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의혹과 관련한 첫 보도가 지난해 9월 나온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씨, 삼성 등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한 정황이 나왔다. 이들은 삼성이 최씨 모녀에 사준 말을 마치 돈을 받고 빌려준 것처럼 꾸미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2회 공판기일에서 박영수 특별검사 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한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특검은 앞선 조사에서 황 전무에게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제시하면서 “정유라에 구입해준 말을 마치 임대한 것처럼 꾸미기로 한 사실을 삼성으로부터 전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조치하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는 데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황 전무는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삼성 승마지원 관련 첫 보도가 나온 바로 다음날인 지난해 9월 24일 작성된 것으로 ‘VIP. 삼성:명마관리비 임대’라고 기재돼 있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정씨 승마지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대책을 전해듣고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 측은 “대통령도 이전까지 자기 자신 요구로 삼성이 정유라에게 승마훈련비룰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보도가 나오자 방식을 변경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 측은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고 승마지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등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박 사장이 대책 회의 직후 이를 정리해 작성한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언론에 쉽게 노출되던 정씨의 말 ‘비타나 V’ 대신 같은 프리미엄급인 ‘블라디미르’로 말을 교체하기로 했다.
또 다른 말 ‘스타샤’, ‘라우싱’의 경우에는 18년 말까지 정씨의 승마코치 안드레아스의 명의로 두었다가 추후 최씨에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말을 매각한 것으로 처리하기 위해 삼성이 월 9만유로 안드레아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 돈은 말 대금 명목으로 독일의 삼성 구좌로 되돌려 받기로 했다.
특검은 또 황 전무가 지난해 10월19일 최씨 측과 독일에서 가진 면담에 대해 정리한 ‘최원장 미팅결과’라는 제목의 이메일도 공개했다.
여기엔 삼성이 앞선 계획에 추가 방침을 세워 말 ‘블라디미르’의 언론 노출을 우려하면서 최씨 측에 6개월 내 매각하기로 한 내용이 포함됐다.
특검 측은 “삼성과 안드레아스 사이에 비타나 등 말 3마리 매매 계약이 허위”라면서 “당초 최씨에게 소유권을 준 것이지 빌려준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금 역시 우회방식으로 지급해 현행수준을 유지하려 했다”면서 “삼성 측과 최씨는 해당 지원금이 불법으로 절대 노출되면 안될 것으로 인식하고 허위계약서를 만들어 이를 은폐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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