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학대하는 나쁜 부모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보호조치아동의 발생 원인 1위는 미혼부모와 혼외자였고, 학대는 3위에 머물렀다.
2010년 12.1%에 불과하던 학대 비율은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 2015년부터 1순위에 올라섰고, 2021년과 2022년에는 마침내 48%를 넘어섰다. 15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보호조치아동은 약 3만 5천 명. 그중 37.7%, 1만 3천여 명의 아이들이 '학대'라는 이름표를 달고 가정에서 분리되었다.
더 무거운 사실은, 이 학대의 가해자 열 중 여덟이 다름 아닌 친부모라는 점이다. 아이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울타리가,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어 있는 셈이다. 참고로 나쁜 부모 사례는 보육원을 퇴소 후에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별도로 다시 다루고자 한다.
UN 아동권리협약 제20조는 “가정환경을 잃은 아동에게 국가가 특별한 보호와 대안 양육을 보장해야 하며, 시설보호보다 가정 또는 가정과 유사한 환경의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평균 58.62%(40,074명)의 보호조치아동이 시설로 입소했다. 협약의 정신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걸어온 10년이었다.
학대의 그림자, 경계선지능장애
“학대·방임·불리한 아동기 경험이 경계선지능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이다” 이는 더 이상 가설이 아니다.
2020년 발표된 영국에서 발표된 “아동학대와 아동 인지기능 간 인과관계 탐색: 체계적 문헌고찰”(Investigating the causal relationship between maltreatment and cognition in children: A systematic review) 에서는 “12세 미만 아동 대상 31편 연구를 검토한 결과 학대 경험 아동이 비교군보다 IQ/인지발달이 더 낮았으며, 학대의 시기와 지속기간이 길수록 인지손상이 큰 ‘용량-반응 관계’도 확인했다”고 정리했다.
저자들은 특히 시설수준의 극심한 학대·박탈 환경에서는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인과적 근거가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21년 네덜란드 연구는 한층 직접적이다.
지적장애 및 경계선지능 아동 134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계선지능 아동의 92.3%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불리한 아동기 경험을 겪었고, 평균 사건의 수는 2.88개에 달했다. 가족의 복합적 위험과 아동의 경계선지능이 단단히 얽혀 있다는 사실이, 숫자로 또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 통계보다 훨씬 더 무겁다.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아동들을 보면 지적장애나 경계선지능장애로 의심 될 만한 아동들의 수가 앞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2024년 보도자료를 통해 시설보호아동 11,899명 중 4,986명, 즉 41.9%가 ADHD·경계선지능·공격적 행동 등을 보이는 ‘특수욕구아동’이라고 밝힌바 있다.
다행인 점은, 경계선지능과 ADHD는 안정적이고 구조화된 양육, 부모 교육, 조기 개입을 만나면 정서조절과 사회적응이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학대로 분리된 아이일수록 한시라도 빨리 안정된 가정으로 옮겨지는 일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가능성마저 지금 한국에서는 닫혀 있다.
누가 입양을 가로 막고 있는가?
2010년 1,462명이던 국내 입양은 2025년 102명으로 줄었다.15년 만에 90%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흔히 '혈연 중심 가족문화'을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혈연 중심 문화는 2010년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문화 하나로 90%의 급락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시계열을 들여다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점진적으로 감소하던 입양 건수가 2023년 공적입양체계 전환 논의를 전후로 급락한 것이다.
2025년 7월 19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입양 절차의 실무가 민간 입양기관에서 국가로 전면 이관되었다.
아동 최선의 이익을 강화하고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 부합하는 공적 관리 체계를 만들겠다는, 명분만큼은 흠잡을 데 없는 개편이었다. 하지만 2023년 제도가 채택된 이후 국내 입양은 304명으로 이 숫자조차 기존에 매칭이 진행되던 사례이며. 결국 23년 이후 새롭게 입양이 연결된 아동은 0명이다.
