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옛 중앙정보부 6국 터, 인권 광장전시실로 조성

강완협 기자 발행일 2017-08-16 14:55:23 댓글 0
서울시, 내년 8월까지 조성 완료할 계획

“덩치 큰 사내 3명이 신림동 하숙집으로 찾아왔습니다.… … 상체를 숙이게 하고 택시기사에게 ‘남산으로 가주시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남산으로 가는 줄 알았습니다”-양길승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장(전 녹색병원 원장)


“지하 육중한 철문에는 헌병들이 서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일반 사무실과 같았지요. 그러나 사무용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빈 책상과 각목, 5파운드 곡괭이가 있었지요. 우중충했어요. 바닥도 사무실처럼 매끈매끈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멘트를 발라서 굳혀 높은 바닥이고 양쪽으로 붙박이 의자가 있었어요. 남영동처럼 고문 시설이 따로 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철제 책상 2개가 있었어요. … … 그들은 두 책상 사이에 철봉을 걸고 거기에 나를 거꾸로 매달아 고문하였습니다.”-최민화 민청학련계승사업회 대표(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군부독재 시절 혹독한 고문수사로 악명 높은 곳이었던 남산 예장자락의 ‘중앙정보부 6국’ 자리가 인권 광장전시실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중앙정보부 6국’을 의미하는 ‘6’과 부끄러운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를 담아 ‘기억6’으로 이름짓고, 오는 2018년 8월까지 조성을 완료한다고 16일 밝혔다.


▲ 기억6 조감도.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시절 국내 정치사찰, 특히 학원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던 국가기관이다.


이 건물은 지난 1995년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소유권을 매입, 최근까지 서울시 남산2청사로 사용되다가 작년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는 모두 철거됐다.


‘기억6’은 인권을 주제로 한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1층~지하1층, 160㎡)이 있는 300㎡ 면적의 광장으로 조성된다.


전시실 지하에는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국가변란기도사건)’ 등에 대한 수사와 고문이 이뤄졌던 취조실(고문실)이 재현된다. 1층 전시실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 공간은 실제 취조실이 있었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 지하공간(2개실)을 정밀 해체한 뒤 전시실 지하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전시실 1층에는 자료 검색이 가능한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 등이 설치된다. 또, 전시실에 있는 엽서에 시민들이 직접 적은 메시지를 빔 프로젝터를 통해 내부벽면에 표출하는 참여형 전시도 진행된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고통의 역사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 기록하고 창조적으로 재구성해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공간의 시민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어두운 역사를 치유하는 일”이라며 “기억6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줘 우리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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