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활용 실증센터 신규 과제 공모 … “이번에는 상용화까지 갈까”

안영준 기자 발행일 2026-09-16 07:41:54 댓글 0
-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현장 CCU 시험·검증 기반 확충
- 포집량보다 실제 감축량·제품 수요·사업 종료 후 민간투자가 성패 가를 듯
[데일리환경=안영준 기자] 정부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화학원료와 연료, 건설소재 등으로 전환하는 탄소포집활용 기술의 실증 기반을 확대한다. 


▲ CCU 실증센터, 상용화까지 갈까(출처=시민 이해를 위해 AI 제작)


연구실에서 성능을 확인한 기술을 실제 산업공정 규모로 키울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증시설 구축이 곧바로 상용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센터의 규모보다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과 생산제품의 경제성, 사업 종료 이후 민간투자 유치 여부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월 10일 공고 제2026-861호로 ‘2026년도 탄소포집활용(CCU) 실증지원센터 구축 신규지원 대상과제’를 공고했다. 담당 부서는 대기환경정책과다. 

공고는 해당 과제를 수행하려는 기관이 관련 규정에 따라 신청하도록 하고 있으며, 세부 지원조건과 신청 절차는 첨부 공고문을 통해 제시했다. 

CCU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정유 등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포집한 뒤 이를 화학원료나 합성연료, 탄산염 건설소재, 고분자 원료 등으로 전환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지층 등에 영구 저장하는 CCS와 달리 CCU는 포집한 탄소를 산업 원료로 활용한다. 따라서 CCS에서 주로 거론되는 대규모 저장소 확보 문제보다는 이산화탄소 전환에 필요한 에너지와 수소의 공급가격, 제품 생산비, 기존 석유계 원료와의 가격 경쟁력,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더 직접적인 상용화 장벽이다.

정부는 2023년 확정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CCUS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뒷받침할 주요 기술로 제시했다. 이번 공고는 국가계획에 적힌 기술개발 방향을 산업현장의 실증 인프라로 연결하는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실증지원센터는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포집·정제·전환 설비와 분석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하게 하는 기반시설이다. 기업은 센터를 이용해 연구실 단계의 기술을 연속공정이나 파일럿 규모로 확대하고,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순도와 전환율, 설비 내구성, 에너지 사용량, 제품 품질 등을 시험할 수 있다.

국내에는 이미 관련 기반시설이 조성돼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2025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탄소포집활용 실증지원센터를 구축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의 실증과 기업 지원을 추진해 왔다. 화학연은 여수에서 탄소중립 화학공정 실증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기존 기반시설이 있는데도 신규 지원과제가 필요한 이유는 CCU가 하나의 기술로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출가스의 성분과 농도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업종마다 다르고,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어떤 제품으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촉매와 에너지, 설비도 달라진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공고, 기준일 2026.09.10 종합


산업별·공정별로 실증환경을 세분화하고 기업이 장비와 데이터를 공동으로 활용할 기반을 넓힐 필요가 있다.

다만 실증센터가 새로 들어선다고 CCU 기술이 저절로 탄소중립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압축·운송·전환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전력과 열에너지가 들어간다. 

여기에 화석연료 기반 전력이나 수소가 사용되면 제품 속에 고정한 탄소보다 공정에서 새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많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한 이산화탄소 포집량이나 제품 생산량만으로 사업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원료 확보부터 포집·운송·전환, 제품 사용과 폐기까지 전 과정평가를 통해 실제로 줄어든 온실가스의 양을 확인해야 한다. 

제품에 들어간 탄소가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배출되는 합성연료와, 비교적 오랜 기간 탄소를 가둘 수 있는 건설소재도 같은 감축효과로 계산하기 어렵다.

경제성도 넘어야 할 산이다. CCU 제품이 기존 화학원료나 건설소재보다 비싸면 정부 지원이 종료된 뒤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실증과제가 성공하려면 기술을 공급하는 연구기관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기업, 전환제품 생산기업, 실제 구매기업이 사업 초기부터 함께 참여해야 한다.

특히 포집된 탄소로 무엇을 만들 것인지, 연간 어느 정도를 생산할 것인지, 누가 어느 가격에 구매할 것인지가 구체화돼야 한다. 

제품 수요처와 장기 구매계약 없이 설비부터 구축하면 기술적으로는 성공해도 시장에서는 쓰이지 않는 이른바 ‘실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성과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장비 설치율과 센터 이용기업 수, 특허와 논문 건수만으로는 상용화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는 과제별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량, 전 과정 온실가스 순감축량, 제품 1톤당 생산비, 설비 가동률, 기업 매출과 민간 후속투자 등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고에서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신규 센터가 기존 시설과 어떤 기능적 차별성을 갖는지, 어느 산업의 배출가스를 대상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실증 종료 이후 설비를 누가 운영할지, 정부 연구개발비가 끊긴 뒤에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사업모델이 있는지다.

기자가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실증센터는 상용화로 가는 출발선이지 도착점이 아니다. 포집 설비를 세우고 이산화탄소를 제품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더라도 투입된 에너지까지 고려한 순감축량이 작거나 제품을 구매할 시장이 없다면 탄소중립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부가 신규 지원과제를 선정할 때 기술의 새로움뿐 아니라 실제 감축효과와 산업계 수요, 사업 종료 이후의 운영·투자계획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업이 또 하나의 실증시설을 남기는 데 그칠지, 국내 CCU 기술을 산업현장의 상용공정으로 밀어 올리는 다리가 될지는 선정 이후의 성과관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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