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확충 계획이 삐걱거리며 예산이 타 용도로 전용된 데다, 보유 장비의 90% 이상이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안보 우려까지 겹쳤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의 지적을 계기로 드러난 이번 논란을 두고 산림청과 드론 전문가, 감시 현장의 시각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111억 원 들였는데 산불 발견은 ‘0건’…장비 도입도 줄줄이 표류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99억 3,800만 원을 집행했고, 2026년에도 12억 800만 원을 편성해 총 111억 4,600만 원을 드론 사업에 투입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2,900회의 감시·단속 비행 중 드론이 산불을 최초로 포착해 신고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일반 시민의 119 신고나 지상 감시카메라, 유인 감시탑 등에 밀려 ‘조기 탐지’라는 본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장비 도입 과정에서도 부실이 확인됐다. 산림청은 2025년 추경을 통해 열화상드론을 195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으나, 올해 8월 기준 보유 대수는 149대에 불과했다. 고성능 드론 45대 도입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자, 책정된 27억 원을 헬기 물버킷 및 인양줄 구입으로 전용했다. 이후 재구매 계획조차 세우지 않아 사업 관리가 허술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산림청 해명: “드론의 주 역할은 조기 탐지가 아닌 '사후 진화 지원'”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표면 전체를 상시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회전익 드론의 물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수치만으로 성과를 재단했다는 항변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광활한 산림을 24시간 실시간 감시하는 것은 CCTV나 고정식 감시 인프라, 지역 주민 제보가 훨씬 빠르고 유리하다”며 “드론은 불특정 다수 지역을 순찰해 불을 처음 찾아내는 '탐지용'이라기보다, 산불 발생 신고가 접수된 후 험지 침투, 야간 불씨 추적, 잔불 감시, 진화대원 안전 경로 확보 등 '진화 지원'에 핵심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 도입 유찰 및 예산 전용에 대해서도 “국내외 시장 상황상 산림청의 까다로운 작전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 기종을 적기에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불용 처리를 막고 산불 진화 현장의 시급성을 감안해 필수 장비인 헬기 물버킷 등으로 전용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드론 전문가: “운용 개념 설계부터 잘못…장비 탓 아닌 전략 부재”
반면 무인기 전문가들은 산림청의 해명이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광역 감시가 불가능한 소형 쿼드콥터 위주로 장비를 꾸려놓고 ‘조기 탐지’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사업 설계의 실패라는 분석이다.
한 드론 소프트웨어·무인항공 전문가는 “배터리 작동 시간이 30~40분에 불과한 일반 상용 멀티콥터로는 광범위한 산림을 상시 순찰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초기 발견을 목적으로 했다면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수직이착륙(VTOL) 고정익 드론이나 유무인 복합 광역 감시망을 설계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처음부터 진화 지원용으로 도입한 것이라면 사업 목표를 ‘조기 탐지’로 홍보해선 안 됐고, 조기 탐지용이었다면 비행시간과 범위를 감안한 인공지능(AI) 자동 경로 순찰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다”며 운용 철학의 부재를 짚었다.
‘중국산 점유율 90%’ 공급망 리스크…기자의 눈으로 본 과제
문제는 실적 부진에 그치지 않는다. 보유 열화상드론 149대 중 139대(93.3%), 2021년 이후 도입된 전체 드론의 90.7%가 중국 DJI 제품이라는 점은 잠재적인 위기 요인이다.
가성비와 완성도 면에서 글로벌 상용 시장을 장악한 DJI 제품을 쓰는 것이 실무 차원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산불 대응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국가 재난 대응 영역이다. 미·중 갈등 격화나 공급망 차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핵심 센서와 배터리, 정비 부품 수급이 중단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드론 산업 육성과 재난 대응력 강화를 위해 국가 예산 111억 원이 투입되었지만, 현주소는 ‘최초 탐지 0건’과 ‘외산 기체 종속’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래 역할이 달랐다”는 식의 사후 합리화가 아니다. 산림청은 배터리 한계가 뚜렷한 드론을 산악 감시망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결합할지 명확한 ‘운용 표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핵심 공공 분야만큼은 국산 기체와 정비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재난 현장의 장비 공백을 막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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