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부르는 층간소음, 공공 중재도 '헛바퀴'…건설업계 "시공 기준만 높여선 한계"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1 07:18:53 댓글 0
▲최근 10년간(2016~2026.8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접수·처리현황

[데일리환경=안상석기자] 이웃 간 사소한 다툼을 넘어 흉기 난동과 살인 등 강력범죄로 비화하는 층간소음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중재 창구는 상담 위주의 형식적 대응에 머물고 있으며, 시공 기준 강화만을 주문받는 건설업계 역시 공사비 상승과 기존 구축 주택의 구조적 한계를 호소하며 난색을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1단계 전화상담은 총 35만 5,047건에 달했다.

코로나19 시기 급증했던 상담 건수는 2021년 4만 6,596건에서 2025년 3만 2,662건으로 잠시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8월 기준 하루 평균 약 110건(총 2만 6,852건)이 몰리며 불과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건수의 82%를 웃돌았다. 갈등 양상이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선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현장 대응 체계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이다. 2016년 이후 접수된 2단계 현장진단 9만 937건 중 77.1%(7만 124건)가 단순 추가 전화상담에 그쳤다. 갈등 해결의 핵심 객관 지표가 되는 ‘방문상담 및 소음측정’까지 진행된 사례는 전체의 4.6%(4,211건)에 불과했다. 행정력 부족과 까다로운 절차 탓에 소음의 실체를 규명하지 못하는 사이, 피해 주민들은 극한의 감정 대립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과 5월, 7월 등 전국 각지에서 층간소음 갈등이 흉기 난동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참극이 잇따랐다. 중재 기구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사적 보복과 강력범죄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황희 의원은 "층간소음은 주거 평온을 넘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실효성 있는 현장 중재 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소음 차단 성능을 높인 고품질 주택 건설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건설업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사후 확인제 도입 등 이미 강화된 층간소음 차단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슬래브 두께를 늘리고 완충재 성능을 개선하는 등 기술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건축 규제만으로 문제를 완전히 뿌리뽑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바닥 두께 상향과 고성능 완충재 적용 등 설계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공사비 상승과 분양가 인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며 "공학적인 차음 기술을 총동원하더라도 발뒤꿈치 충격음(중량충격음)과 같은 진동성 소음을 100% 차단하는 것은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극단적 갈등이 빈발하는 대다수 현장은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기 전 지어진 노후 아파트나 다세대·빌라"라며 "신축 주택에 대한 시공 기준만 옭아맬 것이 아니라, 기존 구축 주택의 바닥 보강 지원책과 함께 입주민 간 분쟁을 초기에 물리적으로 분리·중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전망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