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우산업의 육성과 농가 경영안정을 넘어 저탄소 사육구조 전환을 법률의 목표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법의 이름에 담긴 ‘탄소중립’을 실제 축산현장의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하려면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농가 지원예산, 성과 측정체계를 후속 종합계획에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시행 시점을 구분하면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2025년 7월 22일 공포돼 2026년 7월 23일부터 시행됐다.
법에서 위임한 세부사항을 규정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한 달가량 뒤인 8월 21일 제정·시행됐다. 따라서 9월 15일 현재는 법률과 하위법령이 모두 시행 중인 상태다.
법의 정식 명칭은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흔히 ‘한우산업법’ 또는 ‘한우법’으로 불린다.
법은 탄소중립 실현 과정과 축산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우가격의 안정적 유지와 농가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에는 탄소중립 실현에 따른 한우산업 발전과 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할 책무가 부여됐다. 지방자치단체도 지역 환경과 여건에 맞는 한우 생산·사육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우농가에는 탄소중립 실현과 저탄소 축산물 생산, 환경친화적인 축사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는 책무가 규정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우산업 정책이 5년 단위 법정계획으로 관리된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산업 실태조사와 통계를 바탕으로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도 마련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기존 축산정책이 개별 사업과 예산 중심으로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조사와 통계, 중장기 계획, 연도별 집행계획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는 셈이다.
정부는 한우산업발전협의회도 구성한다. 협의회는 한우 수급조절과 도축·출하 장려금, 송아지 생산안정 지원, 경영개선자금, 교육, 수출기반 조성 등 주요 정책을 심의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시행에 맞춰 협의회를 구성하고 그동안 시행되지 못했던 송아지 생산안정 지원사업의 발동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의 한우 생산업 참여에도 새로운 조건이 붙었다. 중기업 이상 기업과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 등이 한우 생산업에 참여하려면 저탄소 영농활동을 추진하고, 조사료용 사료작물 재배지를 확보해 조사료 생산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우 수급정책 이행방안, 기존 농가와의 상생방안도 협력계획에 담아야 한다. 해당 지역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 농·축협 등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요구된다.
이번 법 시행은 탄소중립을 축산업의 부수적인 정책과제가 아닌 한우산업의 제도적 목표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은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안에서 장내발효와 가축분뇨 처리, 저메탄 사료, 분뇨 에너지화 등의 과제로 다뤄졌다.
그러나 농가가 어떤 기술을 어느 정도 도입해야 하는지, 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실제 감축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할지에 관한 현장 단위 체계는 충분히 정착하지 못했다.
한우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공장 굴뚝처럼 한곳에서 배출되지 않는다. 소의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가축분뇨 저장·처리 과정의 메탄·아산화질소, 사료 생산과 운송, 축사 에너지 사용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농가별 사육 규모와 사료 종류, 출하 기간, 분뇨 처리방식도 달라 단순히 사육 마릿수만으로 감축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저메탄 사료와 사료 효율 개선, 적정 사육기간 관리, 가축분뇨의 퇴비화·에너지화, 축사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농가에는 추가 비용과 관리 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소규모 농가는 배출량 산정과 기록관리, 설비투자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저탄소 기술을 도입한 농가의 생산비가 오르는데도 한우 가격이나 직불금, 장려금에 그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참여가 확산되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 법률과 시행령·시행규칙만으로는 한우산업이 얼마의 온실가스를 언제까지 줄여야 하는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령은 탄소중립과 저탄소 축산구조 전환을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한우산업에 적용할 기준연도와 단계별 감축량, 농가별 의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조치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는 당장 농가를 처벌하거나 생산을 제한하기 위한 규제법이 아니라, 산업 전환과 농가 지원을 위한 기본 틀을 만든 법이라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축 목표와 평가기준이 없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탄소중립’이라는 명칭과 달리 수급조절과 경영안정, 장려금 지급에 무게가 실린 산업지원법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법의 실효성을 가를 첫 시험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련할 첫 한우산업 종합계획이다. 종합계획에는 최소한 한우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기준연도, 5년간 감축목표, 장내발효와 분뇨 처리 등 배출원별 감축수단, 연차별 예산, 참여 농가 수와 기술 보급률, 실제 감축량을 확인할 측정·보고·검증체계가 포함돼야 한다.
농가 규모별 지원 설계도 중요하다. 대규모 농가와 기업은 설비투자와 데이터 관리 여력이 있지만 소규모 농가는 같은 기준을 적용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큰 비용 부담을 질 수 있다.
저메탄 사료 구입비와 분뇨처리시설 개선비, 에너지 절감설비 설치비를 보조하고 기술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와 농가소득 감소 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성과 공개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교육 횟수와 참여 농가 수, 지원금 집행액만 제시해서는 탄소중립 성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사업별 온실가스 예상 감축량과 실제 감축량, 농가 부담액, 한우 한 마리 또는 쇠고기 생산량당 배출량 변화 등을 함께 공개해야 정책이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평가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저탄소 한우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인증과 표시만 늘리고 생산단계의 감축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그린워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검증 가능한 감축 실적과 농가의 추가 비용을 공개하고 공공급식·유통업체의 우선 구매와 연계한다면 탄소를 덜 배출한 한우가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우산업법은 축산업과 탄소중립을 별개의 문제로 다뤄온 정책에서 한 걸음 나아갔다. 그러나 법률의 명칭이 곧 온실가스 감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태조사와 종합계획은 출발점일 뿐이다.
첫 종합계획에 수치화된 감축목표와 충분한 농가 지원예산, 검증 가능한 성과지표가 담길 때 비로소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이라는 법의 이름이 현장에서 힘을 얻게 된다.
정부가 무엇을 계획했는지보다 실제로 한우 한 마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얼마나 줄었는지, 그 과정에서 농가의 부담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해결하지 못한다면 탄소중립은 농가에는 새로운 행정 부담으로, 시민들에게는 실체가 불분명한 정책 구호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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