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동물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위로받는다’고 단정할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감정 언어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동물 역시 자신에게 익숙하고 안전하며 선택권이 보장된 자연환경에서 긴장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행동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사람에게는 숲과 공원뿐 아니라 바다·강·호수 같은 이른바 ‘블루 스페이스(Blue Space)’가 스트레스를 낮추고 심리적 회복을 돕는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
사람이 바다나 숲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현상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각·청각·후각·온도·공기·신체활동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적인 반응에 가깝다.
대표적인 설명은 ‘주의회복이론’이다. 도시에서 운전하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업무를 처리할 때는 특정 대상에 집중하는 ‘지향성 주의’가 계속 소모된다.
반면 물결과 구름, 나뭇잎의 움직임처럼 부드럽게 변하는 자연 자극은 시선을 끌면서도 강한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다. 뇌가 과도한 정보 처리에서 잠시 벗어나 정신적 피로를 회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이 안전한 환경으로 인식되면 교감신경계의 경계 상태가 누그러지고 휴식과 회복에 관여하는 부교감신경계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
파도와 계곡물처럼 일정하지만 완전히 반복되지는 않는 소리는 갑작스러운 기계음보다 위협 신호가 적다. 자연환경이 교통소음과 인공조명, 혼잡한 시각정보를 차단하는 완충지대가 된다는 설명이다.
자연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스트레스 변화를 분석한 연구들은 대체로 불안·우울·기분과 스트레스 지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다만 연구마다 자연의 유형과 노출 시간, 측정 방법이 달라 효과의 크기를 하나의 수치로 일반화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숲만큼 주목받는 바다와 강
블루 스페이스는 바다와 해안, 강, 호수, 계곡처럼 물이 보이거나 물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18개국 성인 1만6307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녹지와 내륙 수변, 해안 방문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긍정적 정신건강 점수가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자연과 자신이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자연 연대감’도 높은 웰빙, 낮은 정신적 고통과 관련됐다.
그러나 18개국 녹지·수변 공간과 정신건강 연구에 따르면 이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자연을 자주 찾았기 때문에 건강해졌을 수도 있지만, 원래 건강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연을 더 자주 찾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루 스페이스가 주는 효과는 단순히 ‘파란색을 보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탁 트인 수평선은 시야를 넓히고, 파도와 물의 움직임은 부드러운 주의집중을 유도한다.
해변과 강변은 걷기와 운동을 촉진하고 가족·이웃과 만날 기회도 늘린다. 물소리가 도시 소음을 가려주는 효과도 있다.
WHO 유럽사무소도 녹지와 수변 공간이 정신건강과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접근성, 안전성, 생태적 질, 지역 간 불평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에 120분, 자연 접촉의 ‘기준점’
영국 성인 약 2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일주일 동안 자연에서 120분 이상을 보낸 집단이 전혀 방문하지 않은 집단보다 건강과 삶의 만족도가 좋다고 응답할 가능성이 높았다. 120분은 한 번에 채우지 않고 여러 차례 나눠도 비슷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다만 120분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의학적 처방시간이 아니다. 연구진이 관찰자료에서 확인한 통계적 기준점에 가깝다. 자연환경의 질과 이동 가능성, 개인의 건강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6분 동안 새소리와 교통소음을 들려준 무작위 실험에서는 새소리를 들은 집단의 불안과 편집적 사고가 감소한 반면 교통소음 집단에서는 우울감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숲 전체가 아니라 자연의 소리만으로도 심리상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동물도 자연에서 편안함을 느끼나
동물의 정서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생리 지표를 통해 추정한다. 휴식 시간과 놀이, 탐색 행동, 먹이활동, 사회적 접촉이 늘어나는지 살피고 반복 보행·몸 흔들기·과도한 털 고르기 같은 이상행동이 감소하는지 관찰한다. 분변이나 타액 등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도 활용한다.
동물원과 사육시설 연구에서는 공간의 복잡성, 은신처, 굴을 수 있는 바닥, 물, 식생, 냄새와 먹이 탐색 기회가 동물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연과 비슷한 환경은 동물이 진화 과정에서 발달시킨 탐색·채집·사냥·회피 행동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동물이 스스로 밝은 곳과 그늘, 높은 곳과 낮은 곳, 개방된 공간과 은신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환경의 핵심은 보기 좋은 조경이 아니라 ‘선택과 통제 가능성’에 있다는 의미다.
우리와 우리 안의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여러 동물의 활동과 탐색 행동이 늘고 이상행동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검토도 나왔다.
반대로 관람객의 고함과 두드림, 불규칙한 조명, 숨을 수 없는 전시구조는 동물에게 지속적인 경계 신호가 될 수 있다. 관람객의 영향은 종과 개체의 성격, 과거 경험, 시설 구조에 따라 긍정적·중립적·부정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곰에게 바다는 ‘힐링 풍경’일까
야생 곰이 해안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경치를 감상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곰은 냄새와 소리, 먹잇감의 움직임, 다른 개체와 위험요소를 탐지하기 위해 한 방향을 오래 바라볼 수 있다. 해안은 일부 곰에게 물고기와 해조류, 사체 등 먹이를 확보하고 이동하는 실제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곰의 평온 여부는 한 장의 사진 속 자세보다 귀의 움직임, 근육 긴장, 호흡, 반복행동, 회피 반응과 주변 환경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눈앞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다만 조용하고 넓으며 냄새와 지형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이 좁고 단조로운 공간보다 곰의 자연행동을 풍부하게 할 가능성은 크다. 사람에게 바다가 ‘휴식의 풍경’이라면 곰에게 자연은 감상 대상이기에 앞서 먹고 이동하고 숨고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기반이다.
자연은 치료제가 아니라 ‘회복을 돕는 조건’
자연 접촉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자연 산책만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중증 우울감과 불안, 수면장애가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료가 우선돼야 한다.
자연환경의 효과 역시 누구에게나 동일하지 않다. 인적이 드문 숲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바다에서 사고나 재난을 경험한 사람에게 파도 소리가 불안을 유발할 수도 있다. 폭염과 자외선, 익수, 야생동물 접촉 같은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도시정책의 관점에서는 거대한 공원 하나를 조성하는 것 못지않게 집과 직장 가까이에 작은 숲길과 하천, 그늘, 벤치, 조용한 공간을 촘촘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경제적 취약계층도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자연의 건강 효과가 일부 계층만의 특권으로 남지 않는다.
기자의 시선
사람은 바다를 바라보며 걱정을 내려놓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인간은 그 침묵을 낭만적으로 해석하기보다 행동과 생리, 서식환경을 통해 읽어야 한다.
자연이 주는 평안의 본질은 아름다운 전망만이 아니다. 소음과 위협이 적고,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며, 필요하면 숨고 머물 곳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것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공통되는 조건이다.
숲과 바다를 보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은 여가를 위한 배경이나 도시의 장식물이 아니다. 인간의 지친 주의를 회복시키고 야생동물에게 삶의 선택권을 돌려주는 생명 공동체의 기반이다.











![[ESG 카드뉴스] 9월 15일, 오늘의 환경 타로 …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data/dlt/image/2026/09/15/dlt202609150002.230x172.0.jpg)





![[ESG 카드뉴스] 9월 14일, 오늘의 환경 타로 … ‘은둔자(The Hermit)’](/data/dlt/image/2026/09/14/dlt202609140001.230x172.0.jp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