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인은 끈적대는 ‘네바네바 환경채소’를 좋아할까?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6-12-24 05:42:17 댓글 0
정갈한 일본의 가정식을 보면 장수국가로 꼽히는 이유... 분명냉장고 속의 시들어가던 채소 50℃ 물에서 씻으면 순식간에 싱싱
▲ 낫토

건강한 식습관 중심엔 ‘채소’가…그 효능 극대화한 레시피 다양


낫토·마·오크라 등 끈적이는 채소 노화방지와 유해물질 배출 촉진


▲ 채소란,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푸성귀’를 일컫는다. 하지만 우리는 늘 먹는 채소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일본인들은 ‘네바네바 환경식품’이라고 부르는 끈적대는 채소를 좋아한다. 마, 낫토, 미역, 다시마, 알로에, 천년초, 오쿠라, 모로헤이야 등이 ‘네바네바 환경식품’에 해당한다.


식약처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한국인의 고기 섭취량은 43.7킬로그램이라고 한다. 웬만한 여자 연예인의 몸무게와 비슷하다. 그에 비해 채소 섭취량은 권장량의 10분의 1 수준. 특히 20~30대 여성들의 경우 운동은 하지 않고 빠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 자극적인 맛의 외식 메뉴에 길들여져 스스로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찐 살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빼려고 눈물겹게 노력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몸에 좋은 채소를 가까이 할 방법은 없을까. 채소 즐기는 습관을 들이고픈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강한나가 매일 채소를 찾게 만드는 에세이 <채소는 일본 여자들처럼>(브레인스토어)에 주목하라. 고기를 광적으로 좋아하다가 채소 예찬론자가 되었다는 그녀가, 채소가 우리 몸에 왜 중요한지, 채소의 위력은 무엇인지 의미를 짚어준다. 특히 채소를 사랑하는 일본 여성들을 직접 만나 그녀들의 시크릿 채소 라이프를 들려준다. 채소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일본인들의 삶을 엿보고 맛있는 채소 레시피부터 삶의 철학까지 들어보자.


주요 선진국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나라에서 권하는 채소의 하루 섭취량이나 횟수를 살펴보면 미국은 2.5컵, 일본은 350g, 영국과 독일은 하루 5번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없다!


가까운 일본 사람들의 식습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10년 즈음 앞서 식습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나라다. 그러다 보니 채소를 맛있게 먹는 법부터 채소를 영양가 있게 섭취하는 법, 그리고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기발한 채소 레시피까지, 언제나 채소가 화제의 주인공이 된다.


<채소는 일본 여자들처럼>이란 책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강한나가 직접 경험한 일본인의 건강하고 맛있는 채소 식습관을 다룬 에세이다. 고기를 광적으로 좋아하던 그녀가 일본에서 채소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자들에게 그녀가 경험한 일본의 특별하고 맛있는 비밀 레시피는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일본여성의 시크릿 채소 라이프


채식이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단지 실천이 어려울 뿐. 지금까지 우리에게 채식이라는 것은 미각을 포기한다는 것의 다름이 아니었다. 채식을 생활화하고 있는 이효리나 이하늬 등의 연예인들도 고기를 먹고 싶은 욕구를 참고 채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는 맛과 건강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방송인 강한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에 있을 때 그녀는 고기를 좋아하고 채소를 싫어하는 일반적인 입맛의 소유자였다. 그랬던 그녀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경험한 올바른 채소 식습관을 통해 몸과 마음이 달라졌단다.


그렇다고 그녀가 베지테리언이 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여전히 고기를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다만 고기만 먹던 식습관에서 벗어나 몸에 좋은 채소요리를 좀 더 자주 찾음으로써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유지하게 되었을 뿐.


얼핏 보기에 일본음식은 채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돈카츠, 덴푸라, 라멘, 우동, 오코노미야키 등 일본 명물로 꼽히는 음식은 ‘헬시’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인은 왜 이리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물며 방사능 문제로 떠들썩한 지금 일본의 채식에 왜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인 강한나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일본의 채소가 아니라 바로 그들의 장수 비결인 식습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소박하고 정갈한 일본의 가정식을 보면 일본이 왜 세계적인 장수 국가로 꼽히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리고 일본인들의 건강 식습관 그 중심에는 ‘채소’가 있다.


