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일정 시간 같은 공기를 나누며 이동하는 공간이다. 완전히 공적이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사적이지도 않은, 일종의 ‘공유된 사적 공간’이다. 그렇기에 객실 안에는 최소한의 배려와 침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선을 지키는 감각이 요구된다.
최근 KTX 객실에서 그 선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을 목격했다. 한 승객이 좌석 앞 선반 위에 발을 올린 채 앉아 있었다. 그것도 양말 한쪽을 벗은 맨발 상태였다. 단순한 자세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러 타인의 이용을 전제로 설계된 공간 위에 자신의 신체를 올려놓은 행위였다.
문제는 그 선반이 누군가의 손이 닿는 곳이라는 점이다. 물건을 꺼내거나 접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이 향하는 지점에 이미 타인의 발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비매너를 넘어, 공공장소에서의 위생 감수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해당 승객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 로고가 크게 드러난 옷을 입고 있었고, 옆 좌석에는 역시 명품 가방을 올려 사실상 좌석 하나를 더 점유하고 있었다. 값비싼 소비의 흔적은 곳곳에 있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매너는 흔히 그 사람의 '수준'이라 불린다. 비싼 것을 소비하면 그에 걸맞은 '격'까지 따라온다고 믿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형은 얼마든지 치장할 수 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태도는 개인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가. 몸에 걸친 브랜드의 이름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드러나는 태도와 습관이야말로 한 사람의 진짜 수준과 격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그날 KTX 객실에서 마주한 것은, 값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그와 어울리지 않는 태도의 간극이었다. 명품 샤넬을 걸쳤지만, 그에 걸맞은 품격까지 함께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정민오 기자 assh1010@daily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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