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 쏟고도 오염 반복…석포제련소 통합환경허가, 사후관리는 제대로 됐나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9-15 12:37:45 댓글 0
영풍 석포제련소가 최근 4년여 동안 환경개선에 4,310억 원을 투입했다고 정부에 보고했지만, 환경법령 위반과 통합환경허가 조건 미이행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2022년 12월 통합환경허가를 내준 이후에도 26건의 위반·처분이 확인되면서, 사업자의 환경관리 책임뿐 아니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 사후관리와 반복 위반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실효성 있게 작동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2026.6 영풍석포제련소 환경법령 위반 현황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부산진구을)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풍은 2022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석포제련소 환경개선비용으로 총 4,310억300만 원을 집행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세부적으로는 지하수 정화 803억 원, 토양 정화 1,259억 원, 통합환경 개선 1,279억 원, 제련잔재물 처리 873억 원, 무방류·녹화 등에 96억 원이 투입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의 약 7%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에도 환경법령 위반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26년 6월까지 석포제련소의 환경법령 위반·처분은 총 109건에 달한다. 더욱이 정부가 2022년 12월 통합환경허가를 내준 뒤인 2023년 3월부터 2026년 6월까지도 26건의 위반·처분이 추가로 확인됐다.

2023년 3월 점검에서는 수질오염방지시설인 암모니아 제거설비를 상시 가동하도록 한 허가조건을 지키지 않아 경고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대기오염 방지시설의 부식·마모 방치와 자가측정 미실시 등이 적발됐다.

같은 해 8월에는 황산화물(SO₂)이 허가배출기준인 98ppm을 넘어 127.7ppm까지 측정돼 개선명령을 받았다.

중금속 관리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2024년 9월 석포제련소 혼합시설 3곳에서 카드뮴이 허가배출기준을 모두 초과했다. 기준치 0.1㎎/S㎥에 대해 각각 0.416㎎/S㎥, 0.189㎎/S㎥, 1.013㎎/S㎥가 측정됐다. 한 시설에서는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카드뮴이 검출된 셈이다.

통합환경허가에서 요구한 개선조치도 기한 내 완료되지 않았다.

석포제련소는 봉화군으로부터 받은 오염토양 정화명령을 2025년 6월 30일까지 이행하지 못해 통합환경허가 조건 위반으로 조업정지 10일과 과태료 6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장기간 사업장에 적치돼 온 제련잔재물(Jarosite Cake)도 당초 기한까지 전량 처리하지 못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를 통합환경허가 조건 위반으로 판단해 올해 1월 조업정지 30일 처분을 내렸지만, 실제 처분은 2억7천만 원의 과징금으로 대체됐다.

처분 이후에도 위반은 이어졌다. 지난해 6월 점검에서는 오염물질 배출방지시설에 딸린 기계·기구의 고장이나 훼손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한 사실이 적발돼 다시 경고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환경전문가 “4천억 투자보다 실제 오염 저감 성과 따져야”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환경개선 투자의 적정성을 단순히 집행금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환경관리의 핵심은 기업이 얼마를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투자 이후 배출농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오염토양과 지하수의 정화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반이 재발하지 않았는지를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통합환경허가는 대기.수질·폐기물 등 매체별로 분산된 환경관리를 사업장 단위로 통합해 관리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허가 이후 반복적인 기준 초과와 조건 미이행이 발생한다면 허가조건 자체뿐 아니라 사후 점검과 이행관리의 실효성도 함께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전문가는 “대규모 환경개선 투자가 실제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투자금액이 아니라 배출량과 오염도, 정화 실적, 재발률 등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며 “통합환경허가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위반이 발생했다면 사업자의 책임과 함께 감독기관이 위험요인을 얼마나 신속하게 파악하고 시정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09건 위반에도 반복되는 처분…환경부 감독은 충분했나

이번 사안에서 영풍의 책임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2013년 이후 109건의 환경법령 위반·처분이 누적됐고, 통합환경허가 이후에도 26건의 위반·처분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사업자 문제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통합환경허가는 단순히 사업장에 허가증을 발급하는 행정절차가 아니다.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과 시설 운영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허가조건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사후관리가 제도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허가 이후에도 암모니아 제거설비 미가동, 대기오염 방지시설 관리 미흡, 황산화물 기준 초과에 이어 카드뮴이 기준치의 10배 넘게 측정되고, 오염토양 정화와 제련잔재물 처리까지 기한을 넘겼다면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가 반복 위반을 실질적으로 억제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제련잔재물 처리 지연에 대해 내려진 조업정지 30일 처분이 결국 2억7천만 원의 과징금으로 대체됐다. 법령상 가능한 절차인지와 별개로, 반복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제재가 실제 개선을 유도할 만큼 충분한 억제력을 갖고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다.

환경당국은 ‘몇 차례 점검했고 얼마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행정 실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109건의 위반이 어떤 유형으로 반복됐는지, 동일 시설에서 재발한 위반은 몇 건인지, 통합환경허가 이후 오염물질 배출량과 주변 토양·지하수 수질이 실제로 얼마나 개선됐는지까지 공개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관리 권한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 관련 부처 등에 분산돼 반복 위반 사업장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가 어렵다면 그 역시 정부가 해결해야 할 행정의 문제다. 권한이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 관리 공백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이헌승 의원은 “환경법규를 장기간 반복해서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해 과징금이나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환경당국이 산업통상부·지자체와 함께 공장등록 취소 등을 검토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확인해야 할 것은 4,310억 원이라는 투자 규모가 아니다. 그 돈을 투입한 뒤 낙동강 상류의 환경 위험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그리고 109건에 이르는 위반이 왜 반복될 때까지 현행 관리체계가 이를 차단하지 못했는지​다.

통합환경허가가 ‘허가 후 반복 처분’에 그친다면 제도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석포제련소 문제는 이제 개별 위반 건수에 대한 처분을 넘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통합환경허가 사후관리 체계 자체를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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