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현의 사회 칼럼] 자립준비청년 제3편, 자립을 방해하는 많은 것들 ... 자립전담요원 제도의 한계

노주현 칼럼리스트 기자 발행일 2026-04-06 10:11:20 댓글 0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 한국고아사랑협회 노주현 대표


1. 금전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2022년 6월 13일 OECD는 Assisting Care Leavers: Time for Action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보호종료 청년 지원을 단지 현금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사후관리·멘토링·전환계획·관계의 지속성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과제로 본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자립수당, 자립정착금, 디딤씨앗통장 매칭 확대 등 현금성 지원을 빠르게 넓혀 왔다.

그러나 제도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자립이 되는 것은 아니며, 돈이 있다고 해서 삶의 방향까지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 돈을 언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 함께 점검해 줄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자립은 지급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과 조율, 위기 개입, 관계 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2. 자립전담요원의 현실 : 과중한 업무

자립전담요원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주거, 취업, 교육, 심리적 어려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회적 멘토다.

가족의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청년들이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적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핵심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에는 시설 안의 자립지원전담요원이 있고, 별도로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전담인력이 있다.

전자는 보호 중인 아동의 자립준비를 돕고, 후자는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후관리와 사례관리를 담당한다.

2021년 이전에는 자립전담요원 1인당 담당 아동이 가정위탁 304명, 공동생활가정 645명에 달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자립전담요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024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담인력 230명이 자립준비청년 약 1만 명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행 제도는 자립전담요원 1명이 15세 이상 담당 아동 100명을 초과할 때마다 1명을 추가 배치하는 구조로, 이는 자립전담요원 1명이 최대 99명까지 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루에 한 명씩 통화한다고 가정해도 처음 통화했던 청년과 다시 연락하기까지 석 달하고도 아흐레(99일)가 걸린다. 여기에 행정업무까지 더해지는 현실이다.

또한 단기 사업비나 위탁계약구조로 인해 고용불안 요소가 있으며, 지역 간 격차가 워낙 커서 농어촌처럼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자립전담요원 제도는 확충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쓰기 어려운 구조임은 분명하다.


3. 자립전담요원의 현실 : 느슨한 관계의 밀도성

한국 제도는 보호종료 후 5년간 지원을 전제로 한다. 사업안내에 따르면 보호종료 1년차에는 3개월 이내 최초 사후관리, 이후 반기별 1회 이상, 그 뒤에는 연 1~2회 정기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제도상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지만 지원기간이 길다는 것과 한 사람이 끝까지 책임 있게 연결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연구와 정책자료에서는 연락두절 문제와 사례 적체가 계속 지적되어 왔고, 2021년 기준으로는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 가운데 20.2%가 연락두절 상태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지원기간의 부재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와 지속성의 부족에 가깝다.


4. 민간 멘토링의 한계와 전문성의 중요성

바로 이 지점에서 민간 멘토링의 역할이 등장한다. 필자의 단체인 한국고아사랑협회처럼, 행정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민간이 멘토링을 시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좋은 어른 한 명'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고 오래 가는 관계, 그리고 필요할 때는 전문서비스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안전한 구조다.

OECD 역시 멘토링은 전문적 지원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대체할 수는 없으며, 짧게 끝나는 관계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멘토링이 3개월 이내에 종료될 경우 자기존중감과 학업 효능감이 떨어질 수 있고, 1년보다 짧은 관계는 긍정 효과가 거의 없을 수 있다는 연구도 함께 소개한다.

이 점에서 단기 멘토링, 보여주기식 멘토링, 시혜적 멘토링은 청년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위험이 있다.


5. 해외 사례 : 사전 준비와 전담자 중심의 구조

아일랜드의 Tusla(아동가족청)는 16~21세의 보호종료 청년에 대해 aftercare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육·훈련 중이면 23세까지 지원을 연장한다.

