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결재 뒤집은 ‘본부장 전결’… 한국마사회 YTN 매각 ‘외압 굴종·직무유기’ 파문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10-15 16:49:47 댓글 0
회계·법률자문 거쳐 확정한 ‘분할매각’, 산업부 외압 당일 ‘전량매각’으로 급선회
[데일리환경=이정윤 기자]정부의 노골적인 외압 속에 추진된 YTN 지분 매각 과정에서 한국마사회가 법률·회계 검토를 거쳐 회장 결재까지 마쳤던 매각 방식을 외부 요구 당일 ‘본부장 전결’로 전격 번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핵심 매각 구조가 뒤바뀌었음에도 정식 결재선과 이사회 보고 절차를 건너뛰며 정부 요구를 일사천리로 관철한 것을 두고, 마사회 수뇌부와 실무진이 공공자산 매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팽개친 ‘명백한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국회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2023년 7월 23일 「YTN 지분 매각방식 검토(안) 보고」를 통해 한전KDN과의 합산지분(30.95%) 중 29.99%를 공동매각하고 잔여지분(40만1주)은 별도 매각하기로 확정했다.

해당 안건은 삼일회계법인의 매각방식 검토와 법무법인 태평양·화우의 법률자문을 거쳐 정기환 당시 마사회장이 최종 결재한 사안이었다. 양 기관은 같은 해 8월 29일 이 방식대로 공동매각협약까지 맺었다.


그러나 이 원칙은 불과 일주일여 만인 9월 5일 흔적도 없이 뒤집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전량 일괄매각’ 요구가 떨어진 당일, 마사회는 잔여지분까지 묶어 30.95% 전량을 한 번에 매각하는 내용의 변경안을 박 모 당시 본부장의 ‘전결’로 처리해 버렸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방통위원장의 요구를 전달받은 산업부 차관은 9월 5일 오전 9시 30분 정부서울청사로 마사회·한전KDN·매각주관사를 소집해 전량매각을 강하게 지시했다.

방통위 공문 역시 농림축산식품부를 거쳐 당일 마사회로 내려왔고, 마사회는 기다렸다는 듯 당일 협약을 뜯어고쳤다. 이로 인해 방송법상 대기업의 소유 제한(30%) 규정이 적용되면서 입찰 참여 기업 풀 자체가 크게 제한되는 중대한 결과를 낳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복수의 마사회 내부 관계자들은 상부의 일방적인 지시와 압박 속에서 정상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무력화됐다고 털어놨다. 한 내부 관계자는 “당시 정부 부처의 전량매각 요구가 워낙 완강해 실무진 선에서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며 “회장 정식 결재를 다시 밟을 경우 발생할 절차적 지연과 법적 리스크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본부장 전결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안다.

외압에 밀려 제대로 된 검토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채 번갯불에 콩 볶듯 밀어붙였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마사회의 사후 대응과 내부 통제 파탄이다. 마사회 측은 “위임전결규정에 따라 세부 매각 방법은 경영진이 결정할 수 있고, 정기환 전 회장에게도 구두보고를 거쳤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의 중대한 자산 매각 조건이자 최고결정권자가 결재했던 사안을 ‘단순 집행사항’으로 치부하며 구두보고와 본부장 전결로 퉁친 것은 공공기관 규정과 절차를 정면으로 형해화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특히 마사회는 이사회에도 이 같은 ‘외압성 변경’ 사실을 철저히 감췄다. 마사회가 밝힌 이사회 보고는 2023년 5월 주관사 계약, 10월 입찰 결과, 2024년 2월 매각 결과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입찰 기업의 자격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은 ‘9월 5일 매각방식 변경 경위’는 이사회 안건 어디에도 보고되지 않았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는 마사회의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외압에 굴복해 자산 매각의 공정성과 기관의 자율성을 스스로 내던진 전형적인 배임성 직무유기”라는 성토가 나온다. 수백억 원대 공공자산의 처분 방식을 결정하면서 정부 외압에 따라 요식행위로 회의록을 꾸미고(‘마사회 요청으로 잔여지분 포함 합의’ 허위 기재), 이사회 보고조차 누락한 채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신장식 의원은 “회장 결재로 수립된 원칙을 외부 요구 당일 본부장 전결로 뜯어고치며 입찰 참가 자격까지 뒤바꿔놓고, 이를 단순 집행사항이라 둘러대는 것은 궤변”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감사원이 해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한 만큼, 매각 방식을 불법·졸속 변경하는 과정에 가담한 전임 경영진과 실무 책임자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며 “마사회의 무너진 보고·기록·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쇄신해 공공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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