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방재학회 회장 정상만 “자연재해, 복구 보단 예방”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09-13 21:21:47 댓글 0
▲ 한국방재학회 회장 정상만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의 자연 재해로 인명피해(사망, 실종)는 218명, 재산피해는 5조2,196억 원이 발생했다.


급격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를 거치면서 개발 가능한 지역은 주변을 무시하고 개발한 결과다. 기존 시가지는 저지대로 전락했고, 인접 산간지에는 인공시설물을 설치해 개발함으로서 자연재해의 취약지역이 됐다. 더욱 문제인 것은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예측할 수 없는 재해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는 국내 문제 뿐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0년대 들어 자연재해 피해액은 1960년대 10년간보다 557%나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해로 인한 피해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방사능을 비롯한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 난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 지하수 오염 등 산업화가 초래한 재난 역시 많은 인류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재해·재난으로 인해 도시나 국가의 근간이 흔들릴 만큼 피해가 커지자 각 국가들은 방재에 대한 연구와 기술 개발, 대응 전략 마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본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설립된 한국방재학회를 중심으로 더욱 강해지는 재해·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회의 장을 맡고 있는 정상만 회장(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그 중심에 있다.


정 회장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고온현상이 두드러져 올해가 역사상 가자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견한 바 있고, 올 봄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은 동남아 지역에서는 지난 6월 폭우로 인한 홍수에 시달리는 등 기후변화의 피해가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이상기후라고 불리는 문제들은 곧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기후 학자뿐만 아니라 우리 학회 전문가들 역시 대응과 적응을 동시에 추진해가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재해의 대응과 관련해 정 회장은 “재난관리에 있어서 대응, 복구는 단기적인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재난 시 대응과 복구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예방·대비 중심의 재난관리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야 한다.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장기적인 예방과 대비를 통해 재난 관리의 장기적 측면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이고 이에 따른 적절한 예방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국립건물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Building Sciences)에 의하면, 사고 예방에 1달러 투자 시 약 3.65달러의 사고 예방 효과가 발생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예방과 대비에는 기술력이 뒷받침 되야 한다. 국내에서는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초고층빌딩이나 대형교량 등에 실시간 센서계측을 통해 재난을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안전진단센터 시스템을 설치해 재난발생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CCTV보다 진화된 재난 자동감지가 가능한 지능형 CCTV를 통해 사고 징후의 현자암시를 강화함으로써 빠른 초동대처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아울러 “근래 들어 범위가 넓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안전 현장에 다양한 재난방지기술 용도로 드론(Dron)이 활용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이어 “재단방재기술로 빅데이터 기반 재난위험 분석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재난위험 평가 기술 및 안전지도 구축 기술로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정보통신기술기반 재난안전 감시체제 구축을 통한 실시간 재난안전 모니터링이 가능한 날이 올 것이며, 이를 통해 재난안전 플랫폼을 개발해서, 재난관련 지식공유, 기술이전, 훈련 및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울러 “국내에서 개발한 돌발홍수 예·경보시스템과 모바일 GIS기반 피해조사 자동화시스템 등은 해외에서도 첨단방재기술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기술력 부분에서 자연재해에 대한 방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임도 강조한다. 그는 “재난안전 분야는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갔으나 현재 우리가 확보한 것들을 공유하고 기술이전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전파해야 할 시점까지 왔다”면서 “국제적 재난경감활동을 통해 재난안전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술전파에는 “재난은 남이 아닌 바로 나의 일이라는 점과 함께 내가 안전하고, 내가 사는 지역사회가 안전하며, 안전한 나라에 살겠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정 회장의 신념이 담겨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재난의 문제점은 재난발생시 빈곤층, 노년층, 여성,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취약계층에 대한 사전조사와 구체적인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사전에 계획해, 훈련과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의 피해와 재난의 상황을 신속히 막으려면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부서의 경우 재난 발생 전후 문제가 발생하면 마녀사냥 식으로 책임만 묻고 있어 관련 부서 근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관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재난대비 등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방안을 강구 하고, 소속부서 직원들도 자긍심을 갖고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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