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년도 사업비를 배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 정책과 재정 투입, 민간 기부를 묶어 보전사업을 지속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스 포 퍼머넌스(Project Finance for Permanence·PFP)’ 모델을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케냐 야생동물청(KWS)과 국제 보전단체 더 네이처 컨서번시(TN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의 명칭은 스와힐리어로 ‘자연의 가치’를 뜻하는 ‘타마니 아실리(Thamani Asili)’다. 사업은 케냐 전역 31개 카운티에 걸친 4개 우선 경관을 대상으로 추진된다. 대상지는 차보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지역, 그레이터 에와소, 그레이터 리프트에서 서부로 이어지는 지역, 케냐 남부다.
재원은 국제 기부금 8000만달러와 케냐 정부의 같은 규모 재정으로 구성된다. 사업 주체들은 이 돈을 활용해 약 270만㏊의 새로운 보전지역을 조성하고, 이미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약 1100만㏊의 관리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또 지역사회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약 600만㏊에 대한 토지 이용과 자연자원 관리 여건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케냐 정부와 보전단체가 이 모델을 택한 배경에는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만으로는 생태계 보전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다. 야생동물 서식지 주변 주민이 토지와 수자원을 이용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보전 재원과 지역경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에는 생태관광, 지속가능한 방목, 탄소 관련 사업, 자연 기반 사업을 통한 소득 창출이 포함됐다.
TNC는 이 사업이 직접적으로 약 160만명에게 혜택을 주고, 토지 거버넌스와 자연자원 관리가 개선되면 추가로 약 390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일자리 약 7800개와 간접 일자리 약 1만5000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수치는 사업 주체들이 제시한 예상치로, 실제 성과는 향후 기금 집행과 지역별 사업 이행 과정에서 확인될 필요가 있다.
초기 사업 대상지 가운데 차보 지역은 케냐의 주요 국립공원들이 모여 있고, 국가 전체 코끼리의 약 40%와 멸종위급 검은코뿔소의 약 20%가 서식하는 곳으로 소개됐다. 케냐 남부 지역은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생태계로 이어지는 야생동물 이동축과 맞닿아 있어 국경을 넘는 서식지 연결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협약은 케냐가 2030년까지 육상·내륙수역·연안 생태계의 30%를 보전한다는 목표에 접근하기 위한 재정 수단이기도 하다. TNC는 케냐의 현재 보호 수준을 국토의 약 20~23%로 추정했다. 사업 주체들은 2035년까지 약 750만t의 탄소 배출을 피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 역시 계획 단계의 전망치인 만큼, 감축량 산정 기준과 사업별 검증 방식이 향후 공개돼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PFP 방식은 브라질과 가봉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케냐 사례는 보전 목표를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재원과 정책 조건을 함께 묶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장기 기금이 지역사회에 실제로 배분되는지, 토지 권리와 의사결정에 주민이 참여하는지, 보전 확대가 생계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는지는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케냐의 새 프로그램은 자연보전과 지역경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장기 정책 실험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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