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롯데그룹이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의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잡음 없는 재벌가 기업들이 ‘졸지에’ 주목받고 있다.
한 재계 순위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국내 10대 그룹 중 혈족 간에 경영권 및 재산 다툼이 없었던 기업은 LG그룹과 GS그룹, SK그룹뿐이다.
이들 그룹 3곳은 창업주의 급작스런 부재에도 불구, 돈독한 ‘가족애’를 발휘해 경영권 승계를 순조롭게 진행, 차근차근 재계 상위권에 머물러 있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혈족 간에 법정 다툼까지 벌였던 일부 재벌그룹들과 달리 형제경영의 모범을 보여주는 SK·LG·GS家의 승계 과정은 그만큼 최근의 롯데사태와 별개로 달리 해석되고 있다.
형제간의 경영권 ‘혈투’
재계의 공통적인 흐름을 따져보면 일부 국내 재벌 그룹은 기업 자체의 경영과 소유가 총수일가가 대부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일반적으로 창업주가 2세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때문에 ‘부의 대물림’ 이라는 비난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뿐 아니라 아직까지 국내 재벌 그룹들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 이유다.
게다가 가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유교적인 상속 개념까지 더해지면서 총수 일가가 대대손손 부를 대물림 하는 관행이 자리 잡게 됐다.
총수일가가 기업을 장악하는 만큼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은 형제끼리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롯데사태> 일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재계는 그야말로 떠들썩했다.
국민들은 롯데가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을 보일 정도로 시선은 싸늘했다. 롯데그룹뿐만 아니라 현대와 두산 역시 형제간에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고, 한진과 한화도 재산 분쟁을 겪은 바 있다. 금호그룹과 효성그룹은 형제간 갈등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갈등’ 없는 기업
이처럼 경영권 분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형제경영의 우애를 보여주는 기업도 있다. 최근 재계 순위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중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없었던 곳은 SK, LG와 GS그룹뿐이다.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 승계 과정 중 잡음이 없었던 SK그룹의 사례를 두고 형제간의 우애를 꼽고 있다.
SK그룹은 고 최종건 SK 창업주가 1953년 ‘선경직물’을 창립해 국내 섬유업계를 주도한 이후 대한민국 최초로 닭표안감 섬유를 홍콩에 수출하고 선경합섬, 선산섬유를 설립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1973년 최종건 창업주가 48세의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유명을 달리하면서 유언에 따라 동생 고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맡게 됐다. 고 최종현 회장은 취임 후 본격적으로 석유화학을 시작해 오늘날의 SK그룹을 만드는 토대를 형성했다.
고 최종현 회장은 생전에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아들이든, 조카든 상관없이 경영을 맡기겠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기도 했다.
1998년 8월 최종현 회장의 타계 이후 SK그룹은 전문경영인 손길승 회장의 체제를 유지하고 2세 중에 최태원 현 SK그룹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같은 결정은 SK그룹 2세 중 장자이자 최종현 회장의 장조카인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이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창업주의 장자였지만 그룹 대표 자리를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에게 양보한 것이다.
LG와 GS 역시 가족 간의 경영권 분쟁 없이 승계가 이루어졌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1969년 타계하자 LG그룹은 ‘장자승계원칙’에 따라 구자경 부회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후 구자경 회장 역시 1995년 장남인 3세 구본무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승계했다.
당시 창업세대인 고 허준구 LG전선 회장, 고 구평회 LG상사 회장, 고 구두회 호유에너지 회장, 고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등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LG그룹 3세의 경영 시작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심지어 LG그룹은 GS와 분리할 당시에도 어떠한 잡음도 없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1947년 구인회 창업주가 락희화학공업사를 허만정씨와 함께 설립한 이후 3대까지 동업을 해오다가 2005년 1월 GS가 계열 분리됐는데, “한번 맺은 인연으로 부득이하게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는 구인회 회장의 정신으로 지금까지 이들 두 기업은 어떠한 잡음도 들리지 않고 있다. 범LG가인 LS그룹 또한 사촌 간에 경영권 승계를 돌아가면서 하고 있는데,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사촌동생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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