결국 입양을 원하는 부모도,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도 매칭된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이 사태가 과연 ‘아동 최선의 이익’과 부합하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에서 행정처리라는 이유로 입양을 막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준비 없는 공적체계
한 아이가 친생부모에게 학대받다 좋은 양육자를 만나 사랑받으며 자라느냐, 아니면 보육원에서 2교대·3교대 생활지도원의 손을 거쳐 자라느냐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가르는 일이다.
그토록 무거운 갈림길을, 우리는 준비 없이 갈아 엎었다.
26년 3월에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특히 예산과 인력 확보가 충분히 선행 되지 못했고 이는 숫자로 고스란히 들어 난다.
2026년 3월 기준 입양 절차 진행 중인 605가정 가운데
- 231가정이 기본교육 대기
- 152가정이 가정환경조사 대기
- 77가정이 자격심의 대기
- 18가정이 결연심의 대기
초반 단계부터 후반 심의까지 전 구간이 줄줄이 막힌, 전형적인 병목 현상이다.
예비양부모 자격심의와 결연심의는 아직도 월 1회. 보건복지부는 이를 월 2회로 늘리겠다고 개선안을 내놓았고, 입양 신청서는 여전히 등기우편으로 접수하다가 최근에야 온라인시스템을 만들겠노라 발표 하였다.
AI가 의료 영상을 판독하고 신약을 설계하는 시대에,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첫 서류는 우체국을 거쳐야만 도착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제는 속도만이 아니다. 새 체계는 '서류와 심의의 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초기 조사의 충실도, 기록의 깊이, 위원회 검토의 밀도에 따라 한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
제도는 더 정교해졌지만, 현장 역량이 그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하면 아이의 개별성은 서류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지워진다.지금이 바로 그 위험이 현실이 된 시점이다. 생후 36개월까지가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는 사실은 이제 부모가 아니어도 안다.
2023년에 태어난 아기는 이제 낯을 가리고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가 되었다. 그 3년을, 우리는 행정의 병목 안에서 아이들의 인생을 통째로 흘려보냈다.
이러한 제도에 묶여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동은 계속 발생한다. 1분1초가 그 아동에게는 아까운 시간들이다.학대 아동이 보육원에 입소하기까지는 꽤 복잡하고 힘겨운 절차를 걸친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은 오롯이 아동의 몫이다.
아동에게 최대한 빨리 좋은 양육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국가가 되려 뺏고 있는 꼴 되고 있는 것이다.
깨진 우주, 그 조각을 맞춰야 할 의무
고려시대에도, 조선시대에도 보호조치가 필요한 아이들은 있었고, 그들을 돌보는 기관도 있었다.전쟁과 학대, 가난과 이혼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보호조치아동은 인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발생할 것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 것은, 그 아이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다.
흔히 부모를 두고 '아이의 우주'라고 한다. 보육원에 입소하는 아이들은 친생부모의 이혼·재혼·한부모 경험에 더해 학대와 방임, 알코올 문제, 장애, 극심한 생활고가 겹겹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들에게 우주는 이미 산산이 부서진 상태로 도착한다. 그렇다면 어른들에게는, 그리고 국가에는, 그 우주의 조각을 한 알이라도 더 맞추어 돌려줄 의무가 있다.
보육원 입소의 본질은 '부모의 부재'가 아니라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최소한의 울타리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그 울타리를 다시 세우는 일을 가로막는 존재가 다른 곳도 아닌 국가의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학대 속에서 보육원으로 들어왔던 수많은 아이들이, 입양이라는 두 번째 가능성마저 닫힌 채 곧 보호 종료를 맞아 사회로 나온다.
그러나 사회에는, 앞서 적은 그대로, 그들을 받쳐줄 제도도 어른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깨진 우주의 조각을 맞추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일을 막는 제도라면, 그것은 더 이상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한 제도'라 부를 수가 없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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