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길어질수록 냉방 수요·전력 소비 증가…작은 실천이 탄소 배출 저감으로 이어져
전문가 "적정 온도 유지와 공기 순환, 필터 관리만으로도 에너지 효율 높일 수 있어"
[데일리환경=정민오 기자] 연일 35℃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은 이제 여름철 필수 가전이 됐다. 하지만 냉방 사용이 늘어날수록 전력 소비도 함께 증가한다. 이는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넘어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기후변화로 폭염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기후 대응이라고 조언한다. 무더위를 무조건 참기보다 적정한 냉방 습관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흔히 여름철 적정 냉방온도로 '26℃'가 언급된다. 정부와 한국에너지공단도 실내 냉방온도를 26℃ 안팎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이는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 에너지 효율과 쾌적성을 함께 고려한 권장 기준에 가깝다.실내 습도와 단열 상태, 창문의 방향, 가족 구성원 등 주거 환경에 따라 체감온도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보다 불필요하게 낮은 온도로 장시간 냉방하지 않는 습관이다.에어컨은 설정 온도가 낮을수록 실외기 가동 시간이 길어지고 압축기 부담도 커진다. 일반적으로 설정 온도를 1℃ 높이면 전력 사용량을 약 5~7%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온도 차이가 하루, 한 달로 이어지면 전기요금 절감뿐 아니라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저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여름철 냉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에어컨과 선풍기 또는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꼽힌다. 냉기를 실내 곳곳으로 순환시키면 체감온도가 낮아져 에어컨 설정 온도를 크게 낮추지 않아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실내 공기가 고르게 순환하면서 냉방 효율도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실내외 온도 차이를 지나치게 크게 벌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 기온이 35℃를 넘는 상황에서 실내를 22~23℃까지 낮추면 냉방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냉방병이나 신체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커진다. 적정 수준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습도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보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냉방 효율을 높이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에어컨 필터를 주기적으로 청소하면 공기 순환이 원활해지고 냉방 성능도 개선된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직사광선은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차단하고, 문이 열린 상태에서 냉방기를 가동하는 일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에너지 분야 한 관계자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냉방 습관"이라며 "처음에는 실내 온도를 빠르게 낮춘 뒤 적정 온도로 유지하고,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면 같은 온도에서도 체감 시원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필터를 장기간 청소하지 않거나 사람이 없는 공간까지 계속 냉방하는 경우 불필요한 전력 소비가 발생한다"며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전기요금을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 배출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우리나라 전력 생산은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 전력 생산도 함께 늘어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개인 한 사람의 냉방 습관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많은 가정이 조금씩 에너지 사용을 줄인다면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기후위기로 여름은 해마다 더 길고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에어컨을 끄는 것이 친환경이던 시대는 지났다.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새로운 환경 실천이 되고 있다. 설정 온도 1℃의 차이, 선풍기 한 대의 활용, 깨끗한 필터 관리와 같은 작은 습관은 올여름 전기요금을 아끼는 동시에 지구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실천이 될 수 있다.정민오 기자 daily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