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크라프트 종이컵’, 위생·재활용 실태 일반 컵과 똑같아

천지은 기자 발행일 2026-06-23 07:17:23 댓글 0
겉면 색상과 관계없이 내부 폴리에틸렌(PE) 플라스틱 코팅 동일 적용
국제 연구 "85℃ 이상 고온 노출 시 내벽 코팅층에서 미세플라스틱 방출 우려"
‘생분해’ 문구도 특정 전문 매립 조건에서만 성립… 일반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 방해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진 크라프트 종이컵(AI생성이미지)
최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흐름 속에서 하얀색 일반 종이컵 대신 갈색빛을 띠는 ‘크라프트 종이컵’을 도입하는 카페와 사무실이 늘고 있다. 컵 표면에 초록색 나뭇잎 문양이나 ‘Eco-Friendly’, ‘100% 자연 분해 종이’ 같은 문구가 적힌 이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환경에 무해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환경 과학계와 자원순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갈색 크라프트 종이컵 대부분은 일반 흰색 종이컵과 플라스틱 사용량 및 자원순환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색상만 다를 뿐, 내벽은 플라스틱 코팅 그대로
갈색 크라프트 종이컵이 일반 종이컵보다 안전하거나 친환경적이라고 오인하기 쉬운 이유는 표백 단계를 거치지 않은 천연 종이의 시각적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종이컵의 환경 및 위생 문제를 좌우하는 핵심은 겉면 종이의 색상이 아니라 액체가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에 입히는 폴리에틸렌(PE) 코팅막이다. 제품 성분 분석 결과, 시판 중인 갈색 크라프트 종이컵 역시 일반 흰색 종이컵과 동일한 두께의 화학 합성 플라스틱 코팅 처리가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뜨거운 음료를 담았을 때 발생하는 위생적 우려도 동일하다. 해외 환경 전문 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된 인도공과대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85℃~90℃의 뜨거운 액체를 플라스틱 코팅 종이컵에 붓고 15분간 둘 경우 내벽의 코팅층이 열에 의해 손상되면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음료로 방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즉, 겉면이 갈색이라 하더라도 내부 코팅이 플라스틱이라면 고온 음료 용출에 따른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연 분해’ 문구의 한계와 분리배출 혼선
제품 표면에 표기된 ‘자연 분해’라는 안내 문구도 일상적인 폐기 환경에서는 성립되기 어렵다. 생분해성 인증을 받은 특수 수지 제품이라 할지라도, 이는 산업용 퇴비화 시설 등 일정 온도(58℃ 이상)와 특정 미생물 환경이 지속해서 유지되는 ‘전문 매립 조건’에서만 완전히 분해된다. 일상생활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겨 일반 매립지에 묻히거나 소각될 때는 일반 플라스틱 함유 쓰레기와 동일하게 처리된다.

자원순환 수거 단계에서도 오히려 혼선을 빚고 있다. 내벽에 플라스틱 코팅이 적용된 종이컵은 일반 종이박스나 신문지와 섞이면 해리(종이를 물에 풀어내는 과정) 속도가 달라 재활용 공정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오직 ‘종이컵 전용 수거함’을 통해서만 따로 모여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갈색 크라프트 컵, 일반종이컵과 같이 전용 수거함에 분리 배출해야
그러나 갈색 크라프트 컵은 친환경 제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소비자들이 일반 재생 종이류 수거함에 잘못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 선별 현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오인 배출이 오히려 분리수거의 선별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플라스틱 코팅이 없는 안전한 종이컵을 고르려면 겉면의 갈색 질감이 아닌 기술적 인증을 확인해야 한다. 플라스틱 대신 물에 녹는 수용성 코팅 기술을 사용했거나, 환경부의 공식 '환경표지인증'을 통해 일반 종이류와 함께 100% 재활용이 가능함을 입증받은 제품인지를 상세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일반 플라스틱 코팅이 적용된 크라프트 컵이라면 흰색 종이컵과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하여 전용 수거함에 분리 배출해야 한다.

다회용 컵 사용이 본질적인 대안
결국 가장 확실한 대안은 종이의 색상과 관계없이 일회용 컵 자체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편리함을 덜어내고 개인 텀블러나 머그잔 등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실천이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피하고 자원을 실질적으로 절약하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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