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42.5도 재난급 폭염…쪽방촌·노숙인 생존 지키는 현장 환경구호 확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05 22:00:35 댓글 0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더위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고령자, 장애인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냉방시설을 이용하기 어렵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에게 폭염은 불편한 날씨가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전국 재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폭염 대응 물품을 지원하고, 세탁구호차량을 현장에 투입하는 등 긴급 구호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지원은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 폭염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

희망브리지는 지난 6월부터 전국 16개 시·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약 10억 원 상당의 폭염 대응 물품 6만여 점을 전달했다.

폭염 대응 키트에는 냉각 선풍기와 우양산, 자외선 차단 모자, 쿨젤 매트와 베개, 식염포도당, 멀티비타민 등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물품 14종이 포함됐다.

단순히 생수나 부채를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실제 생활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냉방 보조용품과 건강관리 물품을 함께 지원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쪽방촌·노숙인 찾아 현장 지원

희망브리지는 BGF리테일과 신한금융그룹, 유니클로, 롯데 유통 계열사 등과 협력해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구호 활동도 진행했다.

현장에서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위생용품 키트 2천 세트, 폭염 대응 물품 600세트, 삼계탕 800식, 여름 의류 키트 100세트, 이재민 구호 키트 100세트 등을 전달했다.

전국노숙인시설협회를 통해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노숙인들에게는 500㎖ 생수 3만8천720병과 위생용품 1천456세트를 지원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장애인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임대아파트 단지에는 세탁구호차량을 긴급 투입했다.

폭염기에는 땀과 습기로 의류와 침구의 위생 상태가 나빠지기 쉽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세탁시설이 부족한 주민들은 이를 관리하기 어렵다. 세탁구호차량 투입은 냉방 물품 지원과 함께 주거 위생을 개선하기 위한 현장형 지원으로 평가된다.

물품 지원만으로는 한계…상시 보호체계 필요

재난복지 전문가들은 폭염 취약계층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회성 물품 전달보다 지속적인 건강 확인과 냉방 공간 확보라고 지적한다.

폭염에 취약한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노숙인은 탈수나 열탈진 증상이 발생해도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거나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장 방문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 의료기관이나 쉼터로 즉시 연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쪽방촌은 건물 내부에 열이 축적되고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내 온도가 외부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냉각용품을 제공하더라도 전기요금 부담이나 열악한 주거 구조로 인해 실질적인 냉방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난안전 전문가들은 폭염 대응이 민간단체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 복지기관, 소방당국이 취약계층 명단과 위험 정보를 공유하고, 폭염특보가 내려질 때 방문 확인과 응급 이송을 동시에 가동하는 상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명인 참여 캠페인…기부 확산도 추진

희망브리지는 폭염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폭염 재난 대응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인 이승윤이 캠페이너로 참여했으며 배우 문가영과 프로게이머 ‘쵸비’ 정지훈 등도 나눔 활동에 동참했다.

협회는 국민 성금을 바탕으로 폭염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추가로 발굴하고, 세탁구호차량 투입과 맞춤형 구호물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희망브리지 신훈 사무총장은 “폭염은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에게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재난”이라며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여름을 견딜 수 있도록 지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폭염 피해는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발생하지 않는다. 냉방이 가능한 집과 건강을 돌봐줄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 더위는 견뎌야 할 불편일 수 있지만, 거리나 쪽방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된다.

생수와 냉각용품, 위생키트 지원은 당장의 위험을 줄이는 데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폭염이 매년 반복되고 강도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긴급 물품 전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취약계층이 실제로 냉방시설을 이용하고 있는지, 온열질환 증상은 없는지, 야간에도 안전하게 머물 공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촘촘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폭염 대응은 기부와 선의에 의존하는 구호 활동을 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상시 복지·재난 정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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