전 세계 유수한 채소 섭취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음가짐, 뿌리채소와 네바네바(끈적대는) 채소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레시피, 일본 전통 밥상에서 발견한 제철 채소의 위력, 그밖에 발효식품과 디톡스 효소 시럽, 채소 수프, 채소 카레, 그린 스무디, 50℃ 채소 씻기 열풍 등 이들의 채소 연구는 참으로 다채롭다.


장수 부르는 ‘네바네바 환경채소’


“일본 사람들은 ‘네바네바 채소’를 좋아한다. ‘네바네바’란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실이 나오는 모양을 표현한 일본의 부사 중 하나다. 사람들은 흔히 끈적이는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서 끓이거나 씻어서 끈적임을 제거한 후 요리에 이용한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네바네바’라는 표현을 하며 실을 더 나오게 만들어 끈적한 식감을 즐긴다. 끈적이는 것에는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성분이 있고 열을 가하거나 씻어내면 몸에 좋은 성분이 파괴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끈적이는 성분의 정체는 바로 수용성 식물섬유다. 일본인들은 이런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을 ‘네바네바 식품’이라고 부르는데, ‘네바네바 식품’을 섭취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효능을 강조한다.


네바네바 환경식품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낫토(일본식 청국장)와 마, 우엉, 돼지감자, 미역, 다시마, 오크라 등이 있다. 여러 식품에 내재되어 있는 수용성 식물섬유는 뮤신, 알긴산, 후코이단 등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모두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역과 다시마에 들어 있는 후코이단은 위암의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억제하고 알긴산은 식후의 급격한 혈당 상승을 예방해준다고 한다.


또 ‘네바네바 환경식품’의 점액다당류는 변통을 좋게 하고 유해물질의 배출을 촉진시키며 장내에 이로운 비피더스균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이런 효능은 수용성 식물섬유 식품인 우엉, 콩 등에도 함유되어 있으나 네바네바 환경식품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 포함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네바네바 환경식품으로 꼽히는 낫토는, 한국에서도 청국장을 띄워서 많이 먹고 있지만 생청국장을 그대로 실을 내어 뜨거운 밥에 비벼먹는 것은 일본식 문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 흔히 청국장으로 찌개를 끓이면 점액질 성분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고 청국장 특유의 독특한 냄새로 인해 먹는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과 같이 생청국장을 그대로 섭취하면 콩의 유효성분들을 섭취하는 것은 물론, 점액질 성분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어 위를 보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에 들어 있는 점액질의 성분은 뮤신으로 눈, 위점막, 호흡기 등을 보호하는 막의 주요 구성 성분 중 하나다. 위에 부담이 적은 부드러운 식물성 섬유소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뜨거운 밥에 마를 갈아서 얹어 먹으면 점액질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가 알파 전분의 소화를 촉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오크라는 아프리카의 북부가 원산지로 따뜻한 온도에서 생육하는 식재료다. 일본의 맛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에서는 식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오크라의 점액질은 펙틴, 갈락탄, 아라반 등 다당류에 의한 혼합물로 마와 달리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피로 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고 혈당이 급속히 오르는 것을 예방한다. 특히 오크라는 다른 점액질과 비교했을 때 열에 강해 열을 가해도 많은 양이 없어지지 않으며 약 2분간 가열하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채소지만 자르면 별 모양으로 예쁘고 데쳤을 때 점액질의 성분이 많이 나온다.”


50℃ 싱싱 채소 되살리는 법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채소값. 하지만 채소를 구입해서 냉장 보관한다고 해도 며칠만 지나면 시들시들해지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아까워도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는 마치 밭에서 갓 수확한 것처럼 만드는 기적의 채소 세척법이 인기라고 한다. 이른바 ‘50℃ 세척법’을 활용하면 냉장고 속에 들어 있던 시들시들하던 채소를 순식간에 싱싱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싱싱 채소 만들기 비법은 일본의 ‘히라야마 잇세’ 박사가 처음 시작해서 지금은 유명 레스토랑 요리사들도 이 방법을 이용한다고 한다. 가격은 비싼데 사온 지 며칠 지나면 시들해지는 채소도 50℃의 물을 만나면 갓 수확한 것처럼 아삭해진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이지만 사실 일본의 온천지역 벳부에서는 예로부터 식재료를 온천물에 씻어서 보관하는 방법이 전해내려온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 효과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는 중인데, 그 방법은 먼저 온도를 50˚C로 맞춘 물에서 채소를 1~2분간 씻어준다. 그런 다음 채소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아낸다. 이렇게 하면 힘없이 시들했던 채소가 순식간에 싱싱하게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방송인 강한나의 책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전문가 뺨치게 채소를 사랑하는 일본 여자들의 시크릿 레시피를 훔쳐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맛과 건강 모두를 포기할 수 없는 우리에게 그녀들이 내놓은 은밀한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강한나는 사토코의 바냐 카우다와 가스파초, 미치루의 디톡스 효소 시럽, 세이코의 두유 요리, 노리코의 쿄토 요리 등 채소를 사랑하고 즐기는 그녀들의 맛있는 채소 레시피는 물론 채소에 대한 그녀들의 철학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토코의 시크릿 레시피


