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시나브로 10월이다. 설악산 대청과 중청에서 지난주부터 가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한가위가 지나고 이제 아침과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을의 절정인 10월 화려한 색으로 단장한 가을 산하에 들려 짙은 향과 절경에 물들어보자. 가을이 머무는 숲과 길에서...▲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용문사의 은행나무 모습◆ 은행나무 전설 '양평 용문사'산세가 크고 계곡이 깊은 용문산은 예로부터 명산으로 일컬어졌다. 가을이 되면 온통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이 물들며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 용문사 일주문에서 시작된다. 붉은 기둥위에 용이 내려앉은 일주문은 속세와 절집을 나누는 문이 아니라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라도 되는 양, 몽환적인 총천연색 절경을 내어준다. 그러나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가을이 머무는 숲길을 걸어 경내에 접어들면 비로소 웅장한 크기의 용문사 은행나무를 만나기 때문이다.높이가 42m나 되는 동양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다. 추정 수령이 1100년이 넘어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많은 전설을 품고 있다. 의상대사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이 나무로 자랐다는 이야기. 신라의 마지막 세자인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안고 심었다는 이야기까지. 특히 마을 사람들은 나라의 큰일이 있을 때 나무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며 신성시한다. 영험한 은행나무에 작은 소망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 천 년을 넘긴 용문산의 수호신이 각별히 보살펴 줄지 모를 일이다.▲ 경기도 광주에는 남한산성에 가을이 찾아오면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난다.◆ 알록달록 화려한 가을산성 '광주 남한산성'남한산성은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단풍명소다. 아름다운 풍경과 화려한 단풍이 어우러지고, 등산로와 성곽이 잘 보존되어 가을 산행을 즐기기 알맞은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하고 출출한 속을 달래줄 맛있는 음식점이 많은 것 또한 장점이다.성곽의 길이가 12km에 달하는 남한산성에는 총 5개의 등산로를 겸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그중 1코스는 남한산성 성곽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길이다. 산성 종로로터리를 출발해서 북문과 서문을 거쳐 남문으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비교적 평이하므로 안전하게 산행을 즐기기 제격이다. 가을에는 시작점인 종로로터리 바로 옆 침괘정 일대의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장관을 이룬다. 서문에서 수어장대로 향하는 길에는 굽이굽이 휘어지는 성벽 너머 풍경이 압권이다.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등을 배경으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제4코스는 가을 단풍에 특화된 길이다. 남문에서 남장대터를 지나 동문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화려한 남한산성 단풍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단풍 속으로 빨려드는 성곽을 쫓다 보면 어느새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