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의 IT 칼럼] AI 대전환 시대,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은 기술이 아니라 권리다.

이수영 칼럼니스트 기자 발행일 2026-08-06 13:47:36 댓글 0
AI 시대, 누구도 지능정보사회 밖에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 혁신과 미래를 연결하는 이수영 전문 칼럼니스트


"이 서비스는 AI를 통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안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공공기관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민원상담을 도입하고, 병원은 AI 예약시스템을 운영하며, 금융기관은 AI 상담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일상 곳곳에서 AI는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은 분명 더 편리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도 더 편리해졌을까? 디지털 기술은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화면 속 정보를 음성으로 전달받아야 한다. 청각장애인은 음성이 아니라 자막과 수어를 통해 정보를 이해한다. 발달장애인은 복잡한 문장보다 쉬운 언어와 직관적인 구성이 필요할 수 있다. 뇌병변장애인은 음성이나 손동작 대신 다른 방식으로 기기를 조작해야 할 수도 있다. 기술은 하나지만, 사람들의 접근 방식은 모두 다르다.

AI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AI는 텍스트와 음성, 이미지, 영상을 동시에 활용되며 일상의 기술로 자리잡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이 곧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를 설명하는 AI가 시각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실시간 자막이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어떨까? AI 챗봇이 쉬운 언어(Easy Read)를 지원하지 않아 발달장애인이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기술은 존재하지만 권리는 실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로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AI 시대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이 갖는 새로운 의미다. 많은 사람들은 접근성을 기술적 기능으로 생각한다. 화면낭독기를 지원하고, 글자를 크게 만들고, 자막을 제공하는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접근성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다. 접근성은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권리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교육에 참여할 수 있고, 교육에 참여할 수 있어야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며,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경제적 자립도 가능해진다.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문화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접근권은 하나의 서비스 이용 문제가 아니라, 다른 모든 권리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접근성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보와 통신, 교통, 시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AI 시대에는 이 조항을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 이제 접근성은 건물의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등 공간적 접근을 위한 베리어프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성형 AI, 음성비서, 디지털 행정서비스, 온라인 교육, 원격의료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AI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은 단순히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에서, 고용에서, 행정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점차 뒤처질 위험에 놓일 수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 접근권은 곧 시민권과 연결된다.

그래서 AI 시대의 접근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AI를 활용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빠르게 민원을 해결하며, 더 다양한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얻는다. 반면 누군가는 접근성 부족으로 이러한 변화에서 계속해서 배제된다. 같은 사회에 살지만 서로 다른 속도로 미래를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지금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고보 법과 정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기술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접근권은 뒤따라가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정의로운 방법이다.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역시 같은 철학을 담고 있다.

특정 집단만을 위한 별도의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많은 사람이 처음부터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과거 지하철의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위한 것이었지만, 노약자, 임산부, 환자, 무거운 짐이 많은 사람들도 함께 이용하는 편리함을 제공했다. AI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나중에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용자를 출발점으로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장애포용 AI다. AI는 더 많은 일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를 더 포용적으로 만드는 것은 기술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접근성을 헌법적 가치와 권리로 바라보는 사회적 철학이 함께할 때 비로소 AI는 모두를 위한 기술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약자라고해서 또는 비용이 더 든다고해서 디지털 사회 밖에 남겨두지 않았는가.? 바로 그 질문이 AI 시대 포용적 AI, 장애인 복지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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