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형제 진흙탕 싸움 ‘또 발발’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05-12 00:19:12 댓글 0
금호석화 “금호터미널 매각, 기업 가치 훼손” 재충돌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에 반발하면서 금호家 형제 싸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재계 등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4월29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이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 해당 문제를 제기하는 공문을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 측에 발송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지분 12.6%)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금호터미널의 현금자산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분을 매각하고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은 이 같은 정황을 잘 알면서도 금호기업에게 금호터미널을 매각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및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법무법인을 통해 해당 사항에 대한 법리적 검토에 들어간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검토 결과에 따라 향후 박삼구 회장에 대한 배임죄 소송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선 금호가의 최근 상황이 또 다시 벌어질 형제 간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2대 주주인 금호석화 측 대리인 변호사 3명이 참석, 회사의 경영 상태를 노골적으로 꼬집은 바 있다. 당시 대리인들은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니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 점은 충분히 이해하나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식의 미봉책을 반복하면 안 되며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통한 구조조정과 비핵심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리인 측은 경영책임 등의 이유로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리인의 발언이었지만 사실상 동생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 박삼구

두 형제는 ‘금호’ 상표권을 두고도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은 ‘상표권 사용’과 관련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회사로부터 매출의 0.2%를 상표 사용료로 징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상표 사용료는 금호타이어가 월 75억원, 아시아나항공이 월 95억원, 금호석유화학이 월 88억원으로 정했으며, 금호산업 측은 당시 “금호 브랜드를 쓰는 모든 회사는 사용료를 내야 하는 만큼 금호석유화학도 다른 계열사처럼 브랜드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측은 2010년 경영권 분리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로고를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금호’라는 브랜드의 공동 소유권 자격이 금호석유화학 측에도 있다고 주장하며 상표권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분쟁사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며 ‘형제 경영의 모범’으로 꼽히던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와 2008년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형 박삼구 회장은 두 회사의 인수를 추진한 반면, 동생 박찬구 회장은 반대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형 박삼구 회장의 뜻대로 인수가 이뤄지면서 갈등이 봉합된 듯했으나, 2008년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는 국내 굴지 그룹을 다시 한 번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동생 박찬구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추진한다.


이에 형 박삼구 회장은 ‘형제경영 원칙을 깼다’는 이유를 들어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동반 퇴진이라는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형 박삼구 회장이 동생 박찬구 회장을 내쳤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이후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나뉘었고 치열한 소송전에 돌입했다. 현재까지 두 형제간 소송은 수년에 걸쳐 크고 작은 건수만 1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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