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감독기관과 한울 원전서 동반 골프쳐 논란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10-02 09:36:27 댓글 0
▲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사고가 발생 했음에도 감독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수시로 동반 골프를 쳐 도마 위에 올랐다.


원안위는 논란이 된 경북 울진 한울 원자력발전소에 직원들을 급파, 현지에 조성된 골프장을 상대로 진상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감사기관에 대한 감시소홀로 사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다급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원욱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제어봉이 떨어져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한수원의 한울본부 직원 233명이 원전 부지내 골프장을 이용했다.


한울 5호기가 제어카드 손상으로 인한 제어봉이 낙하로 운영을 중단한 지난해 1월에도 13명, 현장운전원의 조작 미숙으로 터빈발전기가 정지된 2013년 7월에도 36명의 한수원 직원이 골프장을 이용했다.


이외에도 한울 1호기가 2012년 8월23일부터 6일간 가동 중지 됐을 당시에도 56명이 골프장을 찾았으며, 2012년 10월 한울 2호기 중단 기간에 21명이, 지난해 5월 한울 4호기가 멈췄을 때도 79명이 골프를 즐겼다.


최근 4년간 한수원 직원이 골프장을 이용하지 않은 달은 없었다. 을지연습 기간에도 골프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가비상사태를 상정하고 정부차원에서 비상대비업무를 수행하는 훈련 기간 임에도 2012년 7명, 2013년 3명, 2014년 10명, 2015년 4명의 한수원 직원이 골프장을 찾았다.
문제는 애초에 골프장 이용범위 자체가 한수원·원안위 소속을 불문한 현장 직원들이 모두 이용 가능하게끔 설정돼 있었다는데 있다.


경북 울진 한울 원전 골프장은 한수원이 주도해 1988년 조성됐다. 배치된 직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과 인력 유인 차원에서 꾸며졌다. 고리·영광·월성 등 전국 각지 원전들과 더불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로 분류된 까닭에서다.


골프장은 한울 원전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6홀로 구성돼 있다. 민간인 출입은 철저하게 제한된다. 한울 원전 소속 직원들에게만 라운딩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 본사 한수원 직원이 방문한다 해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용규정은 본사 기준을 토대로 한수원이 직접 만들었다. 한울 원전에는 한수원과 원안위 직원들이 고루 상주하고 있다. 이들이 골프를 통해 자연스레 섞일 수 있었던 근본 이유다.


이와 관련,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 직원들과) 골프를 많이 쳐 문제가 된 사람은 이미 지난 7월 정년퇴직 한 상태라 징계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190회 정도 그런(한수원 직원들과 라운딩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수원 직원들과 골프를 친 것 자체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이용료를 누가 냈느냐에 따라 (도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원욱 의원은 최근 국감장에서 “원전이 멈춘 비상시기에 대기하기는 커녕 494명이 골프를 친 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의 불안을 외면하는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이어 “비상시기 골프를 즐긴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 조치방안과 향후 재발방지 등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조석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수원은 2005년 5월 경북 울진군의 한울원자력본부 부지 안에 직원 복지라는 명목으로 축구장 스무 배 크기의 골프장을 조성했다. 규모는 14만5000㎡(4만4000평)로 37억원의 비용을 들여 여론의 비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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