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매개체 나비,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 처해… 서식지 복구에 앞장서야 

김정희 기자 발행일 2023-06-08 14:22:10 댓글 0


[데일리환경=김정희 기자] 곤충은 변온동물이다. 체온을 스스로 유지하기 어려워 외부 온도에 따라 신체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할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렵다. 그중 나비 역시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이에 나비는 기후변화의 지표종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미국 서부에 서식하는 제왕나비의 개체 수는 1980년대 1천만 마리에서 2021년에 1914마리로 확인됐다고 한다. 1980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99.9%가 급감한 것이다. 


제왕나비의 경우 기후변화에 비교적 적응력이 강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벌목 현상이 심각해지고 겨울철 이들의 서식지가 망가진 탓에 개체 수가 감소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제왕나비는 지난 2022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이 ‘멸종 위기’ 목록에 등재했다. 

미 농업식량 생산의 대부분이 수분 매개체인 제왕나비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이들의 서식지 복원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나비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음이 확인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라산 1300m 이상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나비의 서식상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북방계 나비인 산굴뚝나비의 경우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 200m 높은 해발 1700m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겼고, 개체 수 또한 2019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30%가량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나비의 개체 수가 늘어난 곳도 있다. 멕시코 환경당국과 세계자연기금(WWF)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멕시코의 제왕나비 개체 수가 전년에 비해 35%가량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개체 수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겨울 산불로 인한 나무 손실이 전년에 비해 적다는 점과 기후변화에 적응한 나비들 스스로 이주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를 보듯 국내나 미국의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한 나비의 서식지 복원은 시급해 보인다. 단순히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한 종을 위함이 아니다. 먹이 사슬의 가장 하위 군에 속해 있는 곤충이 사라진다면, 먹이 사슬 최상위에 있는 인간 역시 위험에 처할 것이다. 

당장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 앞에 닥친 기후 위기를 쉽사리 해결할 순 없겠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이들의 서식지 복구에 힘써 생태계 안정을 위해 애써야 한다. 

사진=언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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