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으로 인한 대규모 인력 재배치가 ‘합법적 쟁의 행위’ 대상이라는 주무 부처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무리한 부동산 정책 드라이브가 정부 스스로를 겨냥하는 총파업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강승규 의원(국민의힘)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는 최근 서면 질의를 통해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배치전환 등 근로조건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파업)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공식 답변했다.
이 같은 해석은 개정 노란봉투법의 핵심인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와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 주도의 공공기관 이전이 노동자의 거주 이전 및 근로환경 변화로 직결되는 만큼, 노조가 한국마사회를 넘어 정책 결정권자인 ‘정부’를 실질적 사용자로 지목해 직접 교섭을 요구할 법적 통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2029년 착공’… “말 1,400마리·인력 3,000명이 짐짝인가”
현장의 반발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공급대책에 맞춰 오는 2029년 착공을 공언하고 있으나, 현장 실무진과 노동계는 이를 ‘행정 편의주의적 졸속 계획’으로 규정한다.
한국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북 영천경마공원만 해도 유치 확정부터 개장까지 17년이 걸렸다”며 “신규 부지 매입과 인허가는 물론, 경주마 1,400여 두와 종사자 3,000여 명의 생계 터전을 옮겨야 하는 대규모 사업을 불과 몇 년 만에 해치우겠다는 것은 말산업의 특수성과 노동권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이어 “정부가 실질적 대책 없이 밀어붙인다면 노란봉투법상 보장된 모든 합법적 쟁의 수단을 동원해 정부를 상대로 직접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국토교통부 등 정부 측은 기존 일정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 공급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시급한 만큼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2029년 착공 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라며 “노동계의 우려와 인력 재배치 문제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2.4조 비용에 부처는 ‘발 빼기’… 엇박자 행정이 부른 자충수
사업을 둘러싼 부처 간 ‘폭탄 돌리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과천 경마장 신규 건설과 이전에는 약 2조 4,000억 원의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마사회의 지원 요청에 대해 국토부는 “추후 검토”라며 한발 물러섰고,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는 관련 세제 개편 요청에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규제 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공기업 하나에 천문학적 재정과 갈등 관리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강승규 의원은 “정부가 주도하거나 용인한 제도 개편이 정작 정부의 핵심 국책 사업의 발목을 잡는 거대한 자충수가 됐다”며 “정책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대가가 합법적 총파업과 국가 정책 마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책임 있는 실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완결성 없는 속도전이 낳은 예고된 파국
정부 정책의 성패는 목표의 당위성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갈등 관리’에서 갈린다. 주택 공급이라는 거시적 명분에 쫓겨 현장의 물리적 시차와 노동 법제의 파급력을 간과한 이번 과천 경마장 이전 사태는 전형적인 정책 엇박자를 보여준다.
통상 10여 년 이상이 걸리는 특수 시설 이전 계획을 불과 몇 년짜리 주택 공급 로드맵에 끼워 맞춘 것부터가 무리수였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이라는 법적 환경 변화까지 겹치면서, 정부는 이제 정책 지연뿐 아니라 ‘직접 사용자’로서 노동계와 전면전을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천문학적 이전 비용을 두고 벌이는 부처 간 ‘핑퐁’ 역시 무책임하다. 공기업의 팔을 비틀어 실적만 챙기려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사업 일정의 현실성을 재점검하고 노정 갈등을 풀기 위한 정교한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과 현장을 무시한 정책 드라이브의 대가는 결국 국민의 주거 불안과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붙임 2] 마사회의 지원 요청에 대한 부처별 검토의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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