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백동산 주민들 환경지킴이로 나서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05-28 06:21:04 댓글 0
개발행위 규제로 침체됐던 마을, 생태관광 추진하며 활기 살아나
▲ 제주

제주 동백동산 습지 선흘1리 마을 주민들이 개발행위 규제로 침체됐던 마을을 살리기 위해 환경지킴이로 자청하고 나섰다.


제주도 중산간 지역인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에 있는 동백동산 숲 가운데 ‘먼물깍’ 습지를 포함한 절반쯤(0.59㎢)이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람사르협약에 따른 보호 습지(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숲에는 참나무과 상록수인 종가시나무와 참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우점종을 이루지만 이름처럼 동백나무도 많다. 이곳 동백나무는 다른 나무와 경쟁하느라 대부분 굵기에 비해 키가 웃자라 흔히 보는 동백나무와는 다른 모습이다.


500여년 전부터 마을을 이룬 선흘1리 사람들은 동백동산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먼물깍을 비롯한 50여개의 크고 작은 숲속 습지는 사람과 가축에게 필요한 물을 제공했다.


숲의 나무는 땔감이 됐고, 동백나무 열매에서는 기름을 얻었다. 숲 곳곳의 작은 용암동굴들은 압박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의 은신처가 됐다.


동백동산은 1971년에 제주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일찍 보호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제주도 중산간 어느 지역보다 곶자왈의 원형이 잘 보존될 수 있었다. 세계에서 제주에만 자생하는 제주고사리삼, 멸종위기종이면서 천연기념물인 팔색조 등 법정보호생물만 15종이 이곳에서 살아간다.


2011년 람사르습지 등록과 생태관광 추진은 인구 600여명의 농촌 마을인 선흘1리 주민들이 동백동산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됐다. 환경부 국립습지센터 지원을 받은 제주생태관광 고제량 대표가 40년 이상 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는 것을 마뜩잖아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생태관광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중심이 돼 동백동산의 생태와 주변의 4·3 성터 등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주민들과 행정기관, 환경단체, 생태관광 여행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생태관광협의체가 꾸려졌다. 생태관광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는 ‘리민 큰마당’이라는 이름의 원탁회의에서 논의해 결정하는 틀도 갖췄다.


주민 사이에 개발만이 아니라 보존도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침체했던 마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질토래비’(제주말로 길 안내자라는 뜻)로 나서며 동백동산의 환경 지킴이를 자청했다.


생태관광 추진 이전 1만 명이 안 되던 탐방객도 2013년 1만 7000여 명, 지난해 1만 9000여 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덕분에 생산한 농산물을 팔기가 쉬워지고, 외지로 떠났던 주민들이 돌아와 식당을 여는 등 생태관광이 소득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활발한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선흘1리는 지난해 환경부의 ‘생태관광 성공모델’로 뽑혀 다른 지역에서 배우러 찾아오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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