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릇한 환경러브호텔의 천태만상

이정윤 기자 발행일 2015-10-10 23:02:16 댓글 0
▲ 러브호텔의 진화

최근 들어 모텔의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주요 이용 계층의 다양화다.


당초 모텔은 ‘러브호텔’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40대 이후 불륜관계의 남녀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텔 이용 계층의 연령대가 20~30대로 대폭 낮아졌고, 이에 따라 모텔들도 젊은 층에 구미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러브호텔형 모텔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우후죽순 모텔이 생겨나 과잉 경쟁이 시작되는 바람에 모텔 업주 스스로도 기존의 ‘모텔’ 이미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특히 모텔을 이용하는 손님의 연령대가 낮아진 이상 예전 서비스와 인테리어로는 젊은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없다는 모텔업계의 관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침침한 조명에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모텔들이 최근 지향하는 아이템은 일명 ‘부티크텔’. ‘부티크텔’이란 대형 스마트 TV, 당구대, 수영장, 신종 게임기, 월풀 욕조 등을 갖춘 신개념의 멀티플렉스형 숙박업소로 웬만한 호텔 뺨치는 인테리어와 고급시설을 자랑한다.


호텔보다 저렴한 숙박료로 다양한 놀이시설·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생은 물론 젊은 직장인들도 모텔방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l업소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또 다른 모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l업소만의 장점이다.


특히 l업소에서 준비한 이벤트 때문에 둘만의 기념일에 이곳을 찾는 커플이 많다.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헬륨풍선과 티라이트로 방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3만원. 또 추가 옵션으로 고급 와인과 와인잔, 장미욕조와 예쁜 케이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특실에는 2인용 월풀 욕조가 마련되어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피로를 풀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제격이다.


지난 5월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한 지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신촌지역에 새로 문을 연 Y모텔을 선택한 김 아무개(32)는 “여자친구에게 기념에 남을 만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호텔을 찾아가기에는 비용부담이 너무 커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적당한 모텔을 골랐다”면서 “하룻밤 숙박요금은 10만원 정도였는데 객실 안에 조그만 수족관이 마련되어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우리가 묵었던 모텔은 따로 이벤트를 준비해 주지 않아 일일이 풍선으로 방을 꾸미고 장미꽃잎으로 침대를 장식했지만 내가 여자친구를 위해 직접 방을 꾸몄다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여자친구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R모텔 역시 부티크텔로 유명하다. 이 업소는 15개의 방을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색다르게 구성했다.


방별로 포켓 당구대를 설치하는가 하면 대형 스크린 시설, 거품 욕조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모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시즌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화이트데이 때도 대부분의 모텔들이 일찌감치 예약을 마치고 손님을 기다렸다. 특별한 날의 파티를 모텔에서 애인과 단둘이 보내려 하는 남녀가 많아진 것.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이브를 친구들과 함께 모텔에서 보냈다는 정아무개(여·27)는 “지금까지 모텔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마음 놓고 웃고 떠들며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게 사실이다”면서 “특히 크리스마스 같은 경우 1박2일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은 힘들기 때문에 시설 좋은 모텔에서 1박을 하면서 친구들끼리 추억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M업소의 경우 몇 달 전 파티룸을 개장한 뒤 예약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이미 한 달치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해당 모텔의 파티룸은 복층구조에 영화관람실, 노래방, 미니바, 미니수영장 등을 갖춰 웬만한 호텔방보다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탓일까. M모텔 이용 비용은 다른 모텔에 비해 약간 비싼 5인 기준 50만~70만원 선이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J모텔과 A모텔도 인기다. 총 58실을 갖춘 A텔은 각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4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미니바를 연상시킨다.


갈색 톤의 커튼과 앤티크 식기로 꾸며진 인도풍 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료는 평인 7만5000원 정도이고, 주말에는 1만~2만원 더 비싸다. 이어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M업소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19만원 정도)과 복층식 특실(23만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모 방송국의 유명 오락프로그램 등 각종 TV 프로그램과 영화, 화보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다른 파티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업소. 이 모텔은 최상층인 5층에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문 파티룸을 구비해놓았다.


인원에 관계없이 특실은 주중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지불하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2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각종 이벤트로 무장한 로맨틱 모텔들이 성업을 이룬다면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모텔들은 대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이벤트로 손님몰이에 한창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E업소는 자는 곳이라기보다 노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닌텐도사의 게임기 ‘위(wii)’를 일부 객실에 비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 TV에 연결해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게임기 '위(wii)'는 단순 게임에서부터 골프, 야구, 요가 등 전신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도 가능한 게임기로 게임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 반응이 매우 좋다.


해당 업소의 관계자는 “낮에 이곳을 찾는 젊은 고객의 경우 10명 중 7명꼴로 ‘위’를 즐기러 온다”면서 “40개 객실 중 게임기가 비치된 객실은 아직 15개뿐이라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은 2인 기준 2만5000원으로 평일 오후 4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고 쉴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2시 이전에 입실하면 대실 시간이 6시간으로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낮시간을 이용해 잠깐 성관계를 가지고 후다닥 빠져나가 버리는 과거 ‘대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대학가 모텔들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요즘 같은 중간고사 기간동안 ‘공부방’으로 이용되는 모텔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객실마다 초고속 인터넷과 최신형 컴퓨터가 2대씩 구비되어 있어 3~4명이 한데 모여 밤을 새워 조별 과제나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를 아우르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의 모텔은 시험기간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텔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또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한 모텔은 2인 기준 5만원가량을 지불하면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객실을 사용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험기간 친구들과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정아무개(25)는 “개별과제의 경우 혼자 도서관이나 집에서 밤새워 공부하면 되지만 3~4명이 함께 만들어 내야 하는 조별과제가 있는 과목은 의견충돌이 일어나기 쉽다”면서 “모텔을 이용하면 조원들끼리 모여 밤새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고 시간을 나눠서라도 편히 누워 잠을 잘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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