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색 환경정책 리포트]  토끼와의 100년 전쟁부터 AI 고양이 울타리까지 ... 호주의 ‘독특한’ 생태계 잔혹사

정이든 청년기자 기자 발행일 2026-08-25 07:46:25 댓글 0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대륙 호주가 외래종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파격적인 환경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고유종 보호라는 명목 아래 추진되는 호주의 생태계 복원 프로그램들은 다른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고 이색적이다.


▲ 호주 AI 살충 울타리(사진출처=호주 기후변화·환경·에너지·수자원부 공식 발표자료)


야생 고양이와의 사투 ... 'AI 살충 울타리'의 등장

호주 정부가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야생 고양이(Feral Cat) 퇴치다. 호주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 고양이는 매일 수백만 마리의 토종 조류와 소형 포유류를 포식하며 최소 20종 이상의 호주 고유종 멸종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이에 서호주주(Western Australia) 환경보호청은 첨단 기술을 결합한 ‘펠리카트(Felixer)’라는 AI 기반 생태 울타리 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는 AI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로 접근하는 동물의 체구와 걸음걸이를 실시간 분석한다. 

둔한 캥거루나 남방털코알라 등 토종 동물이 지나갈 때는 작동하지 않지만, 야생 고양이의 특유의 체형을 인식하면 치명적인 독성 젤(독소 1080)을 분사한다. 털에 독소가 묻은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는 과정에서 독을 섭취해 사살된다. 기술을 활용해 다른 야생동물의 피해는 줄이고 표적만 정확히 제거하는 이색 정책이다.


'토끼 대열병 바이러스'와 '사냥 포상금제'

호주의 외래종 잔혹사는 19세기로 올라간다. 1859년 수입된 단 24마리의 토끼가 번식해 대륙 전체를 황폐화하자, 호주 정부는 20세기 중반 토끼 전염병인 ‘점액종 바이러스’와 ‘토끼 출혈열 바이러스(RHDV)’를 인공적으로 유포하는 치명적인 생물학적 퇴치 정책을 펼쳤다.

또한 퀸즐랜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생태계 파괴종인 ‘수리남두꺼비(Cane Toad)’를 잡아 오면 마리당 포상금을 지급하거나, 이를 수거해 유기농 비료로 재활용하는 주민 참여형 환경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다.


[기자의 시선] 잔혹함과 명분 사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호주의 중대한 결단

외래종을 향한 호주의 환경 정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모두 고운 것은 아니다. 고양이에게 독극물을 분사하거나 전염병 바이러스를 생태계에 뿌리는 방식은 동물권 단체들로부터 "과도하게 잔혹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호주 현지에서 만난 생태학자들과 환경 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수천만 년간 고립되어 독자적으로 진화한 호주의 취약한 생태계는 외래종의 침입에 스스로를 방어할 무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방치할 경우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귀중한 토종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결국 호주의 이색적이고 다소 과격한 환경 정책은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린 인간의 과거 실수를 수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배수의 진'이다. 

기술의 발전(AI)을 활용해 타격 대상의 정확도를 높이고 고통을 줄이려는 최근의 시도들은 잔혹한 퇴치법을 넘어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명분을 지켜내기 위한 호주 정부의 깊은 고민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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