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3년간 서류상에만 머물던 ‘유령 주택’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이, LH가 감당해야 할 한 해 금융이자만 2조 7,000억 원에 육박했다. 서민 주거안정을 책임져야 할 공기업이 ‘승인 실적 부풀리기’로 행정 신뢰를 갉아먹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류상 1.3만 호의 허상… 취소·무산 위기만 42%
국회 유상범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사업승인 후 3년 이상 착공되지 못한 공공임대주택은 전국 36개 지구, 48개 블록에서 총 1만 3,431호에 달한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 중 12개 지구 5,161호(38.4%)가 사업승인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이다. 남양주진접2(1,354호), 의왕월암(890호), 성남복정1(708호), 평택고덕국제화(646호) 등 수도권 알짜 택지조차 용도 변경 등을 이유로 줄줄이 취소 명단에 올랐다. 주민 민원으로 분양 전환을 검토 중인 용인구성(542호)까지 포함하면 실제 취소·무산 위기 물량은 5,703호(42.5%)로 껑충 뛴다. 10채 중 4채 이상이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서류 뭉치 속으로 폐기되는 셈이다.
10년 넘게 방치된 현장도 부지기수다. 평택고덕국제화 Aa13블록은 2013년 승인 이후 무려 12년 넘게 멈춰 서 있다가 끝내 취소 수순에 들어갔다. 울산다운2, 순천도시첨단산단, 김해진례 등 지방 사업장 1,250여 호는 아예 공식 지연 사유로 ‘수요 부족’과 ‘사업성 부족’이 적시됐다. 기초적인 시장 타당성 조사조차 없이 탁상행정으로 공급 물량만 배분했다는 방증이다.
주택전문가 시각: “인허가 중심 실적주의와 분양 편중이 부른 참사”
건설 및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승인 건수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공공 주도 공급 모델의 구조적 맹점과 무책임한 포트폴리오 관리의 합작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택정책 전문가는 “그동안 정부와 공공기관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주택 체감 공급 효과가 없는 ‘사업승인’ 수치를 마치 즉각적인 주거 안정 대책인 양 포장해 왔다”며 “토지 보상 지연, 인근 주민의 임대 반대 민원, 지자체 인허가 갈등 같은 현장 리스크를 사업승인 전 단계에서 사전 조율하지 않고 일단 도장부터 찍다 보니 10년 넘는 장기 표류 사업장이 양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시개발 분야의 한 건설 엔지니어링 임원은 택지 유형 변경에 따른 취소 속출을 꼬집었다. 그는 “성남복정, 남양주진접 등 수도권 주요 부지에서 임대주택을 취소하고 분양이나 타 용도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LH의 악화된 재무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며 “수익성이 낮은 장기임대주택을 착공하지 않고 미루다 사업성이 높은 용도로 슬그머니 전환하는 행태는 사실상 공공의 책무를 포기하고 수지 맞추기에 급급한 처사”라고 짚었다.
눈덩이 이자 2.7조 원… 공급 통계 전면 재정비 시급
사업이 멈춰 선 동안 치러야 할 비용은 고스란히 공공의 빚으로 쌓였다. LH의 연간 금융이자 부담액은 2021년 1조 8,315억 원에서 2025년 2조 6,987억 원으로 4년 새 47.3%나 폭증했다. 방치된 부지의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이는 다시 신규 공공주택 착공 여력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과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착공 일정조차 불투명한 승인 물량을 믿고 청약 시기를 기다리던 무주택 서민들은 희망고문 끝에 기회비용만 날렸다.
이제는 ‘인허가·승인’ 위주의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 ‘실착공 및 준공’ 중심으로 공공주택 실적 평가 체계를 전면 뜯어고쳐야 한다. 사업 타당성을 상실해 10년 넘게 묶여 있는 ‘가짜 공급’ 부지는 과감히 정리하고, 실제 착공 가능한 알짜 부지에 재원을 집중하는 실효성 있는 공급 로드맵 재수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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