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적십자병원 ‘빈 병상’ 65%…300만 도시 공공의료가 흔들린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19 14:24:30 댓글 0
4년간 환자 21.2% 감소…전국 6개 적십자병원 중 감소폭 최대
[데일리환경= 안상석 기자] 300만 인구를 가진 인천의 공공의료 한 축인 인천적십자병원이 환자 감소와 낮은 병상이용률, 의료진 이탈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지역 적십자병원들이 코로나19 이후 환자와 병상이용률을 회복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인천적십자병원은 오히려 주요 운영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단순한 경영 부진을 넘어 지역 공공의료 기능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22~2026년 6월) 전국 적십자병원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천적십자병원의 연간 진료 환자 수는 2022년 11만4,049명에서 2025년 8만9,864명으로 2만4,185명 감소했다.


감소율은 21.21%로 전국 6개 적십자병원 가운데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서울적십자병원 환자는 18만6,400명에서 23만6,252명으로 26.74% 증가했고, 영주적십자병원도 16만953명에서 16만9,293명으로 5.18% 늘었다. 전국 적십자병원 전체 환자 수 감소율이 0.75%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인천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3만5천명…군 단위 적십자병원보다 적어
▲2022년~2026년 6월 전국 적십자병원 연인원 환자 수

환자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인천적십자병원을 이용한 환자는 3만5,203명으로 거창적십자병원 6만8,878명, 통영적십자병원 5만1,915명보다 적었다.

단순히 도시 인구 규모만으로 공공병원의 성과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인구 300만명 규모의 광역도시에 위치한 병원의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의 적십자병원보다 적다는 점은 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 심각한 지표는 병상이용률이다.

전국 적십자병원의 평균 병상이용률은 2022년 37.0%에서 2026년 상반기 55.8%로 상승했다. 서울적십자병원은 같은 기간 26.2%에서 63.6%까지 올라갔고 영주 57.7%, 통영 62.3%, 거창 62.4%, 상주 54.3%를 기록했다.

반면 인천적십자병원은 2023년 38.9%, 2024년 38.8%, 2025년 38.7%로 3년 연속 30%대에 머물렀고 올해 상반기에는 34.5%로 더 떨어졌다.

전국 평균보다 21.3%포인트 낮다. 수치상 전체 병상의 약 65.5%가 가동되지 않는 수준이다.

의사 22명→15명…환자 감소보다 우려되는 ‘악순환’

병원 운영 정상화의 또 다른 걸림돌은 의료인력이다.

인천적십자병원의 의사직 현원은 2024년 22명에서 2025년 15명으로 1년 만에 7명, 31.8% 감소했다.

여기에 정식 병원장이 없는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공병원의 의료진 감소는 단순히 직원 숫자가 줄어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정 진료과 전문의가 빠질 경우 해당 진료과의 기능 자체가 약화될 수 있고, 이는 환자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환자가 감소하면 병원의 수익성과 진료 실적이 떨어지고 다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단순히 '환자가 적어 병상이 비어 있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의료인력 감소와 진료기능 약화가 환자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야 한다.
▲2022년~2026년 6월 전국 적십자병원별 병상이용률

병원전문가 “병상이용률 34.5% 자체보다 왜 환자가 떠났는지 밝혀야”

병원 경영·공공의료 전문가들은 낮은 병상이용률만으로 병원의 성과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공공병원은 민간병원과 달리 수익성이 낮더라도 감염병 대응과 취약계층 진료, 필수의료 등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적십자병원의 병상이용률이 코로나19 이후 50~60%대로 회복된 상황에서 인천만 30%대에 머물고 있다면 별도의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병원전문가는 “공공병원의 병상이용률을 민간병원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3년 이상 낮은 가동률이 지속되고 의료진까지 크게 감소하고 있다면 진료 경쟁력과 인력 운영, 환자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가 1년 만에 22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는 부분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전문의가 부족해지면 환자가 원하는 진료를 받기 어려워지고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며, 환자가 줄어들면 다시 의료진 확보가 어려워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병원장을 선임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상적인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어떤 진료과에서 의료진이 줄었는지, 전문의 이탈 이유는 무엇인지, 환자 감소가 두드러진 진료과는 어디인지 등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의료진 확보와 진료과 재편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인천적십자병원 의사직 정원 및 현원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시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의 경영지표 자체가 아니라 '필요할 때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의료진 감소가 지속될 경우 우선 우려되는 것은 진료 선택권 축소다. 필요한 전문의가 부족하면 시민들은 다른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찾아 이동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와 저소득층, 만성질환자 등 이동이 쉽지 않거나 지속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시민에게 지역 공공병원의 진료기능 약화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대기시간과 의료 접근성 문제다. 전체 의사 수가 감소한 상태에서 특정 진료과에 환자가 몰릴 경우 예약이나 검사 대기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응급·필수의료 대응력이다. 공공병원은 평상시 환자 진료뿐 아니라 감염병이나 재난 등 비상 상황에서 지역 의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 평소 의료인력과 병원 기능이 충분히 유지되지 않는다면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신속하게 확대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빈 병상이 몇 개냐'보다 그 병상을 실제 가동할 의사와 간호사, 진료과와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다.

‘환자가 없는 병원’인가, ‘환자가 찾기 어려워진 병원’인가

인천적십자병원의 병상이용률 34.5%라는 숫자만 보면 단순히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의사 수가 불과 1년 만에 31.8% 감소했다는 사실을 함께 놓고 보면 질문은 달라진다.

환자가 줄어서 의사가 떠난 것인지, 의사가 줄고 진료기능이 약화되면서 환자가 떠난 것인지 정확한 진단이 먼저 필요하다.

더욱이 다른 적십자병원들의 병상이용률이 50~60%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데 인천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일반적인 공공병원 경영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한적십자사와 보건복지부, 인천시는 단순히 병원장을 선임하고 의료진 몇 명을 충원하는 수준을 넘어 진료과별 환자 감소와 의료진 이탈 원인을 공개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병상 숫자가 많은 공공병원이 아니라 아플 때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다.

허종식 의원은 “타 지역 적십자병원들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화 궤도에 오르고 있는 반면 유독 300만 대도시 인천의 적십자병원만 환자와 병상이용률이 동시에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상이용률이 34% 수준에 그친다는 것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험 신호”라며 병원장 공석 해소와 필수 진료과 전문의 확보, 진료기능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의 위기는 단순한 병원 한 곳의 경영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 감소가 계속되고 시민들이 병원을 떠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지역 공공의료 안전망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병상을 채우기 위한 단기 처방이 아니라 시민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진료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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