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NPU, '전성비'로 엔비디아에 도전장

천지은 기자 발행일 2026-04-20 10:44:49 댓글 0
정유·IT ‘추격전’… NPU+냉각유 ‘패키지’로 승부

▲ NPU(신경망처리장치, 이미지생성=AI)

인공지능(AI) 열풍이 '에너지 블랙홀'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대한민국 IT 산업의 투트랙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인 AI 반도체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과 발생한 열을 효율적으로 식히는 액침 냉각 기술의 국산화가 그 핵심이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외 기술 격차와 현 상황을 짚어봤다.


엔비디아 독주 속 '틈새' 노리는 국산 NPU

현재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막대한 전력 소모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에 구글(TPU), 아마존(트레니움) 등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저전력 칩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피온,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비)'를 무기로 내세운다. 범용성이 높은 GPU와 달리, 국산 NPU는 AI 연산에만 최적화되어 전력 효율이 수 배 이상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국내 데이터 센터에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이들은 삼성전자의 저전력 메모리 기술과 결합해 '저탄소 AI'의 글로벌 표준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공기' 대신 '액체'… 액침 냉각 시장의 도약

냉각 기술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이미 액침 냉각 기술을 상용화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에 적용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8년 스코틀랜드 해저에 데이터 센터를 통째로 넣는 '나틱 프로젝트'를 통해 액체 냉각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액침 냉각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수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정유업계와 IT 업계의 '이종 결합'이 돋보인다. SK이노베이션(SK엔무브)과 GS칼텍스 등은 서버를 담글 특수 냉각유 개발을 완료했으며, SK텔레콤과 카카오 등은 이를 실제 데이터 센터에 도입해 테스트 중이다.

구체적으로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 센터용 냉각유 개발에 성공한 뒤 미국 GRC, 영국 아이소토프(Iceotope)와 협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해 실증을 진행 중이다. 또한 반도체장비전문기업 GST는 상용형 및 이상형 액침 냉각 장비를,  IoT 전문 스타트업 SDT와 데이터빈 등은 독자적인 냉각 플랫폼을 통해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기술력은 '대등', 생태계는 '추격 중'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술력이 하드웨어 단품으로는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그린 데이터 센터 생태계' 구축은 여전한 과제다. 미국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보조금과 규제를 통해 '친환경 AI 인프라'를 빠르게 표준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제 막 지자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증 사업이 시작되는 단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정밀 화학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NPU와 액침 냉각유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모델이 성공한다면, 유럽의 탄소 규제는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데이터센터 전문가는 "도심형 데이터 센터는 공간 제약과 소음 문제로 기존 공랭식 냉각에 한계가 있다"며 "소음이 없고 공간 효율이 높은 액침 냉각 기술은 도심 속 '그린 데이터 센터' 구현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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