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걷다, 가을의 짙은 향과 절경에 매료되다.

손진석 기자 발행일 2018-10-01 21:50:36 댓글 0

올해도 시나브로 10월이다. 설악산 대청과 중청에서 지난주부터 가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한가위가 지나고 이제 아침과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을의 절정인 10월 화려한 색으로 단장한 가을 산하에 들려 짙은 향과 절경에 물들어보자. 가을이 머무는 숲과 길에서...


▲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성모성지 전경

◆ 포근한 가을의 축복 '화성 남양성모성지'


간절히 기도해 본 적이 있는가? 종교가 없더라도 무언가 절박하고 스스로 답을 찾기 어려울 때는 어디에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 남양성모성지는 따뜻한 위안이 되어준다. 작은 촛불에 마음을 담고 숲으로 이어지는 기도의 길을 걸어보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주하는 눈부시도록 화려한 가을 단풍은 당신만을 위한 축복이다.


남양성모성지는 병인박해 때 수많은 무명의 평신도들이 생명을 잃은 곳으로 세월의 흐름에 잊혀 갔다. 그러나 1991년 한국 천주교 최초의 성모 순례지로 공표되며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게 됐다. 매일 많은 신도가 찾지만 부산하지 않다. 그저 나지막이 들리는 기도 소리에 절로 숙연해지고, 잘 가꾸어진 정원과 숲이 성모의 품 같은 편안함을 줄 뿐. 천주교 신도가 아니라도 소풍 삼아 따스한 햇살 속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인근에 위치한 사강시장과 제부도 일대에선 제철의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대하와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용문사의 은행나무 모습

◆ 은행나무 전설 '양평 용문사'


산세가 크고 계곡이 깊은 용문산은 예로부터 명산으로 일컬어졌다. 가을이 되면 온통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이 물들며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 용문사 일주문에서 시작된다. 붉은 기둥위에 용이 내려앉은 일주문은 속세와 절집을 나누는 문이 아니라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라도 되는 양, 몽환적인 총천연색 절경을 내어준다. 그러나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가을이 머무는 숲길을 걸어 경내에 접어들면 비로소 웅장한 크기의 용문사 은행나무를 만나기 때문이다.


높이가 42m나 되는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다. 추정 수령이 1100년이 넘어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의상대사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이 나무로 자랐다는 이야기. 신라의 마지막 세자인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심었다는 이야기까지. 특히 마을 사람들은 나라의 큰일이 있을 때 나무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며 신성시한다. 영험한 은행나무에 작은 소망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천 년을 넘긴 용문산의 수호신이 각별히 보살펴 줄지 모를 일이다.


▲ 경기도 오산 독산성길을 거닐면 어느 가을의 멋진 풍경이 마음속에 저장된다.

◆ 가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오산 독산성길'


오산에서 가장 먼저 가을을 맞이하는 곳은 독산성 길이다. 경기도 삼남길 제7길인 독산성 길은 우뚝 솟은 독산성에서 유적지인 산성과 발전된 도시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의 기지로 왜구를 물리친 세마대와 선사시대 고인돌 유적을 지나는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독산성길 전체보다는 독산성에서 고인돌공원까지의 구간이 추천 코스. 독산성을 오르는 구간은 꽤 긴 오르막이다. 특히 독산성 입구에서 보적사까지가 가장 가파른데, 다행히 숲이 우거지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걷기 썩 괜찮은 길이다.


장거리 산행이 부담스러우면 독산성 동문 주차장까지 승용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독산성 성곽에 걸친 보적사에 오르면 우선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멀리 동탄 신도시와 수원 시내 등, 주변 도시의 가을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걷는 동안 흘린 땀을 보상받는 멋진 풍경이다. 아담한 경내와 굽이굽이 이어지는 성곽은 천천히 즐겨보자. 세마대 산림욕장으로 내려올 때는 포장된 가파른 길을 내려와야 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도 이곳에서 오산 고인돌공원까지는 야트막한 고개 하나만 넘으면 되는 쉬운 길이다. 고인돌공원은 선사시대 고인돌이 아파트를 배경으로 늘어선 이색적인 공원이다. 원두막 또는 산책로에서 색이 짙어가는 이 가을을 오롯이 누려본다.


▲ 경기도 광주에는 남한산성에 가을이 찾아오면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난다.

◆ 알록달록 화려한 가을산성 '광주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단풍명소다. 아름다운 풍경과 화려한 단풍이 어우러지고, 등산로와 성곽이 잘 보존되어 가을 산행을 즐기기 알맞은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하고 출출한 속을 달래줄 맛있는 음식점이 많은 것 또한 장점이다.


성곽의 길이가 12km에 달하는 남한산성에는 총 5개의 등산로를 겸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그중 1코스는 남한산성 성곽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길이다. 산성 종로로터리를 출발해서 북문과 서문을 거쳐 남문으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비교적 평이하므로 안전하게 산행을 즐기기 제격이다. 가을에는 시작점인 종로로터리 바로 옆 침괘정 일대의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장관을 이룬다. 서문에서 수어장대로 향하는 길에는 굽이굽이 휘어지는 성벽 너머 풍경이 압권이다.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등을 배경으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


제4코스는 가을 단풍에 특화된 길이다. 남문에서 남장대터를 지나 동문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화려한 남한산성 단풍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단풍 속으로 빨려드는 성곽을 쫓다 보면 어느새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 화강암 비봉들이 절경을 이루는 북한산에도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 경기도의 명품 가을풍경 '고양 북한산성'


북한산성에 물드는 가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고양누리길 1코스인 북한산 누리길이다. 멋진 바위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 있는 북한산의 절경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을 향한 길이 아니라면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도 화려한 산성의 단풍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그저 물 한 병과 김밥 한 줄이면 충분하다.


화강암 바위 봉우리들이 불끈불끈 솟아 있는 북한산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산이다. 북한산 누리길은 이토록 매력적인 북한산 자락 아랫부분을 따라 산책하듯 걷는 코스다. 시작 지점은 북한산성 입구로 대부분이 북한산 둘레길과 겹쳐 있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 나무다리인 둘레교를 건너야 누리길이다. 둘레교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원효봉, 백운대, 만경대의 가을 풍경이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우측 코스는 북한산성으로 오르는 길. 이 길을 선택하면 본격적인 산행이다. 한 시간쯤 오르면 바위틈의 작은 암자인 원효암. 북한산에서도 경치가 좋기로 소문난 원효봉이 나온다. 숨이 차지만 넓게 펼쳐지는 전망은 흘린 땀, 그 이상의 달콤한 보상이다.


<사진 및 자료 : 경기도 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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