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당진시)은 17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413만여 그루에 달하고, 방제비만 약 5,903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해송·잣나무 등 소나무류에 침입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고사시키는 병해충이다.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어 감염 시 100% 고사하는 치명적인 산림병으로, 1988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피해를 입은 나무는 약 413만그루로, 올 한해에만 148만 6,338그루(전체의 35%)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북(약 186만 그루), 경남(약 90만 그루), 울산(약 35만 그루) 등 영남권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확산 속도도 심각하다. 최근 5년간 재선충병 발생 건수는 약 4.8배(30만→148만) 늘었으며, 지역별로 보면 대구 24배(3,136→75,758), 충남 16배(326→5,331), 광주 12배(280→3,432) 등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른 방제비용 부담도 급증했다. 매년 5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집계된 방제비는 △2021년 761억 원, △2022년 680억 원, △2023년 1,205억 원, △2024년 1,207억 원, △2025년 2,051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총 5,903억 원 가량의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국산 예방·방제 기술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 중인 재선충병 예방 약제는 전량 외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약제 구입비만 약 578억 4,982만 원이 소요됐다.
소나무재선충이 국내에 처음 발생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산림청과 농촌진흥청은 여전히 국산 예방제·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여전히 외국산 약제에 의존하는 현실”이라면서 “정부와 연구기관이 협력해 국산 방제기술 개발과 산림병 대응 자립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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