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시대 징용피해자와 관련된 최근 배상 판결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70년이 넘었지만 아직 강점기 관련 배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일제 패망 이후에도 존속하고 있는 전범기업 299개사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범기업 수는 약 40개에 달한다.춘춘
이들 전범기업들은 크게는 철강, 자동차에서부터 전자기기까지 망라되어 있다. 작게는 시민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식품영역까지 뻗어 있다.
식품 영역 중에서는 우리의 아주 친숙한 회사가 있다. 우리 한국민들의 입맛을 점령하면서까지.

바로 일본의 식품회사 ‘아지노모토’.
조미료 ‘미원’의 기원으로 회자되며 친숙한 느낌을 주지만 아지노모토는 단순한 생활소비재기업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당시 스즈키 제약소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전범기업이다.
아지노모토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 보노 콘스프·혼다시 등의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단순 수입 판매의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것.
이제 그 아지모모토가 한국측 파트너와 국내에 공장에 세워 국내 시장을 직접 공략할 태세다.
그 파트너는 농심인데 경기도 평택 포승 농심공장 부지에 즉석분말스프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아지노모토가 설비와 기술부문을 맡고, 공장건축과 국내 유통은 농심이 담당하는 형태다.
지난 18일 경기도는 김진흥 경기도 행정2부지사와 모토하시 히로하루(本橋 弘治) 일본 아지노모토 부사업본부장은 지난 16일 정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본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어 볼게 있다. 이즈음 농심은 이에 대한 아무런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과의 대규모 합작 사례라 당연 보도 자료를 뿌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무슨 이유일까.
전범기업과의 합작이라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식품을 비롯한 단순 소비재는 사람들이 기업의 이미지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라면시장 1위를 호령하던 삼양식품이 우지(牛指)파동으로 부도까지 맞게 된 사례는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농심은 현재 라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자리가 다소 불안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2위 오뚜기가 이미지를 무기 삼아 치고 올라오고 있어서다.
오뚜기는 기업 운영 과정에서 여러 미담을 만들어 내 ‘갓뚜기’라는 찬사를 시장에서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며 “ 전범기업과의 협력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을 고려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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