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이 드론 공격으로 멈추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에 따르면 동서 송유관은 지난 10일 리야드와 메디나 지역에서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다. 부상자와 시설 피해가 발생하고 당국은 안전 점검을 위해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공격에 사용된 드론들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을 지시하거나 실행한 주체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의 주요 산유지역과 홍해 연안 얀부를 잇는 약 1,200㎞ 길이의 원유 수송시설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고 원유를 홍해로 옮길 수 있어 중동 지역의 해상 수송이 불안할 때 중요한 우회로 역할을 한다.
사우디 아람코는 올해 1분기 이 송유관의 최대 수송능력을 하루 약 700만 배럴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시설의 최대 수송능력으로, 실제 수출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원유가 이 경로를 통해 우회 수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관 가동 중단의 영향은 실제 원유 수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일부 유럽 고객에게 9월 선적 예정이던 원유 화물의 취소를 통보했다. 홍해 얀부항의 원유 선적도 중단됐다. 이에 유럽 정유업체들은 북해와 미국, 카자흐스탄, 알제리 등에서 대체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제유가도 뛰었다.
15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2.9% 오른 배럴당 108.75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38% 상승한 배럴당 105.83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 유가 상승을 사우디 송유관 중단만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리비아 일부 유전의 가동 중단과 중동 지역 해상 수송 차질, 다른 지역의 에너지 시설 공격 등이 동시에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번 사태는 산유량뿐 아니라 원유를 실제 소비국까지 운반하는 ‘수송망’이 에너지 안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생산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더라도 송유관이나 항만, 해협 같은 핵심 수송로 가운데 하나가 막히면 세계 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올해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을 분석하면서 각국이 특정 지역과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원과 운송경로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 에너지 효율 등에 대한 투자 확대 역시 이런 움직임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국제 원유가격과 해상 수송 차질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정에너지가 단기간에 석유 공급 차질을 모두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현재의 석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동시에 에너지원과 수송경로를 다양화하는 것이 에너지 안보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아직 동서 송유관의 정확한 복구 시점과 정상 수송 재개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사우디 원유 수출과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복구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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