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불평등 이론’ “똑같이 마셔도 가난할수록 아프다”
상태바
‘미세먼지의 불평등 이론’ “똑같이 마셔도 가난할수록 아프다”
  • 성혜미 기자
  • 승인 2019.05.15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 수록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 수록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제공)

 

“티끌 모아 티끌”, “노력해도 흙수저”


온라인상에서 불평등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오늘날 이 같은 문장은 불변의 명제처럼 여겨진다. 전 세계가 경기침체일 때 고소득층의 지갑은 두꺼워지고 서민들만 점점 고달파진다. 여기에 더 절망스러운 소식이 들려온다. 미세먼지도 소득수준에 따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불평등한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숨 쉬는 인간이라면 잘사는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건강에 좋지 않다. 이런 점에서 미세먼지는 ‘평등’하다. 그러나 사실 미세먼지는 불평등하다. 


이종태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 교수가 지난 2006년 서울에서 천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15살 이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는 고소득 지역이 높았으나 천식 환자 비율은 저소득 지역에서 더 높았다. 


또한 이 교수와 동료 연구진이 전국 7대 주요 도시 7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미세먼지가 10㎍/㎥(1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 자연사 증가율(초과사망률)을 비교한 결과 사회경제적 지표가 열악한 지역일수록 초과사망률이 높았다.

‘초과사망률’이 1%면 기존에 100명이 자연사하던 곳에서 미세먼지가 10㎍/㎥ 높아질 때마다 1명이 추가로 죽는다는 의미다. 이는 미세먼지가 가난한 동네 주민들에게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지역이 아닌 개인 수준에서 분석해도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 정도가 컸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는 올해 1월 2006~2016년까지 서울시에 거주하는 호흡기질환자(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를 대상으로 분석한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측정 자료와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한 호흡기질환에서 의료 이용과 사망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 때 호흡기질환 환자의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일부 질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로 어린이와 노년층, 소득수준이 낮은 집단, 기도 질환의 경우 여성에게서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에 따른 건강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계층을 미세먼지에 대한 민감 계층으로 구분하고 좀더 특화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소득수준에 따른 미세먼지의 건강 불평등은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 주제다. 
우선 중국의 경우 소득수준별로 미세먼지 차단 관련 제품의 구매량을 분석했다.  지난 2017년 중국 칭화대 충쑨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에 자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구매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마스크·공기청정기 판매량 자료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마스크 구매량의 경우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1% 진해질 때 구매량은 비슷했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공기청정기의 경우 저소득 집단의 구매량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중위소득~고소득 집단은 공기청정기 구매량이 20% 증가했다. 중국소비자협회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마스크는 초미세먼지를 33% 차단하고 공기청정기는 92% 차단했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 수록 미세먼지로부터 효과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 워싱턴대의 크리스토퍼 테섬과 동료 연구진도 미국에서 초미세먼지(PM2.5) 발생의 인종별 ‘배출 대비 노출’ 수준을 분석해 올해 3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바 있다. 


분석 결과 백인들은 배출량 대비 노출량이 17% 적었다. 초미세먼지를 100 만들었다면 83만 들이마셨다는 의미다.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은 자신이 만든 초미세먼지보다 각각 56%, 63% 더 많은 양을 마셨다. 배출량보다 노출량이 많은 셈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로버트 블라드 미국 텍사스서던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백인들이 오염 물질을 가난한 사람과 유색인종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