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하순, 낮 기온이 28도까지 치솟는 기상 이변이 계속되면서 우리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기후 위기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농산물 가격 폭등을 야기하는 이른바 ‘기후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수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며 ‘기습 냉해’에 노출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과 생산량의 가파른 하락세는 수치로 극명히 드러난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6만 6,041톤에 달했던 사과 생산량은 기습 냉해와 병해충이 창궐했던 2023년,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39만 4,428톤까지 떨어지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듬해인 2024년에는 약 45만 9,648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평년 생산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어 2025년 사과 생산량은 약 44만 8,000톤으로 전년대비 2.6% 감소했다.
역시 주요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면적이 줄고 봄철 발생한 산불 피해 등이다. 기후 변화로 대구·경북 중심이었던 사과 재배 한계선이 강원도까지 올라가 기존 농지들이 폐원하면서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는 올해 4월의 날씨가 지난해보다 더 변덕스럽다는 점이다.
4월의 이상고온은 사과, 배 등 주요 과수의 개화 시기를 앞당겨 기습 냉해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
특히 사과는 국민 소비 비중이 가장 높아, 4월의 기후 이변이 식탁 물가 전체를 흔드는 '기후 인플레이션'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본지가 만난 과수 농민 이 모 씨(67·경북 안동)는 “사과도 걱정이지만, 배꽃은 사과보다 일찍 피어서 더 예민해요. 낮엔 초여름처럼 덥다가 밤엔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니 꽃눈이 타버렸다.
올해는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한 해 농사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농가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사과와 배는 저장성이 좋아 1년 내내 소비되는 품목이기에, 4월의 냉해 피해는 가을 수확기를 거쳐 이듬해 상반기까지 전체 물가를 흔드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병해충 창궐도 비용 상승의 주범이다.
따뜻한 봄 날씨에 활동을 시작한 해충을 막기 위해 방제 횟수를 늘리다 보니 인건비와 약제비가 치솟고, 이는 결국 ‘기후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스마트 방재 및 예측 시스템 고도화하여 ICT 기술을 활용해 미세 살수기나 열풍기를 가동하는 스마트팜 기술을 일반 농가에 신속히 보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고온과 냉해에 모두 강한 신품종 사과와 배를 개발하고, 재배 한계선 북상에 따른 주산지 재편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수립해야 한다.
농작물 재해보험의 피해 산정 방식을 현실화하고, 생산량 급감 시 가격 변동폭을 완화할 수 있는 공공 비축 물량 관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4월의 이상 고온은 탄소 감축 정책이 산업계의 숙제를 넘어 국민의 먹거리와 직결되어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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