수 있었다.

전망대 담벼락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는데 이곳이 피의 능선과 그 가운데 쯤이 백마고지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참전 용사들이 우리의 땅을 위해 피로 지켜냈던가 하는 마음에 잠시 묵념으로 자리했다.


▲ 수학여행 때 다녀왔던 곳이라 오랜 시간을 돌아 바라보는 노동당사는 왠지 낯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해를 꿈꾸며’에서 평화를 노래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마지막으로 노동당사를 들렸다. 수학여행 때 다녀왔던 곳이라 오랜 시간을 돌아 바라보는 노동당사는 왠지 낯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해를 꿈꾸며’에서 평화를 노래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전에 왔을 때는 비포장도로에 논밭이던 모습이 지금은 아스팔트 도로에 잘 정리된 주변이 생소했다.


▲ 노동당사의 부서진 벽사이로 바라본 내부 모습,

노동당사를 한 바퀴 휘돌아보며 푸른 하늘과 색이바랜 시멘트 별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하루 일정의 투어를 마쳤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만난 이번 프로그램을 공동개발 및 운영하는 DMZ관광 장승재 대표는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부단히도 많은 시간을 들여 국방부와 환경부 및 철원군에 협조를 통해 민통선 초소의 통과 문제와 공원 정비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이번 출시된 철원 DMZ 평화생태철새 겨울여행 프로그램은 그간 방문하기 어려웠던 남방한계선 평화생태공원내 용양보코스의 철책선 탐방, 근대문화유적, DMZ철새평화타운 탐방과 철원평야의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겨울 철새탐조투어 철원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이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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