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가락시장)이 낱개 하역 중심의 전통적 유통 방식에서 탈피해 파렛트 중심의 기계화 물류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12일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오는 10월 1일부터 느타리버섯과 봄동배추, 11월 1일부터는 제주당근에 대해 파렛트 출하가 전면 의무화된다.
이번 조치는 농산물을 단순히 파렛트에 실어 보내는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산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도착한 뒤 일일이 상·하차 작업을 반복하던 기존 체계를 개선해, 산지부터 도매시장까지 파렛트 단위로 일관 이동하는 ‘통합 물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파렛트 기반의 물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시장 운영의 필수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공사는 2024년 12월 입주한 시설현대화사업 채소2동을 시작으로 알배기배추, 육지당근, 파프리카, 가지 등으로 파렛트 출하 의무화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실제 현장의 파렛트 출하 비중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전체 파렛트 출하율은 2024년 8월 말 83.7%에서 2025년 87.0%, 올해 8월 말 기준 90.3%까지 치솟았다. 2년 만에 6.6%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미 파렛트 출하가 정착된 채소2동의 경우 같은 기간 100%의 출하율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새롭게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는 품목들은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올해 8월 말 기준 느타리버섯의 파렛트 출하율은 55%, 봄동배추는 지난 3월 말 기준 54% 수준으로 절반 가까운 물량이 여전히 기존 수작업 방식으로 출하되고 있다. 이에 공사는 의무화 시행에 앞서 도매시장법인과 함께 출하자 대상 안내를 강화하고 파렛트 물류비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제주당근의 경우 산지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제주지역은 해상운송이 필수적인 데다 영세농가 비중이 높아 육지 산지와 동일한 잣대로 단기간에 파렛트 출화를 강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산지 여건에 맞춤형 지원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제주당근의 파렛트 출하율은 2025년 3월 말 8.6%에서 올해 3월 말 48.0%로 39.4%p 대폭 상승했다. 오는 11월 전면 의무화가 시행되면 제주당근 역시 기존 박스 단위 수작업에서 파렛트 중심 물류로 체질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물류 효율성 제고 기대 속 '농가 실질 부담' 세심하게 살펴야
파렛트 출하 확대의 가장 큰 메리트는 단연 '물류 효율성'이다. 기존에는 화물차에 실린 상자를 작업자가 하나하나 내리고 다시 쌓아야 했지만, 파렛트 단위 출하가 정착되면 지게차 등 장비를 활용해 대량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이는 하역시간과 인력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운송·하역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품 눌림 및 파손을 줄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이는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성공적 정착과도 직결된다. 향후 신축될 채소1동과 과일동은 엄격한 정온관리를 위해 일반 화물차량의 내부 진입을 제한하고 물류장비 중심으로 상품을 이동하도록 설계된다. 공사는 2030년 채소1동, 2033년 과일동 입주 일정에 발맞춰 현재의 품목별 파렛트 의무화를 신축동 전체 거래품목으로 단계적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물류 혁신의 그늘 아래 '비용 부담의 주체'가 누구냐는 점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대규모 산지조직이나 물류 인프라를 갖춘 출하자와 달리, 소규모 영세농가는 파렛트 확보 및 적재, 산지 작업 환경 변경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인력 투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 제주당근에 1년여의 시범운영 기간이 필요했던 이유도 이 같은 산지별 물류 격차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파렛트 출하율 몇 % 달성'이라는 숫자로만 정책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출하농가가 실제 체감하는 물류비·하역비 절감 폭과 상품 파손율 개선 정도를 다각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공사는 파렛트 출하가 상·하차 작업을 대폭 줄여 농가의 하역비 부담을 낮추고, 농산물 상품성을 유지해 수취가격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파렛트 rented/구입비 등 새로 발생하는 비용을 감안할 때, 실제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질지는 향후 누적될 거래 데이터를 통해 명확히 검증되어야 한다.
가락시장의 파렛트 출하율 90% 돌파는 국내 농산물 유통 물류가 본격적인 기계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입증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단순히 '100% 파렛트 출하'라는 목표 수치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도매시장의 물류 효율화가 산지 농가의 실질적인 비용 절감과 소득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도록 연착륙시키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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