이 제도의 핵심은 16~17세에 욕구평가(Needs Assessment)를 실시하고, 18세 6개월 전부터 Aftercare Plan을 수립하며, 이후에는 Aftercare worker가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Aftercare worker의 역할에는 주거, 재정, 교육·훈련·취업 연계, 옹호, 정서적 지원이 포함되며, 16세부터 사회복지사와 함께 전환을 준비하고 18세 이후에는 aftercare worker가 주도한다.

한국처럼 "사후관리 대상"이라는 범주만 두는 것이 아니라, 개별 담당자와 계획 문서가 비교적 분명하게 붙는 구조다.

아일랜드는 주거 연계도 제도적으로 더 강하게 묶어 놓았다.

2025년 개정 프로토콜을 보면, eligible한 청년이 16세가 되면 배정된 사회복지사가 Aftercare Manager에게 조기 의뢰하고, 필요하면 Local Aftercare Interagency Steering Committee가 주거 문제를 함께 다룬다.

주거가 불안정해져도 사례를 계속 active(활성화) 상태로 두고, 통상 20세까지, 전일제 교육·훈련 중이면 22세까지 주거지원 협의를 이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주거를 사후관리의 부속사항이 아니라 핵심 의제로 구조화했다는 점이 큰 차이다.

잉글랜드의 경우는 청년의 법적 상태를 나눠서 지원 강도를 달리하는 구조다.

16~17세이면서 아직 보호 중이면 eligible child, 16~17세인데 보호를 떠났으면 relevant child, 18~24세가 되면 보통 former relevant child로 분류된다.

또 보호 기간이 짧았던 경우에는 person qualifying for advice and assistance라는 별도 범주가 있어, 지원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

이 제도의 중심 인물은 PA(Personal Adviser)다. PA는 단순 상담자가 아니라, 법과 지침상 실질 조정자에 가깝다.

공식 지침은 PA의 기능을 실질적 조언과 지원 제공, Pathway Plan 작성과 평가 참여, 계획 검토 참여, 서비스 조정, 청년의 진척과 안부 파악, 연락 및 서비스 기록 유지로 규정한다.

실제로는 독립생활 기술, 돈 관리, 복지급여 신청, 주거 선택, 취업 유지, 건강·정신건강 서비스 연결, 여가·지역사회 활동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한국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PA가 "누군지"가 명확하고, 만나는 빈도도 꽤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잉글랜드 청년은 보통 15~17세 사이에 PA를 만나기 시작하고, 사회복지사가 보호종료 전에 반드시 PA를 소개해야 한다.

PA와 청년 간의 관계 밀도를 높이는 장치가 눈에 띈다. 최소 2개월에 1번 PA가 만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더 구체적으로 새 주거지로 옮기면 7일 이내 방문, 그 뒤 28일 시점 재방문, 이후에는 2개월을 넘기지 않는 간격으로 방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최소 기준일 뿐이며, 문제가 생기면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잉글랜드는 "연락을 유지한다" 수준이 아니라, 정기적 대면 접촉을 제도 의무로 걸어 둔 구조다.

정리하면, 아일랜드는 사전 준비와 주거를, 잉글랜드는 전담자 지정과 접촉 빈도를 제도의 뼈대로 삼았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 지원 기간 자체는 짧을 수 있지만, "누가 책임지고 어떤 리듬으로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가 제도 속에 훨씬 촘촘하게 박혀 있다.

한국은 사후관리 기간이 5년으로 더 길지만, 실무에서 청년 1명에게 "누가 끝까지 붙어 있느냐"가 여전히 약한 편이다.


6. 누가, 언제까지, 어떻게 곁에 있을 것인가

결국 자립전담인력과의 느슨한 관계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돈은 지급될 수 있지만, 위기 신호는 놓치기 쉽고, 문제는 늦게 발견되며, 청년은 다시 혼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가 끝내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누가, 언제까지, 얼마나 자주, 어떤 책임을 지고 이 청년 곁에 있을 것인가.

자립준비청년 지원은 현금지급의 확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돈이 삶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과 관계, 그리고 책임 있는 사례관리 구조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자립은 시작된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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