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벌 봐주기 판결’ 실제로 존재한다?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10-01 22:54:07 댓글 0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왜 법원은 재벌(범죄)에 관대한가’
▲ 법원이 유독 재벌 총수나 대기업 CEO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는 일반인의 ‘법감정’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게 통계로 입증됐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재벌 편향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왜 법원은 재벌(범죄)에 관대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재벌 피고인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법원에서 관대한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컸고, 이 경향은 재벌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강해졌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00~2007년 사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기업인 252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임원이나 지배주주가 경제범죄를 저질러 법원에서 다룬 범죄 가운데 피해액이 5억원을 넘는 횡령과 배임 그리고 사기 사건을 표본으로 조사했다.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과 같이 문제가 된 주식을 상장하지 않아 이득 액수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 것도 대상에 포함했다.


조사 결과 기업인 가운데 25%만 실형 선고를 받았고, 나머지 75%는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특히 재벌 총수와 가족, 임원이 포함된 재벌 피고인이 1심이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설령 실형 선고를 받는다 해도 재벌 피고인의 형량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평균 19개월 짧았다. 같은 재벌이라도 10대 재벌이면 집행유예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10대 그룹 관련 피고인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11.1%포인트 더 높게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10대 이하 재벌그룹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8.6%포인트 높았다.


연구원은 재벌 피고인이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판사·검사 출신의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 형량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사법부가 재벌 편향성을 보여주었다는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벌 피고인이 선임하는 변호사는 평균 4.4명인데, 이 가운데 전직 고위 판·검사 출신이 평균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비재벌 피고인은 변호인을 평균 3.8명 선임했고, ‘전관’ 출신이 평균 1.4명이었다.


최한수 조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재벌에 대한 실형이 부를 수 있는 경제적 위험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사법부가 재벌 편향성을 보이는 점에 대해 분석했다. ‘대마불옥(大馬不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대기업 총수에게 실형 선고는 어렵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최 위원은 특히 “연구 대상 기간이 아닌 2008년 이후 법원의 재벌 범죄를 다루는 태도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위원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실형이 확정돼 징역살이를 했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1·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지만 건강상의 이유가 참작돼 파기 환송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고 말한 뒤 “그러나 경제범죄가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형태로 발생할 때 한국 법원은 여전히 소수주주와 외부 투자자 입장에 서는 것 보다는 그룹 전체 이익을 위했다고 보는 시각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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