일본에서도 스포츠 가족으로 알려져 있는 사토코네. 그녀는 언제나 가족 식사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영양사 전문 자격증까지 보유할 정도로,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의 체력을 생각하며 식생활을 컨트롤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제일 처음 추천해준 시크릿 채소 요리는, ‘바냐 카우다(Bagna Cauda)와 생채소’였다.


본디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지방 사람들이 즐겨 먹던 바냐 카우다는 이탈리아어로 ‘따뜻한 소스’란 의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퐁듀와 비슷한 느낌인데, 신선한 생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 따뜻한 바냐 카우다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이다.


한국인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바냐 카우다’는 일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아주 보편화된 채소 요리로, 최근 가정에서 직접 바냐 카우다를 만들어 먹는 일본인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유와 생크림, 마늘과 앤초비 등을 믹서에 넣고 갈아서 만드는 바냐 카우다는 퐁듀 그릇에 담아 불을 지펴가며 찍어 먹는 따뜻한 소스이다.


오이, 파프리카, 생무, 당근, 배추, 적배추, 토마토 등의 생채소를 먹기 좋게 잘라서 바냐 카우다에 찍어 먹는다. 그 맛은 정말 일품인데,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처녀 때부터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했어요. 집에서 이탈리아 파스타를 만드는 등 이탈리아 건강식 요리를 좋아했거든요.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채소를 많이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바냐 카우다 소스를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일본에서는 요리를 할 때 마늘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요. 냄새에 유독 예민한 일본인은 마늘의 효능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피하는 경향이 있죠. 바냐 카우다에도 마늘이 들어가는데, 냄새가 별로 안 나고 먹기가 편해요. 만드는 방법도 참 간단하고요.


손님들이 집에 놀러오면 애피타이저로 바냐 카우다를 준비해요. 생채소를 스틱 모양으로 예쁘게 잘라주고 바냐 카우다 소스에 불을 지펴주면, 인기 만점이거든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파티 기분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미치루의 시크릿 레시피


고조된 목소리의 그녀를 보니, 분명 채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틀림없다. 낙찰! 난 그녀에게 추가 질문을 덧붙였다. 혹시 그녀만의 비밀스런 채소 레시피를 가지고 있느냐고….


“디톡스 효소 시럽이요.”


그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답을 했다.


유행에 발 빠른 그녀는 채소의 유행에도 민감한 모양이다. 디톡스 효소 시럽은 미국에서 시작돼 1~2년 전부터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데, 아직 상당수의 일본인들도 생소해하는 채소 섭취법 중 하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디톡스 효소 시럽’을 설명하자면,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천연 효소를 발효시킨 것을 말한다. 마치 한국의 김치랑 비슷한 원리로, 채소나 과일도 발효를 시키면 몸에 더 좋다는 이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면역성 수치가 낮거나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디톡스 효소 시럽’이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남녀가 하루에 필요한 채소의 양이 350g이잖아요. 말이 쉽지, 350g의 채소를 생으로 매일 먹는 건 쉽지 않아요. 두 손 위에 올려도 가득 찰 정도의 양이거든요. 돈도 많이 들 뿐 아니라 먹는 것 자체가 곤혹스러울 수 있잖아요. 매일 350g의 채소를 먹으라고 하면 저도 감당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걸 고민하던 찰나에 디톡스 효소 시럽을 알게 됐어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1년 365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데다 채소의 영양분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건강을 챙길 수 있어요. 물론 처음 만들 땐 엄청난 양의 채소가 필요한 건 맞아요. 채소도 1kg 정도 준비해야 하고, 설탕도 1.1kg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오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해요.”


막연하게 채식은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당신, 채소는 맛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당신에게 강한나의 에세이는 신선한 충격을 선물할 것이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레시피로 맛있는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일본 여자들. 이제 그들의 식탁을 훔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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