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들의 탈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LG에 이어 이번에는 SK그룹마저 탈퇴했다. 전경련의 존립 기반이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은 17일 열리는 이사회를 기점으로 회원사들의 추가 이탈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차기 회장 선임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전경련에 가입된 계열사가 20곳에 달하는 SK그룹은 16일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탈퇴원을 제출한 데 이어, SK하이닉스 등 다른 계열사들은 24일 정기총회 전까지 탈퇴원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이 탈퇴원을 내면서 4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만 전경련에 남게 됐다. 4대 그룹은 전경련 전체 연간회비(492억원)의 77%가량인 378억원(2015년 기준)을 부담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도 공식 탈퇴를 하지 않았을 뿐, 올해부터 회비 납부를 중단하는 등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사회와 정기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주요 그룹들이 공식적으로 탈퇴를 선언하자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과, LG, SK 등 핵심 회원사들이 모두 떠난 상황에서 해체 작업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답답하고, 침통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기총회(24일)에 앞서 17일에 개최되는 이사회는 전경련의 운명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회장단, 상임이사, 이사를 비롯해 회원사 100곳가량이 참석 대상이며,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의결 요건이다. 당초 150곳이 대상이었으나 최근 회원사들의 탈퇴로 대상 기업 수가 크게 줄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전경련이 차기 회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을 경우 전경련 쇄신에 확신을 갖지 못한 회원사들의 ‘이탈 러쉬’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후임 회장 선임작업을 서둘렀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손경식 CJ 회장 등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유력 인사들은 모두 고사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으로 ‘뇌물의 진원지’로 지목된 전경련의 수장을 맡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차기 회장 내정이 지연되면서 쇄신안 마련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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