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만 되면 또 ‘국내산 둔갑’…축산물 원산지 위반 106곳 적발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26-08-08 08:29:55 댓글 0
농관원, 7월 15~31일 집중단속…119건 위반 확인
▲ 뉴스 내용을 기반으로 AI ChatGPT 생성

여름 휴가철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틈을 타 외국산 축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거나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매년 명절이나 휴가철처럼 축산물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마다 원산지 위반 단속이 반복되고 있지만, 비슷한 유형의 위반 행위 역시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단속 방식 자체를 상시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지난 7월 15일부터 31일까지 축산물 원산지 표시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106개 업체에서 모두 11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축산물 판매업소와 식육 제조·가공업체를 비롯해 유명 피서지와 관광지 주변 음식점, 정육식당, 온라인 쇼핑몰, 배달앱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주요 단속 대상은 외국산 축산물을 국내산으로 표시해 판매하는 행위와 원산지를 소비자가 혼동하도록 표시하거나 위장 판매하는 행위,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는 행위 등이었다.

돼지고기 위반 82건…전체 위반의 대부분 차지

품목별로 보면 돼지고기 위반이 82건으로 가장 많았다.이어 쇠고기 15건, 닭고기 12건, 오리고기 7건, 염소고기 2건, 양고기 1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돼지고기의 위반 건수가 다른 축산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돼지고기는 음식점과 가정에서 소비량이 많고 외국산 수입 물량도 상당해 원산지 둔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농관원은 이번 단속에서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현장에서 곧바로 판별할 수 있는 검정키트를 적극 활용했다. 육안이나 서류 확인만으로 원산지를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검정수단을 현장 단속에 적용하면서 적발 효율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업종별로 보면 일반음식점이 66개소로 가장 많았고 식육판매점 20개소, 식육가공처리업 3개소, 가공제조업 2개소, 식육유통업 2개소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가 고기의 원산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음식점에서 위반이 집중됐다는 점도 문제다.

정육점이나 온라인 판매의 경우 제품 포장과 원산지 표시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음식점에서는 메뉴판이나 원산지 표시판을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짓표시’ 53곳 형사입건…미표시 53곳 과태료

적발 업체 가운데 외국산 축산물을 국내산 등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한 53개 업체는 형사입건됐다.

현행 원산지 표시 관련 규정에 따라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업체도 53곳 적발됐다. 농관원은 해당 업체에 모두 1천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원산지 미표시에는 위반 정도 등에 따라 5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업체의 절반은 단순한 표시 실수 수준이 아니라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속이거나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도록 표시한 사례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온라인몰·배달앱까지 번진 원산지 단속

축산물 유통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단속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농관원은 이번 단속에서 자체 사이버 단속반을 활용해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앱에 등록된 원산지 정보를 사전에 모니터링했다.

온라인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이 의심되는 업체를 선별한 뒤 현장 단속반을 투입해 실제 매입·판매 내역과 원산지 표시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판매의 경우 사업장과 실제 판매 장소가 분리돼 있거나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아 기존 현장 중심 단속만으로는 부정유통을 잡아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사이버 모니터링과 현장 단속을 결합한 방식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김철 농관원장은 “앞으로도 수입이 증가하고 소비가 확대되는 축산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원산지 표시 적정 여부를 관리할 계획”이라며 “다가오는 9월에는 추석 선물과 제수용 농식품에 대한 부정유통 행위를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가철 지나면 추석 단속…‘특별단속’ 반복되는 구조

문제는 원산지 단속이 매년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 명절에는 제수용 농축산물, 여름 휴가철에는 육류와 외식업소, 추석에는 선물세트와 제수용품을 중심으로 특별단속이 실시된다.

그럼에도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거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는 사례는 매년 반복된다.

단속 자체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특별단속만으로는 고질적인 원산지 위반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소비자정책 전문가들이 원산지 표시 위반 문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적발 횟수’보다 ‘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사업자가 명절이나 휴가철에만 단속이 집중된다고 판단할 경우 특별단속 기간을 피해 위반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회성 집중단속보다 평상시에도 온라인 판매정보와 수입·유통자료, 업소별 구매내역을 연계해 이상 거래를 선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시각 “원산지 둔갑은 결국 경제적 이익 때문에 발생”

원산지 표시 위반은 단순한 표시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하면 판매자는 가격 차이만큼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는 국내산 가격을 지불하고도 실제로는 값싼 수입산을 구매하게 된다.

전문가들이 원산지 허위표시를 일종의 소비자 기만 행위로 보는 이유다.

특히 정상적으로 국내산 축산물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정육점 입장에서도 피해가 발생한다. 값싼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원산지 표시 위반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정직하게 영업하는 업체와 국내 축산농가까지 피해를 입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단순 과태료나 일회성 적발을 넘어 거래이력 추적과 재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106곳 적발보다 중요한 것은 ‘왜 매년 반복되나’

휴가철에 106개 업체를 적발했다는 숫자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원산지 단속 결과를 바라볼 때 적발 업체 수만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왜 매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위반이 반복되고 있는가”다.

휴가철에는 축산물, 추석에는 선물·제수용품, 설 명절에도 다시 농축산물 특별단속이 시작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단속 대상만 달라질 뿐 ‘외국산의 국내산 둔갑’이라는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이는 원산지 표시 위반이 일부 업자의 일시적인 실수라기보다 가격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앱 등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원산지를 직접 확인하기 더욱 어렵다.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행정기관의 감시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농관원이 사이버 단속반을 운영하고 돼지고기 원산지 검정키트를 활용하는 것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다만 특별단속 기간에만 강도를 높이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상습 위반 업소를 별도로 관리하고, 수입량과 매입량, 판매량이 비정상적으로 맞지 않는 업체를 데이터로 선별해 상시 점검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소비자가 국내산이라고 믿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면 실제 상품도 국내산이어야 한다.

원산지 표시는 작은 글씨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신뢰와 국내 축산농가의 생존이 걸린 약속이다.

매년 반복되는 ‘휴가철 특별단속’이 단순한 연례행사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제는 몇 곳을 적발했는지가 아니라 적발 이후 재발률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정책의 성과로 평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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